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에이터의 증심사 놀이

‘불교여행자’ 유튜버 강산

불교 유튜브계의 시조새

  유튜브 구독자 2.97만. 백만, 천만 구독자를 거느린 스타 유튜버들이 득세인 시대지만 3만 명에 가까운 대중에게 지속적인 관심을 받는 일이 결코 작거나 가볍다 할 수는 없을 것이다. 특히 개인 기록자에게는 불모지에 가까운 불교 유튜브 바닥이라면. ‘불교여행자’라는 정체성으로 전국 각지의 템플스테이와 불교문화, 또 불교의 정신을 담아내고 있는 강산은 유튜브 채널 운영 8년차의 청년 불자다. 그동안 백여 곳의 사찰에 다녀왔지만 무등산 증심사는 초행이라고.  

  “의외에요. 막연하게 증심사는 평지 도심 한가운데 위치해 있고 사람들이 와글와글한 사찰일 것이라고 생각했거든요. 유튜브나 소식지 같은 문화 활동이 활발하니 당연히 규모가 큰 절이라고 여겼죠. 직접 와보니 소박하게까지 느껴져요.”

  절 구성원의 입장에서는 강산의 대답이 의외다. 관성적으로 ‘천년고찰 증심사에 소박하다는 표현이 어울리는가?’ 반발했지만 수긍이 가는 면이 있다. 익숙한 개념을 초행자의 눈으로 낯설게 보게 된다.  

  “올해 초 채널명을 ‘불교여행자’로 바꾸었어요. 지난 7년간 사찰 여행을 한다고 했지만 사실은 그걸 통해 불교를 여행했더라고요. 최근에는 스님들을 만나서 이야기를 들어보는 작업을 해가고 있습니다. 증심사 주지 중현스님이 하고 있는 피자가게도 궁금해요. 제목만 듣고는 템플스테이에서 피자를 주는 거라고 생각했는데 아니더라고요. 날이 풀리면 다시 찾아와서 인터뷰를 하고 제 채널에 스님의 활동을 소개하려고 합니다. 단순히 먹을 것을 주는 차원을 넘어서 무엇을 전달하고자 하는 것인지요.” 

“스님이 추천하는 동구 맛집 어때요”

  불교 유튜브계의 ‘시조새’가 바라보는 증심사의 콘텐츠는 어떨까. 

  “증심사 유튜브는 영상미가 무척 좋아요. 한눈에 봐도 전문가가 공을 들이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죠. 산사의 소리나 무등산 해 뜨는 모습 등을 담아서 영상미라는 특색을 강화해도 좋겠어요. 작업자 중심의 시선보다는 소비자가 어떤 것을 원하는가를 생각하면 더 많은 것들이 보이더라고요. 콘텐츠를 증심사에서 무등산으로, 무등산에서 광주 전체로 확장해도 좋죠. ‘주지스님이 추천하는 동구 맛집과 카페 소개’. 클릭하고 싶지 않겠습니까?”

  콘텐츠의 시대. 일반인들의 트렌드와 불교를 어떻게 융합해나갈 것인가가 일선 사찰들의 지상 과업이다. 그런데 강산은 굳이 새로운 콘텐츠를 만들 필요가 있는지 반문한다.

  “지금 있는 콘텐츠들을 사찰의 공간성과 연결하면 일이 수월할 것 같아요. 무등산은 운동하는 사람들이 주로 오는 곳이니까 광주의 러닝크루와 콜라보해서 증심사를 기점으로 차 한 잔 마시는 기획을 한다던지. 국립공원인 증심사는 불가능하겠지만 아름다운 국도와 연결된 사찰들은 오토바이 크루와 협업하여 ‘오토바이 삼사순례’ 같은 것을 진행할 수도 있지 않을까요?”

콘텐츠에서 발심을 기르다

  통통 튀는 아이디어는 외려 ‘여행자’이기에 가능한 것일지도 모른다. 지금에 와서 강산은 제법 이름이 알려진 청년 불자이지만 스무 살까지는 인생에 ‘불교’라는 말 자체가 없었다. 흔히 ‘어머니(할머니)의 손을 잡고 절에 간 것이 좋은 추억으로 남아있어요’ 하는 경우와는 그 틀이 아주 다른 것이다. 그러니 기성과 관성을 바탕으로 강산의 이야기를 들으면 계속해서 무언가 낯선 의외성을 발견하게 된다. 

  “부모님은 불자가 아니세요. 군대에서 처음 불교를 접했죠. 군법당에서 느낀 편안함을 다른 친구들에게도 알려주고 싶어서 전역 후 ‘이이고절런’이라는 유튜브 채널을 만들었어요. 드레드(땋은) 머리를 하고 스타일은 힙합. 원래 비보잉 춤을 췄거든요. 채널 초기부터 워낙 개구진 이미지였다 보니 불교의 법도를 잘 몰라도 크게 나무라지 않으셨죠. 대부분 기성 불자님들이 초심자의 서투름을 너그럽게 받아주시고 긍정적으로 봐주시는 것을 느꼈어요.”

  ‘108배를 한 달 하면 무슨 일이 생길까?’라는 제목으로 업로드한 게시물이 조회수 5.4만을 기록하며 상위권에 랭크되어 있다. 바다에 뛰어들어 한여름을 즐기는 경주 골굴사 템플스테이나 무문관을 체험하는 공주 갑사 템플스테이 같은 콘텐츠도 클릭수가 높다. 여행과 체험 위주의 콘텐츠가 최근에는 여러 스님들과의 대화나 봉정암 순례 같이 불교적 이야기를 담아내는 경향으로 변화하고 있다. 

  “처음 불교와 나의 관계는 ‘사찰여행’ 정도였어요. 그런데 여행하며 들었던 스님들의 말씀이 몸과 마음 어딘가에 붙어있었나 봐요. 어머니가 돌아가시면서 ‘나는 어떻게 살아야 하지?’라는 질문을 정말 많이 던졌거든요. 엄마와의 관계를 생각하다보니 부처님의 연기법이 피부로 와닿기 시작했어요. ‘잘 살아야겠다’는 다짐도 했는데, 그러기 위해선 스님들과 부처님의 말씀을 잘 알아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죠.”

  아는 것에서 하는 것으로의 전환. 익은 것을 설게 보게 되는 순간. 발심이다. 강산은 최근 지난 7년 동안 다녔던 불교 여행을 전시로 정리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 도자기를 빚어 찻잔을 만들고 불교를 만나서 변화하는 모습을 영상으로 담아 4월 서울 코엑스에서 열리는 불교박람회에서 선보인다고. 

  “불교유튜브를 10년 프로젝트로 설정했어요. 초창기에는 구독자 주 연령층이 20대에서 40대였거든요. 이걸 하면서 제 나이가 7살 늘어나기도 했고 만드는 콘텐츠가 변화함에 따라서 최근에는 30대부터 50대까지가 많아졌어요. 10년이 지나면 강산이 변한다는 말이 있죠. 저 강산도 불교를 만나 많이 변한 것을 느껴요. ‘어떻게 변했는가’를 다시금 보는 것이 앞으로의 화두일 테죠.”

  공부도 놀 듯 하는 것이라고 누군가 그랬다. 불교는 여전히 강산의 놀이터이고 그 자체로 공부터가 될 것이다. 그 과정을 영상으로 만나볼 수 있으니 기성 불자들에게도 얼마나 큰 기쁨인지. 유튜버에 ‘불교여행자 강산’을 검색해보시라. 구독과 알람설정, ‘좋아요’는 그의 놀이를 몇 편 클릭해보고 결정해도 늦지 않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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