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불자 명상 갈래잡기

명상의 뿌리를 찾아서

여러분은 어떻게 명상을 시작하시나요. 대부분은 등을 바로 펴고 앉아 눈을 살며시 감고, 호흡을 관찰하는 것부터 시작합니다. 이 소박한 자세 속에 수천 년의 지혜가 담겨있습니다. 이렇게 단순해 보이는 동작이 어떻게 번뇌와 망상에서 벗어나 자기 본래면목을 찾는 길이 될 수 있었을까요. 문득 명상은 언제부터 전해 내려오게 된 것인지 궁금해집니다. 이번 호에서는 명상이 어떻게 시작되었는지, 그 뿌리와 흐름을 함께 찾아보도록 하겠습니다.

명상에 대한 최초의 기록, 『베다(veda)』

명상의 역사는 인류의 문명만큼이나 깊습니다. 최초의 문서화된 명상 수행의 기록은 인도의 『베다(Veda)』에서 발견되는 디야나(Dhyāna) 개념입니다. 베다는 기원전 1500년경부터 작성된 것으로 추정되는 힌두교 경전입니다. 시(詩), 철학적 대화, 신화, 의식용 기도문 등 암송해서 전해지던 가르침을 문자 기록으로 적어놓은 문헌입니다. 디야나는 깊은 명상적 집중 상태를 의미하는데, 마음을 한곳에 모아 깊은 통찰을 얻는다는 점에서 불교의 선정(禪定)과 유사한 면을 보입니다. 

파키스탄 모헨조다로 유적에서 발견된 ‘요가 수행자 상(像)’으로 추정되는 인장(印章)은 지금으로부터 5000여 년 전인 기원전 2500년경에 만들어진 것으로 알려져 인더스 문명 시기에도 이미 명상과 유사한 수행 전통이 있었을 가능성을 보여줍니다.

명상의 요람, 인도

고대 인도 수행자들에게 명상은 내면의 진리를 깨닫고 해탈에 이르게 하는 수단이었습니다. 인생의 목표가 깨달음을 통한 해탈(mokṣa)일 만큼 그들에게 진리를 깨닫는 것과 그 수행은 중요했습니다.

당시 인도에는 베다의 권위를 인정 혹은 부정하는 다양한 철학 학파들이 존재했습니다. 베다의 권위를 인정하는 정통파는 힌두 육파철학(니야야, 와이셰시카, 상키야, 요가, 미망사, 베단타)이고, 불교와 자이나교, 차르바카(유물론자) 등은 베다의 권위를 인정하지 않는 비정통파로 구분했습니다.

차르바카를 제외한 대부분의 학파들은 ‘인간의 고통은 근원적 무지(avidyā)에서 비롯된다’는 공통된 인식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무지를 극복하고 해탈하기 위해 저마다의 수행 체계를 구축해 나갔지요.

베다의 철학적 해석으로 발전한 『우파니샤드(upaniṣad)』와 이를 체계화한 베단타(vedānta) 전통에서는 ‘아트만(atmān, 개인의 참된 자아)과 브라흐만(brahman, 우주의 본질)이 하나’라는, 범아일여(梵我一如)의 깨달음을 추구했습니다. 쉽게 말하자면 각자의 진정한 자아는 우주의 근원적 실재(브라흐만)와 다르지 않다는 것이지요. 이들은 브라흐만과의 합일을 위해 호흡법(prāṇāyāma)과 감각의 제어(pratyāhāra) 등의 구체적인 수행법을 발전시켰습니다.

요가학파 전통에서는 이러한 수행법이 더욱 체계화되어 갔습니다. 기원후 2세기 경 파탄잘리가 집대성한 『요가수트라(yogasūtra)』에서는 이 글 서두에 언급한 디야나(선정)가 삼매(samādhi)에 이르는 핵심 단계로 자리 잡았습니다. 자이나교도 엄격한 금욕과 명상을 통한 선정을 강조하며, 업(karma)을 소멸하고 해탈하고자 했습니다.

