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전속이야기

무상, 그 자연스러움을 받아들이면

함께 불교를 공부하는 분이 물으셨다. 

“욕망을 줄이려면 어떻게 하면 됩니까?”

참 좋은 질문이다. 욕망을 채울 방법, 즉 자신의 바람을 성취할 묘수를 찾는 사람이 대부분인데, 간만에 욕심을 줄여보겠다고 달려드는 사람을 만났으니, 참으로 기뻤다. 그렇다. 온갖 고통의 시발점이 자신의 욕망이었음을 인정하기란 쉽지 않다. 설령 인정했다고 해도 그 욕망의 철옹성을 허물기란 참으로 쉽지 않다. 어떻게 해야 할까? 왕비 케마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부처님께서 죽림정사(竹林精舍)에 머무실 때였다. 그때 젊고 아름다우며 재치에 귀여움까지 겸비한 케마라는 여인이 있었다. 결국, 그녀는 빔비사라왕의 사랑을 독차지하는 왕비가 되었다. 하지만 자신의 아름다움을 과신했던 그녀는 오만하고 또 질투심이 많았다. 

어느 날 왕궁의 시인과 가수들이 기쁨이 가득한 얼굴로 아름다운 노래를 부르는 것을 보고 그녀가 물었다. 

“그게 무슨 노래인가?”

“부처님이 머물고 계시는 대나무숲의 아름다움을 찬미하는 노래입니다.”

케마는 그 아름다움이 궁금해 곧장 대나무숲으로 향했다. 

마침 부처님께서는 그때 대중들에게 설법하고 계셨다. 부처님께서는 케마 왕비가 오는 것을 알고 신통력으로 아름다운 여인을 만들어 야자잎 부채로 당신 곁에서 부채질하게 하셨다. 

숲에 들어온 케마 왕비는 그 여인을 보고 깜짝 놀랐다. 

‘세상에 저토록 아름다운 여인이 있었다니! 나는 저 여인의 아름다움에 비하면 16분의 1일에도 미치지 못한다. 저렇게 아름다운 여인이 숲속 가난한 수행자 곁에서 부채질이나 하다니.’

케마는 여인의 아름다움에 놀라는 한편 바보짓을 한다며 안타깝게 여겼다. 케마는 부채질하는 여인에게서 눈을 뗄 수 없었다.

그때, 부처님께서 케마의 마음을 알아차리고 다시 신통력을 보이셨다. 빛나고 부드럽던 여인의 피부가 점점 푸석푸석해지더니 고왔던 얼굴에 검버섯이 피어나고 주름이 자글자글 늘어졌다. 길고 윤택했던 머리카락도 점점 거칠어지고 뻣뻣해지더니 똑똑 부러져버렸다. 통통하던 볼살은 낙타 뺨처럼 들러붙고, 날씬하던 허리는 통나무처럼 굵어지고, 배가 나오고 허리가 굽어 지팡이 없이는 지탱할 수 없는 위태한 모습이 되고 말았다. 

여인의 모습이 순식간에 변하는 것을 보고 케마는 깜짝 놀랐다. 

‘그 아름답던 여인이 한순간에 변하다니!’

하지만 그 놀라움도 뒤이어 벌어진 일에 비하면 약과였다. 휘청거리던 여인은 아차 하는 순간에 쓰러져 다시는 일어나지 못했다. 그리고 나무토막처럼 뻣뻣하게 굳어버리더니, 핏기 하나 없던 피부에 시퍼렇게 멍울이 지더니 시커멓게 변하고, 바람이라도 불어넣은 것처럼 배가 점점 부풀러 올랐다. 부풀러 오르던 배가 결국 터져버리자 참기 힘든 악취와 함께 썩은 분비물과 창자가 왈칵 쏟아졌다. 그러자 구더기를 비롯한 온갖 벌레들이 바글바글 달려들어 그 살을 뜯어 먹었고, 잠시 후 그 자리엔 하얀 해골만 남았다. 

케마의 입에서 한숨과 탄식이 터져 나왔다. 

‘아~’

케마의 마음을 알아차린 부처님께서 설법을 멈추고, 케마를 돌아보며 말씀하셨다. 

“케마여, 당신은 저 여인과 다르다고 생각지 마십시오.”

그리고 게송으로 말씀하셨다. 

케마여, 오온(五蘊)으로 구성된 이 몸을 살펴보세요. 

늙고 병들며 더러운 분비물이 흐르는 불결한 이 몸을!

이 게송을 듣고 케마는 드디어 부처님의 가르침이 진실이란 것을 인정하게 되었다. 케마가 마음을 열고 당신의 가르침을 받아들이는 것을 안 부처님께서 말씀을 이으셨다. 

“케마여, 당신의 몸뿐만 아니라 이 세상 모든 것이 이와 같습니다. 세상 사람들은 아침 이슬처럼 잠시 나타났다 사라지는 모습에 붙잡혀 욕심을 부리고, 성질을 부립니다. 실상을 알지 못하는 그 어리석음 탓에 사랑스러운 그것, 못마땅한 그것에 붙잡혀 다들 갈애(渴愛)의 강물을 건너지 못하는 것입니다.”

부처님께서는 케마에게 자세히 법을 설하시고 게송을 읊으셨다. 

거미가 자신이 쳐놓은 거미줄에 얽히듯이 

욕망에 빠진 사람은 욕망의 물살에 휩쓸려간다.

지혜로운 이는 이것을 잘라버리고

괴로움에서 벗어나 무욕(無欲) 속에 노닌다. 

이 게송을 듣고 케마는 깨달음을 얻었고, 출가하여 비구니 상수 제자가 되었다. 

욕망(慾望), “~그랬으면 좋겠네” 하는 마음이다. 바랄 수 있는 걸 바란다면 어찌 헛되다 할까? 바랄 수 없는 것을 바라니, 부처님께서 ‘헛되다’ 하신 것이다. 

봄이 가면 여름이 오고, 달도 차면 기울듯이, 모든 것은 변한다. 그 변화는 내가 원하는 어느 특정 시점에 머물지 않는다. 끝내 그럴 수 없다. 아무리 발버둥 쳐도 소용없다. 그게 자연(自然)이고 법칙(法則)이다. 

이것을 온몸 온 마음으로 받아들이기만 한다면, 그리하여 무상(無常)의 강을 따라 흐르기만 한다면, 욕심이 줄어드는 현상이 눈앞에서 펼쳐지는 날도 그리 멀지 않을 것이다. 

글. 성재헌(한국불교전서 번역위원)

일러스트. 박석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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