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의 법문

일과 중생, 일과 인생

“나홀로의 삶에 익숙하다 보면 함께 꾸려가는 삶에 쉬 적응하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그럴 때면 사회라는 이 드넓은 바다에서 우리들은 보이지 않게 서로 연결되어서 서로 돕고 살아가고 있다는 점을 떠올려야 합니다.”

얼마 전 이십대 중반의 젊은이와 차를 마셨습니다. 특성화 고등학교를 나와서 회계사 사무실에 일찌감치 취직해서 어느 정도 자리를 잡은 친구입니다. 내가 물어봤습니다. 이제 앞으로 무엇을 하고 싶느냐고요. 그 친구 대답은 지금 일도 그렇게 싫지 않고 재미도 있지만 도전의식을 가지고 성취감을 느낄 수 있는 무언가를 해보고 싶다는 것이었습니다. 저는 두 가지 이야기를 했습니다. 첫 번째는 직업관에 대한 것이고, 두 번째는 청춘과 노년의 차이에 대한 것입니다.

직업의 두 가지 측면, 봉사와 생계의 해결
흔히 현대인들은 먹고 살기 위해서 돈을 벌고, 돈을 벌기 위해서 일을 합니다. 그런데 꼭 그런 것만은 아닙니다. 제과점 사장님은 새벽부터 빵을 만들어서 돈을 받고 빵을 팝니다. 그런데 빵을 사가는 사람 입장에서 생각을 해보면 제과점 사장님이 내게 필요한 빵을 줍니다. 제과점 사장님은 다른 사람을 위해서 열심히 빵을 만듭니다. 고객센터 상담원은 어떻습니까? 사람들이 불만사항을 이야기하면 다 들어줍니다. 이렇게 직업은 자신의 생계를 위해 돈을 버는 측면 뿐만 아니라, 남을 위해서 봉사하는 측면도 있습니다.

모든 직업이 그렇습니다. 우리는 흔히 직업을 선택할 때 ‘내가 뭘 하고 싶은가. 내가 뭘 해야 남들로부터 인정받을 수 있을까’를 생각합니다. 그러나 기본적으로 직업은 봉사입니다. 마트 계산대에서 누군가가 하루종일 계산을 해주지 않으면 우리는 마트에서 물건을 가지고 나갈 수가 없습니다. 누군가는 그 지겨운 일을
해야만 합니다. 새벽부터 청소부가 거리를 청소하지 않으면 이 도시는 며칠 만에 금방 쓰레기 천지가 되어버립니다.

어떤 일을 직업으로 선택하는 것과 내가 뭘 원하는지는 다른 문제입니다. “세상에서 청소가 제일 하고 싶어! 꼭두새벽에 일어나서 취객들이 토해낸 토사물을 치우고 싶어!” 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요? “마트에서 계산하는 것이 정말 내가 원하는 일이고 적성에 맞는 일이야!” 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매우 드물 것입니다. 이 세상에는 본인이 원하고 원치 않고를 떠나 사회를 유지하려면 해야만 하는 일들이 아주 많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직업을 선택할 때 내가 원하는 것보다 무엇이 내 적성에 맞는지를 생각해야 합니다.

열정을 올바르게 쓰자
두 번째, 청춘과 노년에 대한 이야기를 했습니다. 신이라는 존재는 퍽 공평해서 젊은 사람들한테는 넘치는 힘을 선물하는 대신에 지혜는 주지 않았습니다. 반면 나이가 많아지면 몸의 기운은 빠져가는 대신 젊은 사람에 비해서 더 풍부하고 깊은 지혜를 가지게 됩니다. 젊은 사람들은 넘치는 게 힘인데 그것을 어떻게 써야할지 모릅니다. 만약 등산을 한다고 칩시다. 기력이 떨어지는 노인은 산 높이가 얼마인지, 최적의 코스는 어디인지를 찾아보고 나섭니다.

