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묵당 편지

증심사 가을 풍경

세상에서 제일 쉬운 일은 내 맘대로 할 수 있는 일입니다. 그 다음으로 쉬운 일은 내 맘대로 할 수 있지만 그냥 포기하는 ‘일’입니다. 그 다음으로 쉬운 일은 여러 감정들을 동원하는 수고를 아끼지 않고 어쨌든 내 맘대로 하는 일입니다. 여러 감정이란 분노, 애원, 동정심을 유발하는 처량함 같은 것들이 되겠지요.

그 다음으로 쉬운 일은 다른 것들의 도움을 빌어 내 맘대로 할 수 있는 일입니다. 다른 것이란 돈, 권력, 지위, 온갖 인연(학연, 지연, 혈연 등) 같은 것들이 되겠지요. 인생은 내 마음대로 할 수 있는 아이템을 확보하는 지난한 과정입니다. 그 다음으로 쉬운 일은 내 마음을 내 마음이 아닌 다른 것으로 바꾸어서 사람들로 하여금 결국 내 마음대로 할 수 있도록 하는 일입니다.

예를 들면, 대의, 전통, 상식, 관례, 가치관, 사상, 이데올로기 같은 것들입니다. 인생은 내 마음을 변화무쌍하게 바꿔낼 수 있는 능력을 갖추어 가는 지난한 과정이기도 합니다. 그 다음으로 쉬운 일은 내 마음은 자제하는 대신 남의 마음을 이해하려고 노력하고, 남의 마음대로 할 수 있도록 돕는 일입니다. 그 다음으로 쉬운 일은 내 마음을 내지 않고 남의 마음대로 하는 일입니다. 가장 어려운 일은 “내 마음”, “남의 마음” 같은 생각일랑 한 톨도 없이, 마음을 내지 않고 뭔가 해내는 일입니다. 바로 부처의 경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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