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절우리신도

있는 듯 없는 듯, 아낌없이 주는 나무

불지혜보살

증심사 문화 프로그램 ‘길따라 절따라’가 오랜만에 재개됐다. 가을단풍이 끝물을 향하던 지난달 중순, 고창 선운산의 산사와 시인 서정주 고향마을 질마재로 향했다. 코로나19로 마스크가 얼굴을 가렸지만 눈빛만 봐도 모두가 반가운 만남이었다. 순례길에서 강정애(법명 불지혜) 보살에게 이렁저렁 신행이야기를 청했다.

“결혼하고 광주로 왔을 때 외롭고 의지할 곳이 없었습니다. 우연히 찾아간 증심사가 고향집처럼 포근했습니다. 어렵고 힘들 때 갈 곳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큰 위안이 됐습니다.”

벌써 40년이 넘은 옛 이야기이다. 그때는 모두가 어렵고 힘들던 시기였다. 불지혜 보살은 젊었을 때 증심사 부처님 앞에서 울기도 많이 울었다고 한다. 젊은 두 사람이 가진 것 없이 만나 자식 낳아 키워가면서 살다 보니 지칠 때도 있기 마련이었다. 그럴 때면 증심사를 찾았고, 법당의 부처님이 부모처럼 모든 것을 다 받아줬다.

“젊었을 때는 천일이든, 백일이든 기도도 힘든지 모르고 했습니다. 매일 1천 배씩 하는 3×7일(21일) 기도를 수시로 했고, 비로전에서 하루에 3천배를 1주일씩 하기도 했습니다.”

불지혜 보살의 간절함이 담긴 기도 공덕이었을까. 가족의 건강은 물론 남편 직장과 자녀 학업이 순조로운 편이었다. 불지혜 보살은 어디에서든 자신을 드러내기보다 조용조용 해야 할 일을 찾아서 하는 성품이다. 증심사 법회나 기도를 하면서도 있는 듯 없는 듯했다. 그러면서도 도량청소나 공양간 봉사, 불기닦기 등 손길이 필요할 때는 살며시 자리해 거들곤 한다.

불지혜 보살의 신행이야기를 듣다보니 아낌없이 주는 나무가 생각난다. 오직 증심사만 의지해 신행생활을 하면서도 있는 듯 없는 듯 항상 그 자리에 서있는 큰 나무 같다. 더위엔 그늘을 주고, 결실의 시기엔 열매를 주고, 때로는 자신의 가지까지 내줘 땔감으로 내주는 나무. “절에 오래 다니기는 했지만 아는 것이 없어요. 예전에는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공부도 하면서 흘렸는데, 이제는 법문이 귀에 들어오지도 않습니다. 그래도 불자로 살면서 ‘마음 비우기’와 ‘집착하지 않기’를 실천하고자 하는데 그것도 뜻대로 되지는 않습니다.”

마음공부에도 힘쓰고 있는 불지혜 보살은 10여 년 전 참선하면서 만난 ‘선정회’ 도반과 가족같이 지내고 있다. 좋은 도반들을 만난 것을 큰 복으로 여긴다. 그동안 불지혜 보살은 ‘사경’ 수행에 힘써왔다. 신심을 돈독히 하고 집중력을 높여 치매예방에 사경만한 수행이 없다고 생각한다.

요사이는 하루에 한 번 이상 <금강경>독송을 추가했다. 나이가 들면서 놓지 못하고 ‘집착’하지 않을까해서다. <금강경> 독송을 하다보면 부처님이 집착하는 불지혜 보살에게 ‘놓아라’라고 들려주는 것 같아 마음가짐을 다지곤 한다.

“어느 스님의 법문을 듣다보니 우리가 살면서 행실을 잘못 할 수 있다고 합니다. 다만 잘못을 참회하고 또다시 잘못을 범하지 않는 것이 진정한 불자라고 합니다. 그동안 지은 죄업을 참회하고 모두가 행복한 세상이 되기를 발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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