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의 법문

보왕삼매론 간단 해설-(1)

먼저 <보왕삼매론>의 첫 번째 구절을 예로 구성을 살펴보겠습니다.

몸에 병이 없기를 바라지 말라.
몸에 병이 없으면 탐욕이 생기기 쉽나니
성인이 말씀하시되 병고로써 양약을 삼으라.

<보왕삼매론>은 한 항목이 세 파트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첫 번째 문장에서는 ‘바라지 마라’고 금지하는 것입니다. 두 번째 문장은 ‘왜 하면 안 되는지’에 대한 설명이고, 세 번째 문장은 ‘~를 하라’라는 명령 혹은 권유입니다.

첫 번째 문장과 세 번째 문장은 사실상 같은 의미입니다. 한 가지 사안을 가지고 첫 번째는 부정으로 세 번째는 긍정으로 풀이한 것입니다. 중복되는 이야기를 빼고 나면 두 번째 문장이 핵심입니다. 열 개의 항목이 모두 그렇습니다. 이에 입각해 각 항목의 핵심만 추려서 <보왕삼매론>의 열 가지 항목을 독송해보도록 하겠습니다.

  1. 몸에 병이 없으면 탐욕이 생기기 쉽다.
  2. 세상살이에 곤란이 없으면 제 잘난 체하는 마음과 사치한
    마음이 일어난다.
  3. 공부하는데 마음에 장애가 없으면 배우는 것이 넘치게된다.
  4. 수행하는데 마가 없으면 서원이 굳건하지 못한다.
  5. 일이 쉽게 풀리면 뜻이 경솔해지기 쉽다.
  6. 친구를 사귀는데 내가 이롭고자 한다면 의리를
    상하게 된다.
  7. 남이 내 뜻대로 순종해주면 마음이 스스로 교만해진다.
  8. 공덕을 베풀 때 과보를 바라게 되면 불순한 생각이 움튼다.
  9. 이익이 분에 넘치면 어리석은 마음이 생기기 쉽다.
  10. 억울함을 변명하다 보면 원망하는 마음을 돕게 된다.

이들 항목은 ‘~하면 ~해진다’ 하는 구성을 띠고 있습니다. 여기에서 ‘~해진다’는 항목에 해당하는 것은 무엇입니까? 탐욕이 생기기 쉽고, 사치한 마음이 일어나고, 배우는 것이 넘치게 되고, 서원이 굳건하지 못한다는 등의 마음입니다. 이 같은 마음은 괴로운 마음입니다. 번뇌라고 합니다.

왜 이 세계는 욕계이면서 사바세계인가
우리가 사는 이 세상은 사바세계이면서 욕계입니다. 욕계(欲界)란 욕망이 지배하는 세상이며, 사바세계(娑婆世界, Sahā-lokadhātu)란 참고 견디는 세계라는 뜻입니다. 왜 참고 견뎌야 합니까? 괴로움이 넘치기 때문입니다. 욕망이란 무엇입니까? 내 마음대로 하고 싶은 것이 욕망입니다. 같은 세상인데 욕계이면서 사바세계라는 것은 무언가 맞지 않습니다. 왜 그런가에 대한 이해와 설명이 이 <보왕삼매론>에 들어있습니다. 불교에서는 괴로움을 4고(四苦) 혹은 8고(八苦) 라고 이야기합니다. 이 여덟 가지 고통을 알기 쉽게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1. 생고 (生苦) 태어나는 괴로움
  2. 노고 (老苦) 늙어가는 괴로움
  3. 병고 (病苦) 병들어 아픈 괴로움
  4. 사고 (死苦) 죽는 괴로움
  5. 애별리고 (愛別離苦)사랑하는 사람과헤어져야 하는 괴로움
  6. 원증회고 (怨憎會苦) 원수와 만나야만 하는 괴로움
  7. 구부득고(求不得苦) 원하는 것을 구하지 못하는 괴로움
  8. 오음성고 (五陰盛苦)오온에서의 집착에서부터
    생기는괴로움

먼저 4고에 대해서 생각해봅시다. 늙고 병들고 죽는 것은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괴로운 일입니다. 그런데 왜 태어나는 것을 고통이라고 했을까요? 갓난아이는 태어날 때 울면서 태어납니다. 왜 그렇게 악을 쓰면서 태어날까요? 제가 생각할 때는 그렇습니다.

“아, 내가 또 고통덩어리인 몸뚱이를 가지고 사바세계에 태어났구나. 내가 한 생각 깜빡 잘못 하는 바람에!”
티벳불교에서 윤회를 이야기 할 때, 죽는 순간의 마지막 식(識)이 그 다음 생을 정한다고 이야기 합니다. 여담이지만 죽는 순간에 스님이 독경을 해주면 좋다는 것은 마지막 식이 불법을 들으면서 청정해지고 그로 인해 좋은 생각을 가지고 다음 생에 갈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만약 마지막 순간에 배우자가 ‘아이고 당신 없으면 내가 어떻게 살아!’라고 한다면 마지막 식이 누구를 생각합니까? 배우자 즉 이성에게 끌리면서 그 다음 생에도 또 육신을 가지고 태어납니다. 그러니까 태어나는 순간 ‘아차! 한발 늦었구나. 내가 그 때 한 생각 안 했으면 됐을 텐데. 이 얼마나 괴로운 일이냐!’ 하며 대성통곡하게 되는 것입니다. 그래서 태어나는 것은 고통입니다.

