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도 불교 지명이야기

영광 법성포

성인이 불법을 전래한 포구… 백제불교 최초 도래지

민족 최대의 명절 추석이 다가왔다. 명절을 맞아 그동안 신세졌던 분들에게 감사 인사를 하는 것은 오래된 풍습이다. 명절선물로 남도의 특산물 가운데 굴비가 으뜸이다. 굴비하면 영광을 떠올리기 마련이다. 영광 앞바다에서 불어오는 해풍으로 말린 굴비는 짜지 않고 적당히 간이 배겨 국민 모두가 즐기는 반찬으로 인기가 높다.

굴비의 본고장은 전남 영광군 법성면 진내리 포구이다. 흔히 법성포(法聖浦)로 불리는 이곳은 ‘성인(聖)이 부처님 법(法)을 전래한 포구(浦)’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때는 백제 침류왕 원년(384년), 인도 북부 간다라 출신의 마라난타 존자가 불법을 전하기 위해 중국 남조의 동진까지 오게 됐다. 불법홍포는 계속되고, 존자는 불상과 경전을 모시고 바다건너 백제 땅까지 찾게 됐다. 오늘의 영광 법성포구이다. 이는 호남 땅에 불교가 처음 들어온 역사적인 일로, 법성포는 백제불교 최초 도래지이다.

중국 동진의 왕, 효무제는 궁 안에 사찰을 지을 정도로 신심 깊은 불자였다. 당시 백제와 동진은 친밀한 관계를 맺고 있었다. 마라난타 존자는 동진의 외교사절을 따라 백제까지 오게 된 것이다. 〈해동고승전〉에 따르면 백제 침류왕이 직접 교외에 나가 마라난타 존자를 맞이하여 궁궐 안에 머무르게 했다. 이렇게 백제 땅에 불교가 꽃피기 시작한 것이다. 침류왕은 마라난타 존자의 뜻을 받들어 불사(佛事)를 일으켰다.

영광 불갑사를 비롯해 한산에 백제 사찰을 건립하고 백제인 10여 명을 출가시키기도 했다. 특히 불갑사는 한국 사찰의 시원이라 불릴 정도로 역사와 의미가 남다르다.

백제불교 최초도래지 법성포 마라난타사

마라난타 존자가 처음 백제 땅에 발을 디딘 법성포는 이후 아무포(阿無浦)로 불렸다. 마라난타 존자가 백제 땅에 올 때 모셔온 부처님이 아미타 부처님으로 ‘아무포’는 지역에서 부르는 아미타 부처님의 별칭이다. 고려시대에는 부용포(芙蓉浦)도 불렸는데, 불교를 상징하는 연꽃이자 불법을 꽃피웠다는 의미이다. 그러다가 다시 고려 말 이후 ‘성인이 법을 가지고 와 백제불교를 홍포했다’하여 법성포로 바뀌어 오늘에 이르고 있다.

현재 법성포에는 마라난타사가 자리하고 있다. 1996년경 영광군이 불교계와 함께 백제불교 최초도래지를 기념해 성역화 사업을 펼쳤고, 2006년 준공했다. 마라난타사에서는 마라난타 존자의 고향인 간다라를 비롯해 서역불교를 직접 만날 수 있다. 높이 23.7m의 간다라 양식 사면대불상(四面大佛像)을 비롯해 탁트히바히 사원의 주탑을 본떠 조성한 탑원, 간다라 유물관, 서해를 조망할 수 있는 부용루가 자리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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