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증심

백차와 녹차

자연 그대로 순수함의 미학, 백차

백차(白茶)라는 이름에서 풍겨오는 단정함 때문일까. 이름 그대로를 탕에 녹여낸 듯 싱그럽고 푸릇한 맛 때문일까. 은은한 향과 맑은 기운으로 차 애호가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백차는 ‘가장 순수한 차’로 불린다. 세계적 수요가 늘어나는 추세이며, 여름철 차를 차갑게 우려서 즐기는 냉침으로도 잘 어울려 젊은 층의 관심을 받고 있다.

  중국 복건성(푸젠)에서 유래한 백차는 찻잎의 자연스러운 상태를 가장 온전히 담은 차로, ‘첫 해에 마시면 차, 3년이 되면 약, 7년이 되면 보배’라는 별칭을 가지고 있다. 몸 안의 습을 제거하는 효능이 있어 감기기운이 있을 때나 컨디션이 좋지 않을 때 오래된 백차를 약처럼 마신다고 하는데, 근대 우리나라 하동-악양 지역에서도 잭살 발효차를 감기에 좋은 ‘고뿔차’로 마셨다는 구술이 있으니 비슷한 맥락으로 볼 수 있겠다. 

  백차의 공정은 채엽 – 위조 – 건조가 전부다. 찻잎을 자연 바람과 햇빛 아래 건조시키는 전통적인 위조(萎凋) 과정을 거치는데, 찻잎의 은빛 솜털과 신선한 본연의 맛을 온전히 간직하고 있다. 생산된 백차는 시간이 지나면서 서서지 자연산화한다. 햇백차와 노백차의 맛이 다른 것은 이 때문이다. 

  가장 유명한 백차는 단연 백호은침(白毫银针)이다. 어린 싹만을 선별해 만든 프리미엄 백차로, 솜털에 둘러싸인 오동통한 순의 모양이 ‘흰색 털이 달린 은색 바늘’처럼 생겼다고 해서 붙은 이름이다. 백모단(白牡丹)은 어린 싹과 한두 장의 잎 즉 1창2기 부위를 사용하여 만든 백차로, 은침에 비하여 풍부한 향미를 풍긴다. 백모단보다 더 성숙한 잎을 사용하여 깊은 맛을 내는 수미(寿眉)와 수미보다 어린 잎을 사용하는 공미(贡眉) 등의 종류가 있다. 최근에는 일부 수제차 다원에서도 한국형 백차 가공을 시도하고 있다. 

명불허전 생산량 1위, 녹차

녹차는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이 소비되는 차다. 전체 차 생산량의 약 30%를 차지하며, 가장 많이 생산되고 소비되는 차종이다. 특히 차의 종주국 중국에서는 64%의 압도적인 비중을 자랑한다. 

  녹차의 제조 과정은 찻잎의 산화(발효)를 억제하여 푸른 색과 신선한 맛을 유지하는 데 중점을 둔다. 어린 잎을 채엽하여 살짝 숨을 죽인 후 열로써 산화 효소를 파괴하는 살청(殺青) 과정을 거친다. 이후 찻잎의 향미 성분이 잘 우러나도록 찻잎에 상처를 내는데 이것이 찻잎을 손으로 비비는 유념(揉捻) 과정이다. 이어서 건조와 정제, 선별이 이뤄진다. 

  절강성의 용정차(龙井茶)와 안길백차, 강소성의 벽라춘(碧螺春), 안휘성의 태평후괴(太平猴魁) 등이 중국에서 알아주는 녹차 종류이다. 일본 역시 내로라하는 녹차 애호국이다. 일본에서 생산되는 차의 80% 이상이 녹차인데, 고급 녹차인 교쿠로(玉露), 일반적으로 우려마시는 잎차인 센차(煎茶), 줄기를 볶아서 만든 호지차, 잎차를 분말낸 말차(抹茶) 등으로 다양하다. 교토 우지에서는 차광재배를 통한 고급 말차가 유명하고, 일반적인 센차는 시즈오카현, 카고시마 순으로 생산한다.  

  우리나라에서 잘 관리된 차밭으로 유명한 것은 보성이고, 개성 있는 수제차로 유명한 곳은 하동이다. 채엽 시기에 따라 우전, 세작, 중작, 대작 등으로 분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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