반면 젊은 친구들은 마음이 급해서 일단 가고 봅니다. 이 봉우리 저 봉우리 막헤맵니다. 겨우 어찌어찌 산에 가기는 합니다만 어마어마한 에너지를 소비하기 마련입니다. 젊은 친구들은 넘치는 게 힘이고 그 힘을 주체할 줄 모릅니다. 그래서 앞서 말한 젊은이도 자기 안에 넘치는 에너지를 발산하고 싶은데 어떻게 써야할 지를 모르는 것입니다. 많은 젊은이들이 자신의 열정과 의욕, 즉 에너지를 꼭 직업이나 일을 통해서 풀려고 합니다. 그런데 꼭 그래야만 할 필요는 없습니다. 앞서 말했듯 직업은 자아실현보다는 봉사의 측면이 더 강합니다. 나의 넘치는 열정을 일 뿐만 아니라 보다 폭넓게 쏟아내다 보면 인생의 후반기에 쓸 수 있는 소중한 자산이 될 수 있습니다.

젊었을 때 하던 일을 육십대가 되어서도 변함없이 하고 있는 사람이 과연 몇이나 될까요? 회계사 사무실에서 일하는 이 젊은이가 언제까지 회계사 사무실에서 일할 것 같습니까? 직장 밖에서도 다양한 경험을 쌓다보면 적성에 맞는 무언가를 찾을 수 있을 것이고, 그렇게 찾은 무언가 덕분에 제2의 인생을 정비할 수도 있을 겁니다. 제2의 인생은 짧게 잡아도 약 30년 이상입니다. 그 세월을 젊었을 때와는 전혀 다른 세계에서 전혀 다른 방식으로 살아야 할지도 모릅니다. 그런 삶을 젊었을 때부터 준비해야 합니다. 그래서 기왕이면
직업이 아닌 다양한 방면의 사회 활동과 봉사로 이루어가는ㅠ 것이 좋습니다. 어느 분야든 좋습니다. 넘치는 힘을 쏟아 다양한 경험을 쌓는 좋은 방법 중의 하나는 직업이 아니라 ‘봉사’입니다. 그런 이야기를 젊은 친구들에게 했습니다.

우리 모두는 직업을 매개로 서로 연결되어 있다.
요즘 사람들은 뭐든지 혼자서 다 합니다. 밥도 혼자서 먹고. 혼자 영화 보고, 혼자 쇼핑하고, 혼자 지냅니다. 이렇게 뭐든 자기 혼자 다 한다고 생각하는데 사실은 아닙니다. 내가 입고 있는 옷은 절대로 내가 혼자 만든 게 아닙니다. 나를 위해서 내가 전혀 모르는 사람들이 만들어 준겁니다. 내가 가지고 있는 어느 것 하나 내가 직접 혼자서 만든 것은 없습니다. 나 혼자 아무리 잘나봐야 아무 소용없습니다. 나도 모르는 무수히 많은 사람들이 나를 위해서 일을 해주니까 혼자서 밥도 먹을 수 있고, 혼자서 영화도 쇼핑도 운전도 여행도 할 수 있습니다. 이게 앞에서 말한 직업의 본질입니다.

내가 어떤 일을 직업삼아 하고 있는 것은 내가 그 일을 하고 싶어서 하기 때문만은 아닙니다. 내가 전혀 알지 못하는 숱하게 많은 사람들이 본 적도 없는 누군가를 위해 힘들여 일을 합니다. 나 역시 누구인지도 모를 사람들을 위해 지금의 일을 하고 있습니다. 직업을 매개로 무수히 많은 사람들이 보이지 않게 서로 연결되어 있습니다. 이 연결망 속에서 우리는 우리도 모르게 서로 돕고 살아가고 있습니다. 이 연결망은 마치 공기와도 같아서 우리들은 늘상 잊고 삽니다.

그래서 이 복잡한 사회 속에서 내가 혼자서 살아간다고 생각하는 것입니다. 이런 생각이 내 마음을 가리고 있으면 될 일도 안 됩니다. 그게 중생들의 일이고 인생입니다. 물론 실제로 적성에 맞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나홀로의 삶에 익숙하다 보면 함께 꾸려가는 삶에 쉬 적응하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그럴 때면 사회라는 이 드넓은 바다에서 우리들은 보이지 않게 서로 연결되어서 서로 돕고 살아가고 있다는 점을 떠올려야 합니다. 나 홀로 사는 것보다 함께 살아가는 것이 훨씬 자연스럽고 행복하다는 것을 느낄 것입니다.

오늘은 ‘일’에 대해서, ‘직업’에 대해서 생각해보는 시간을 가져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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