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절우리신도

지혜의 거울이고 싶어요

2020년 3월 25일, 자원봉사-혜경(慧鏡. 안숙희)보살

코로나19가 세계적 재앙으로 번지고 있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장기화되면서 소외계층을 대상으로 하는 복지지원 프로그램도 대부분 중단되고 말았다.

지난 3월 17일, 자비신행회 자연음식체험관에서 한부모 가정의 아이들에게 간식으로 제공할 수제피자를 만들고 있는 증심회 혜경보살을 만났다.

“행복한 피자가게”에서 열심히 도우를 만들고 있는 혜경 보살님

“아버지 혼자 아이들을 부양하는 한 부모 가정이 더 급하다고 하네요. 밖에 나가지 못하고 집에만 있는 아이들을 위해 밑반찬과 간식을 만들어 배달하려고 불자들이 모였습니다.”

혜경보살이 맡은 분야는 반죽팀. 피자 반죽에 들어가는 재료가 밀가루, 소금, 이스트 등 7가지가 넘는다. 정확한 배합을 위해 일일이 재료를 저울에 달고, 기계에 넣어 섞기를 반복한다.

숙성과 혼합이 잘된 부드러운 반죽이어야 피자의 맛을 좌우하는 맛있는 도우를 만들 수 있다.

“반죽할 때는 집중해야 합니다. 재료 배합은 물론 숙성시간이 빠르거나 늦으면 맛이 확연하게 달라지거든요. 반죽을 하면서 내 마음도 함께 보려고 합니다. 어느 것이든 관심을 주면 달라지는 것을 느낄 수 있어요.”

위빠사나 수행을 하고 있는 혜경보살은 “항상 마음 챙김을 하려고 하지만 놓치는 경우가 많다”며 웃는다. 그래도 마음 상태를 알아차리고 참회와 발원을 하고자 힘쓴다.

혜경보살이 불교와 인연을 맺은 것은 큰 아이를 낳고 100일 때였다. 증심사 신도인 맏언니가 “첫 애이니 부처님 전에 인사하라”고 권했다.

그 후 불교와 인연을 이어 지난해 막내까지 증심사 부처님 전에서 수능기도를 했다.

“부처님 가르침은 실천이 중요하잖아요. 증심사에서 기도하면서 후원봉사에 참여했습니다. 기도하고 봉사한 공덕이었는지 아이들 셋 모두 큰 어려움 없이 제 갈 길을 가고 있습니다.”

피자봉사는 지난 해부터였다. 소외계층을 위해 증심사에서 ‘중현스님의 피자가게’를 시작했다. 한 달가량 피자 전문가를 초청해 스님과 봉사자들이 피자 만드는 법을 전수받았다. 그리고 매달 셋째 토요일마다 피자를 구워 지역 청소년들에게 무료로 제공하고 있다.

어느 과정이든 부족함이 없어야 하지만 혜경보살이 맡은 분야인 반죽은 더욱 정성을 기울여야한다. 여기에 시간이 흐르면서 경험까지 덧붙여져 “중현스님의 피자가게가 맛있다”는 입소문 타는데 큰 역할을 하고 있다.

“피자는 재료를 정확하게 배합하고 얼마나 관심을 주는가에 따라 맛이 달라지거든요. 이렇게 음식은 정직해야 합니다. 기도도 정직해야 하고, 친구 사귐도 그러하고, 공부도 정직해야 합니다. 이것이 사람 사는 도리이잖아요.”

혜경보살은 피자를 만들 때도 ‘관심’을 강조한다. 관심이 있으면 피자의 맛이 달라진다는 것이다.

안숙희 보살님은 “행복한 피자가게”에서 반죽과 도우 만드는 일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혜경보살은 주위의 변화에 민감한 편이었다. 마음 챙김 수행을 하면서 문득 ‘바깥만 바라보는 자신’을 느꼈다. 그때부터 자신을 보려고 힘썼다. 자기 마음에 관심주기를 실천한 것이다. 그러면서 주변이 다시보이기 시작했다.

가족만 해도 그렇다. 아이들에게 관심을 주면 주는 만큼 달라졌다. 집에서 화나는 일이 있으면 화를 내려고 하는 자신을 바라본다. 그러면 저절로 화가 사라진다. 그렇게 마음 챙김을 하다보면 아이들이 먼저 알고 바꾼다.

“제 법명이 지혜의 거울, 혜경(慧鏡)입니다. 관심이나 마음 챙김은 거울에 비춰보듯 하고 있습니다. 한시도 놓치지 않고 바라보면 지혜가 보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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