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 일구는 불서佛書의 밭으로
지난 호에서는 조계사 맞은편 ‘템플스테이 홍보관’을 소개했다. 템플스테이 홍보관 건물은 그 전체가 불교문화 관련 업장 혹은 사무공간으로 쓰인다. 1층에는 템플스테이 홍보관, 3층과 4층은 우리나라 템플스테이 사찰 150여 곳을 총괄 관리, 지원하는 한국불교문화사업단, 5층은 코스형 사찰음식 전문점 ‘발우공양’이 입점한 식이다. 불교문화를 떠받치고 있는 것이 ‘불서’라고 하면 비약일까. 이번 호에서는 템플스테이 통합정보센터 지하 1층의 조계종 불교전문서점 향전과 그 인근 대형서점들로 향해본다.
불교전문서점 ‘향전’
– 서울시 종로구 우정국로 56, 지하 1층
– 운영: 월요일부터 금요일 오전 9시 ~ 오후 7시 (토일 휴무)
향전은 종단의 도서총판인 조계종출판사의 직영 서점이다. ‘조계종출판사’라는 단어는 불자들에게 비교적 익숙하다. 사찰의 달력이나 개인 수행을 위한 사경책 등 생활 곳곳에서 마주칠 기회가 많기 때문이다. 신도교육시리즈나 강원교재시리즈 등 실전 공부책은 물론이고 종단의 연구성과물을 책의 형태로 선보이는 곳이니 불교를 공부하고자 하는 이들에게는 말 없는 스승이기도 하다.
단어와의 친근감은 별개로 조계종출판사에서 펴낸 서적을 총망라하는 ‘공간’이 있다는 사실은 새로운 발견일 수 있겠다. 2009년, 당시 조계종 총무원장 지관스님의 원력으로 설립된 이래 마음 밭을 일구는 복전으로 역할해왔고, 현재는 불자들이 잠시 쉬어갈 수 있는 북카페로도 운영되고 있다.
입문자 전문가 할 것 없이 누구나 취향에 맞는 책을 둘러보고 구매할 수 있는 오프라인 공간이니 여행길 잠시 짬을 내어 들러볼 만한 공간으로 손색없다. <불교성전>을 비롯해 불교상용의례집, 경전 강독집 등 조계종 ‘공식’이라고 하는 문서는 모두 여기에 있으니 불교 관련 법회나 프로그램을 기획하는 아이디어 창구이기도 하겠다.
향전에 갈 때는 신도증을 잊지 말고 챙겨 가자. 신도증이 있는 불자가 책을 구매할 때는 온오프라인 상관없이 5~10% 할인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세상 사람들이 보는 불교 책은 무엇?
– 교보문고 광화문점
– 서울 종로구 세종로 1 (광화문역 4번 출구)
– 운영: 매일 오전 9시 30분 ~ 오후 10시
불교 내부의 시각으로만 불교를 보지 않고 불교 바깥, 세상의 시각에서 불교를 보고 싶다면 인근의 대형 서점으로 걸음을 옮겨보자. 세상의 모든 책과 굿즈들이 있는 것만 같은 세종대로 사거리 교보문고는 어떨까? 온라인 홈페이지상의 정제된 분류나 초스피드 ‘새벽배송’도 쓰임새가 있지만, 종이의 향기를 맡고 종이의 질감을 느끼며 큐레이터의 의도를 가늠하는 즐거움은 오직 현장에 있다.
먼저는 베스트셀러나 스테디셀러 진열장을 보면서 요새 세간의 담론을 가늠해보자. 평소 보지 않았던 다양한 분야의 책들을 둘러보면서 일상을 환기하는 것도 좋다. 영원한 평행선을 걷는 듯한 타종교 관련 서적도 종교에 대한 이해를 넓히는 데에 도움이 될지 모른다.
서간의 큐레이팅은 트렌드를 반영한다. <초역 부처의 말>(코이케 류노스케, 포레스트북스, 2024)은 온라인 월간 베스트에서 611계단을 상승해 <소년이 온다>(항강, 창비, 2014)에 이어 2위를 차지하고 있는데, 그 배경에는 최근 ‘원영적 사고’로 긍정의 아이콘이 된 아이돌 가수 장원영의 언급이 있었다. <정신과 의사가 들려주는 불교사용설명서>(전현수, 불광출판사, 2025), <밀교의 성불 원리>(중암 선혜, 불광출판사, 2025)도 신간으로써 주목받고 있는 불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