붓다, 새로운 길을 열다

이러한 인도 수행 전통 속에서 붓다라는 혁명적인 통찰자가 등장했습니다. 당시 수행자들은 극단적인 고행이나 세속적 쾌락에 몰두하는 극단을 오갔습니다. 붓다는 이런 극단에서 벗어나 ‘지금 여기’ 이 순간을 있는 그대로 알아차리는 중도(中道)의 길을 제시했습니다. 이것이 혁명적이었던 이유는 초월적 실재나 영원한 자아를 상정하지 않고, 우리의 직접적인 경험 속에서 진리를 발견하는 길을 열었기 때문입니다. 

불교의 명상이 다른 명상들과 구별되는 지점은 삼법인에 있습니다. 불교는 모든 분별심을 떠난 지혜(般若, Prajñā)와 깨달음(菩提, bodhi)을 달성하기 위한 구체적인 방법으로 삼법인을 제시합니다. 모든 것이 변화한다는 ‘무상(無常)’, 고정된 자아가 없다는 ‘무아(無我)’, 모든 현상이 서로 의존하여 생겨난다는 ‘연기(緣起)’의 진리를 통찰하여 ‘고통(苦, duḥkha)’에서 벗어나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불교의 명상은 각 지역의 문화와 만나 다양한 수행법으로 발전했습니다. 마음을 고요히 하는 사마타(止, 큦amatha)와 이를 바탕으로 진리를 통찰하는 위빠사나(觀, vipa큦yanā)의 수행, 화두를 통한 선(禪) 수행, 밀교 만트라와 만다라를 활용한 수행 등으로 깨달음의 길을 제시합니다.

명상의 현대적 흐름

명상은 실크로드를 따라 여러 문화권으로 전파되며 각 지역의 수행 전통에 영향을 주었습니다. 이슬람 수피의 지크르(dhikr), 기독교의 묵상 기도 등이 그 예입니다. 동아시아에서는 도교의 수행법과 만나며 새로운 형태로 발전해 갔습니다. 

현대에 들어서며 명상은 종교를 넘어 과학적 연구의 대상이 되었습니다. 특히 서양을 중심으로 정신적 평화, 스트레스 관리, 집중력 향상, 전반적인 건강 증진을 위한 도구로 활용되기 시작했습니다. 불교 명상의 요소를 현대적 맥락으로 재해석하여 스트레스 관리와 정신건강을 도모하는 명상 프로그램이 개발되기도 했습니다. 대표적으로 존 카밧진이 불교의 알아차림(mindfulness) 수행에서 영감을 받아 개발한 마음챙김 기반 스트레스 감소 프로그램(MBSR, 1979)을 들 수 있습니다.

진정한 수행의 길

오늘날 많은 이들이 스트레스 해소나 심리적 안정을 위해 명상을 활용합니다. 출퇴근 전 짧은 ‘5분 명상’을 시도해보는 사람도 많고, ‘마음챙김 명상’ 등 다양한 기법들을 체험했다는 이들도 주변에 곧잘 생기곤 하지요. 의미 있는 시작입니다. 하지만 우리는 불자로서 명상의 더 깊은 의미를 알고 있습니다. 몸과 마음의 단순한 이완이나 스트레스 해소를 넘어, 불교적 해탈과 깨달음을 향해 가는 길이라는 것을 말입니다.

단순해 보이는 자세와 고요한 관찰로 시작되는 명상. 이것이 어떻게 위대한 깨달음의 길로 이어질 수 있었는지, 명상의 뿌리를 함께 살펴보았습니다. 다음 호에서는 불교가 한국으로 전파되기까지의 과정과 한국불교만의 독특한 선(禪)명상 체계가 어떻게 발전했는지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유윤정 | 동국대학교에서 인도철학과 불교학을 공부하고 동대학원에서 인도철학을 전공했다. 불교전문잡지 월간 「불광」의 기자로 일했고, 현재는 프리랜서 에디터이자 문화기획자, 요가·명상 안내자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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