숫자로 배우는 불교

53 선지식

대승불교의 최고 경전으로 널리 알려진 경전 가운데 하나가 [화엄경]이다.

[화엄경]의 「입법계품」은 선재라는 수행자가 부처의 세계에 들어가기 위해 닦는 구도 과정에 대해 설하고 있다. 그중 「입법계품」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문수보살은 사리불과 목건련 등 여러 사람을 데리고 남쪽으로 떠난다. 문수보살 일행이 복성이라는 지역의 동쪽 사라 숲에 큰 탑에 머물게 되었을 때였다. 수많은 사람들이 문수보살 앞에 모여들었다. 문수보살은 그중에서도 부처님의 법을 받을 만한 선재라는 동자를 발견하고 “그대는 이미 법을 깨닫고자 마음을 일으켰으니 남쪽으로 떠나 여러 스승을 찾아 가르침을 닦으라.”고 말했다.

이에 선재 동자는 문수보살의 가르침대로 남쪽으로 110개의 성을 여행하면서 53명의 스승을 만나게 되고 그들로부터 묘한 법문을 깨치게 된다.

선재 동자의 구도 행각을 보면 맨 처음 문수보살을 만나서는 열 가지 믿음(十信)을 얻게 되었고, 덕운 비구·해운 비구·선주 비구·마가 장자·해당 비구·휴사 거사·비목 선인·승열 바라문·자행 동녀에게서는 열 가지 마음 머무는 법(十住)을 얻게 되었다.

또 남으로 가면서 만난 자재주 동자·구족신 여인·명지 거사·법보계 장자·보안 장자·무염족왕·부동신 여인에게는 열 가지 행해야 될 법(十行)을, 또 육향 장자·바시라 선사·무상승 장자·사자빈신 비구니·바수밀다 여인·바시디라 뱃사공·관자재보살·정취보살·대천신·안주 지신에게서는 열 가지 모든 공덕을 되돌려 주는 법(十廻向)을 얻었다.

그뿐 아니라 바산타바얀티·보덕정광야신을 비롯한 10분에게는 수행에 따라 열리는 열 단계의 지위(十地)를, 마야 부인·천주광 천녀·변우동자사·미륵보살를 비롯해 다시 찾은 문수보살에게 부처 직전의 경지인 등각(等覺)을 얻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보현보살을 만나 열 가지 깨뜨릴 수 없는 최상의 지혜 법문을 듣고 묘각(妙覺)의 법을 얻었다. 이렇게 선재가 부처님 법계에 어떻게 들어가는가를 보여 주면서 󰡔화엄경󰡕은 끝난다.

부처님과 선재와 문수, 보현보살 그리고 53선지식은 본래 하나인 셈으로 󰡔화엄경󰡕에서는 부처의 마음과 중생의 마음은 차별이 없다고 했다.

이렇게 볼때 [화엄경]의 구도 행각의 주인공인 선재 동자도 하나의 마음속에서 만들어진 것이며, 그가 만난 53선지식도 마음속에 내재하는, 갖가지 수행에서 만날 수 있는 유형들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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