이렇듯 이 사바세계는 고통으로 가득 찬 세상입니다. 왜 괴로움으로 가득 찼습니까? 이 세상이 욕계이기 때문입니다. 욕계란 내 욕망이 지배하는 세상, 내 마음대로 하고 싶은 세상입니다. 그러나 내 마음대로 하고 싶어도 마음대로 되는 것이 없는 것이 이 세상 이치입니다.

왜냐하면 우선 인간들이 가진 자원과 능력에 한계가 분명합니다. 게다가 이 세상은 나 혼자 사는 것이 아닙니다. 너도 나도 서로 자기 하고 싶은 대로 하려고 하니 누구 하나 제 뜻대로 하기 힘듭니다. 이렇게하고 싶어도 뜻대로 되지 않으니 세상엔 고통밖에 없습 니다. 그러니 욕망에는 필연적으로 참고 견디는 것이 뒤따르는 법입니다. 그래서 욕계는 참고 견뎌야 하는 사바세계인 것입니다.

반대로 내 마음대로 하지 않고 욕망을 잘 다스리면 중생이 아니라 보살이 되고 부처가 될 수 있습니다. 중생은 욕망으로써 살아가지만 보살이나 부처님은 자비심으로써 살아갑니다. 우리는 먹어야 살고 잠을 자야 살고 자손들을 낳아야만 자손을 통해 영원히 내가 이어진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보살이나 부처님은 자비심이 살아가는 이유이기에 육신의 몸을 가지고 이 세상에 태어나서 중생들을 제도하는 것입니다. 정리하자면 욕망대로 하면 욕계는 사바세계인 것이고, 내 욕망을 잘 다스리면 이 욕계가 바로 불국토가 됩니다. 욕망을 잘 다스리면 욕망이 자비심이 되는 것입니다.

보왕삼매론 거꾸로 보기
다시 <보왕삼매론>의 구성으로 돌아가겠습니다. <보왕삼매론>의 문장은 앞으로도 읽고 뒤로도 읽어야만 내용을 더 잘 이해할 수 있습니다. <보왕삼매론>의 각 조항들은 문장을 뒤집어서 읽어보겠습니다.

  1. 탐욕이 생기면, 쉽게 몸에 병이 걸린다.
  2. 제 잘난 체하는 마음과 사치한 마음이 생기면,
    세상살이에 곤란이 일어난다.
  3. 배우는 것이 넘치게 되면, 공부하는데 마음에
    장애가 생긴다.
  4. 서원이 굳건하지 못하면, 수행하는데 마가 생긴다.
  5. 뜻이 경솔하면, 일이 어렵게 꼬인다.
  6. 친구를 사귀는데 의리를 상하게 되면,
    내게 이로울 것이 없다.
  7. 마음이 스스로 교만해지면, 남이 내 뜻대로
    순종해주지 않는다.
  8. 공덕을 베풀 때 불순한 생각이 생기면, 과보를 바라게 된다 .
  9. 어리석은 마음이 있으면, 손해보는 일이 생긴다.
  10. 원망하는 마음을 키우면, 곤란한 일에 처하기 쉽다.

예를 들어 첫째 항목에서 ‘몸에 병에 없으면 탐욕이 생기기 쉬우니 몸에 병이 없기를 욕망하지 말라’고 합니다. 이 문장을 뒤집어서 읽으면 어떻게 됩니까? ‘탐욕이 생기면 몸에 병이 생긴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과연 맞는 말일까 가만히 생각해보면 맞는 말입니다. 또 다른 예로 ‘배우는 것이 넘치면 공부하는 데 장애가 생긴다’고 했습니다. 배워도 다 흘려버리고 남는 게 없으면 공부가 안 되는 것은 당연합니다.

‘서원이 굳건하지 못하면 수행하는 데 마가 생긴다’는 어떻습니까? 서원이라는 것은 욕망 중에서 가장 근본적이고 큰 욕망, 즉 모든 중생을 구제하겠다는 것입니다. 자타가 일시에 부처가 되겠다고 하는 맹세가 굳건하지 못하면, 공부를 하다가도 ‘제대로 하고 있는 건가?’ 의심이 듭니다. 조금만 힘들어도 ‘다음에 하지’ 하며 중간에 멈추어 버립니다. 이게 마장이지 다른 게 마장입니까?

<보왕삼매론>은 이렇게 앞뒤를 바꾸어도 말이 됩니다. 앞뒤를 바꾸었을 경우, 앞부분은 마음이 욕망에 이끌려 번뇌로 가득 찬 상태입니다. 뒷부분은 그로 인해 생기는 장애입니다. 번뇌는 곧 내 마음 안에서 생기는 장애이므로, 내 마음 안팎에서 오는 장애를 모두 포함하고 있습니다. 뒤집어서 보면 욕망을 제대로 다스리지 못하면 어떤 결과를 초래하는지 잘 볼 수 있습니다. 바로 우리들이 별 생각없이 살아가는 모습입니다.

☞다음 달에 “보왕삼매론 간단 해설(2)”가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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