적묵당 편지

적묵당 편지

첫눈이 내렸습니다. 하얗게 변한 새인봉의 정상과, 

그 아래 여전히 떨어지지도 않고 색도

바래지 않은 단풍, 그리고 마당의 싱그러운

상록수가 묘하게 어우러지는 매우 비현실적으로

아름다운 풍경입니다.

올해는 11월 중순이 다되도록 단풍이 들 기미를

전혀 보이질 않았습니다. ‘올해 단풍은 그냥

지나가나보다.’ 생각했는데, 어느 순간 온

산이 울긋불긋 단풍으로 물결치더니 12월이

되어도 여전합니다. 그런데 갑작스럽게 첫눈이

내렸습니다.

한치 앞도 알 수 없는 것이 요즘 날씨입니다.

어느덧 이런 변덕투성이 날씨에도 적응한 듯,

이 또한 나름대로 묘미가 있습니다. 요즘은

세상도 날씨와 같아서 한치 앞을 알 수 없습니다.

“스스로를 의지처로 삼고, 법을 의지처로 삼아라”

이런 시국일수록 부처님 말씀에 의지하되,

스스로 생각하고 스스로 판단하고 스스로

결정하는 힘을 지녀야 합니다.

호시우보(虎視牛步)라 하였습니다. ‘호랑이의

시선으로 멀리보고 황소처럼 우직하게 걷는다’는

뜻입니다. 지혜롭게 생각하고 끈기있게

실천하는 불자의 자세로 한걸음 한걸음

나아가길 당부드립니다.

을사년 새해에도 모두 건강하고 행복하시길

바랍니다.

주지 중현 합장

Related Articles

답글 남기기

이메일 주소는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필드는 *로 표시됩니다

Back to top butt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