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전속이야기

뭐가 더 소중할까?

뭐가 더 소중할까? 

어느 고찰 커다란 법당에서 부처님께 절을 올릴 때였다. 

앞쪽에서 날카로운 쇳소리가 들렸다. 

“뭐 하는 짓이에요!”

고개를 돌려보니, 새파랗게 젊은 아주머니가 족제비 눈을 뜨고 꼬부랑 할머니에게 삿대질하고 있었다. 

마음속 비난의 화살이 아주머니를 향했다.

“저 아주머니 왜 저래~”

나는 모르겠다는 건지, 곧장 돌아선 할머니는 팔이 하늘에 닿을 만큼 치켜들고서 연신 부처님에게 절만 올렸다. 전후 사정을 파악해보니, 아주머니가 먼저 불단에 촛불을 켰는데, 뒤따라온 할머니가 훅~ 불어 끄고 자기가 가져온 초를 켰단다.

마음속 비난의 화살이 할머니를 향했다. 

“저 할머니 왜 저래~” 

대꾸도 하지 않는 게 더 괘씸했나 보다. 씩씩거리던 아주머니는 할머니 앞까지 쫓아가 언성을 높였다.

“이 염치없는 할망구야, 노망이 들었으면 집구석에 처박혀 있지 절에는 왜 와!”

그 순간, 비난의 화살이 다시 아주머니에게로 확 돌아섰다. 

“어휴, 저 아주머니 왜 저래~”

이기심의 충돌현장을 목격한 그 날, 내내 불쾌함을 떨칠 수 없었다. 

‘저럴 거면 왜 절에들 왔을까…’

귀한 시간에 돈 들여서 절에 온 까닭도, 촛불을 켜는 까닭도, 코가 땅에 닿도록 절하는 까닭도 모두 공덕을 쌓기 위함이다. 거기에 ‘이기심’이라는 불순물이 끼어드는 순간, 공덕은커녕 악취 풍기는 오물이 되고 만다. 구더기 쓴 된장처럼. 수행(修行)도 마찬가지다. 

<<대지도론>>에 이런 이야기가 나온다.

옛날에 인적도 없는 외진 숲속에서 홀로 고행하던 울다라가(鬱陀羅迦)라는 수행자가 있었다. 고귀한 삶을 향한 열정을 품은 그에게 혹독한 추위와 굶주림, 외로움은 문제가 되지 않았다. 순순한 열정과 노력 덕분에 그는 세상 사람들이 가지지 못한 놀라운 능력들을 얻게 되었다. 하늘을 날고 물 위를 걸으며, 먼 곳에서 일어나는 일도 눈앞처럼 보고, 먼 마을에서 속삭이는 이야기까지 맘만 먹으면 들을 수 있었다. 게다가 마주한 상대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훤히 들여다보이고, 말하지 않아도 그의 과거까지 알 수 있었다. 

그에 대한 소문은 곧 세상에 퍼졌고, 그 나라 왕의 귀에까지 들어갔다. 위대한 성자가 출현했다고 여긴 왕은 곧 신하를 보내 그를 궁전으로 초대하였다. 울다라가는 왕이 보낸 화려한 수레를 돌려보내며, 내일 왕의 식사시간에 맞춰 알아서 가겠노라고 했다. 

다음날, 식사시간이 되자 울다라가는 하늘을 날아서 왕궁으로 들어왔다. 이를 목격한 왕은 땅바닥에 엎드려 절을 올리고, 안으로 모셔 직접 음식을 대접하였다. 식사가 끝난 뒤 축원하고 가르침을 베푸는 시간이 되었다. 풍습대로 왕궁의 모든 사람이 들어와 성자께 인사를 드렸다. 성자께 인사할 때는 그의 두 발을 손으로 잡고 이마를 대거나 입을 맞추는 것이 예의였다. 

왕의 부인들도 풍습에 따라 성자의 발에 예를 올렸다. 왕의 부인 중 아름다운 한 여인이 두 손으로 그의 발을 감싸는 순간, 울다라가는 신통력을 모두 잃고 말았다. 마음에 탐욕이 일어났기 때문이다. 

신통력을 잃어버린 울다라가는 얼렁뚱땅 축원하고, 급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돌아올 때는 왕의 수레를 빌려 타야만 했다. 산으로 돌아온 울다라가는 분통이 터졌다. 수십 년 노력이 한순간 물거품이 되고 말았기 때문이다. 

울다라가는 신통력을 되찾고자 다시 일심으로 전념하였다. 밤이 지나고, 그의 마음은 다시 고요해지기 시작했다. 아침 햇살이 밝을 무렵, 나무 위로 갑자기 새떼가 날아들어 한바탕 요란스럽게 재잘거렸다. 그 소리에 놀라 선정에서 깬 울다라가는 성질을 부렸다. 

“저놈들 때문에 제대로 수행을 할 수가 없어!”

신경질이 난 울다라가는 나무를 걷어차고, 곧 물가로 갔다. 잔잔히 흐르는 물살에 그곳은 평화롭고 고요했다. 마땅한 수행처를 찾았다 여긴 그는 다시 기분이 좋아졌다. 울다라가는 다시 몰입하여 선정에 깊이 들어갔다. 그리고 저물녘이 되었다. 첨벙~ 첨벙~ 석양빛에 날아든 하루살이를 잡아먹으려고 물고기들이 뛰기 시작했다. 그 소리에 놀라 다시 선정에서 깬 울다라가는 화를 참을 수 없었다. 

“저것들이 정말! 내 저놈들을 가만두나 봐라.”

울다라가는 제대로 선정을 닦지 못하고 새 탓 물고기 탓만 하다가 얼마 후 죽고 말았다. 그리고 다음 생에 수달로 태어났다. 그는 물속을 자유자재로 노닐면서 물고기를 잡아먹고, 나무 위 새 둥지까지 날름날름 털어먹었다. 그리고 다음다음 생에는 그 살생의 업보로 지옥에 떨어지고 말았다. 

이기심을 앞세우는 것은 세상살이만으로도 족하다. 

그걸 버리라고 가르쳐주신 분이 부처님이고, 그래 보겠다고 모이는 곳이 절이다. 

부디 절에서만큼은 다들 ‘자비’와 ‘인욕’을 소중히 여겼으면 좋겠다. 

글. 성재헌(한국불교전서 번역위원) / 일러스트. 박석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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