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새봄 새시작: 올해 증심사에서는

  봄이 어김없이 찾아오고 있습니다. 적묵당 앞뜰 목련은 이제 곧 피어날 목련꽃을 묵묵히 준비하고 있습니다. 단단히 맺힌 꽃봉오리에서 굳은 의지가 전해옵니다. 계절의 끝자락에 서서, 추운 겨울 내내 봄을 준비하는 나무의 힘을 생각합니다. 증심사도 겨우내 봄을 준비해왔습니다. 지난 가을, 뜻밖의 화마의 피해를 입었지만 그는 그대로 수습하되 다른 한편 할 수 있는 일은 최선을 다해 준비하자 서로를 격려했습니다. 새봄, 기지개를 켜는 증심사 새 소식을 전합니다. 

  새봄, 가장 먼저 기지개를 켜는 것은 템플스테이입니다. 증심사는 지난 해 9월 공양간 화재로 인해 템플스테이 가동을 전면 중단했습니다. 세 끼의 공양을 온전하게 제공하지 못한 채 체험자를 받을 수는 없는 일이었지요. 그렇기 때문에 화재 이후 무엇보다 시급했던 것은 임시공양간을 만드는 일. 공양간 복원불사를 하는 데에는 긴 시간이 소요될 것이므로 최소 2~3년간 안정적으로 공양 시스템을 가동할 수 있는 임시공양간을 마련해야 했습니다. 그리고 임시공양간 가동과 함께 마침내 3월 17일, 템플스테이 프로그램을 재개합니다. 

매일매일, 휴식형 템플스테이 

  템플스테이의 기본은 ‘휴식’입니다. 복잡한 시내를 벗어나 산사에서 머무는 하룻밤이 바쁜 현대인들의 로망이지요. 온돌바닥 뜨뜻한 방사에서 간만의 단잠을 누려보기도 하고, 창호지 너머로 흘러가는 새소리, 물소리, 목탁소리에 다만 귀를 기울여보기도 합니다. 저녁식사는 비건식 발우공양. 생전 들어가 볼 일 없었던 법당에 들어가 사찰예절을 배우는 것도 특별한 경험이 됩니다.

저녁공양 이후에는 스님의 손때 묻은 차살림이 있는 차실에서 따뜻한 차를 나누어 마십니다. 불교 또는 스님에게 궁금했던 점을 물을 수도 있고, 멀게만 느껴지는 스님을 한 명의 이웃으로 마주하는 시간이기에 가히 휴식형 템플스테이의 백미라 할 법합니다.

  취침은 밤 9시. 이 시간 불을 끄고 잠자리에 드는 것은 얼마만일까요? 일상과는 완전히 다른 절집의 리듬 안에서 마음의 긴장을 내려놓게 합니다. 이튿날 새벽예불과 아침공양 이후에는 경내와 무등산을 산책하는 시간이 준비되어 있고요. 점심공양을 기다리며 마루에서 빈둥거리다보면 금세 1박2일의 템플스테이가 마무리됩니다. 

매월 셋째 주, 요가가 있는 템플스테이

  2021년 12월 첫 요가템플스테이를 선보인 이래 증심사는 꽉 채운 3년여 동안 매달 요가 프로그램을 운영했습니다. 불교와 요가의 결합에 서울을 비롯한 전국에서 참가자들이 모여들었습니다. 템플스테이 잠정 중단으로 아쉽게 말아놓았던 요가 매트를 3월부터 다시 취백루에 깔아둡니다.  

  매월 셋째주 금, 토요일에 열리는 ‘요가가 있는 템플스테이’ 프로그램은 일부 강화되었습니다. 요가의 고요와 불교의 고요가 만나는 지점을 보다 늘려보았는데요. 불교와 요가의 관계를 짚어보는 한편 ▲태양경배 시리즈 ▲좌선으로 향하는 ‘잘 앉기’ 요가 ▲산스크리트 이름으로 배우는 아사나(자세) ▲여성을 위한 월경 요가 등 다채로운 프로그램을 제공합니다. 프로그램 곳곳에 촛불명상과 좌선, 싱잉볼 소리명상 등을 배치하여 1박2일 동안 다양한 수단을 통해 명상에 다가갈 수 있도록 합니다. 남녀노소 누구나 자신만의 속도로 요가적 무드를 누릴 수 있을 것이에요. 물론 스님과의 차담 시간도 준비되어 있습니다. 

  한편, 그동안 듬직한 무게감으로 북인도 정통 요가스타일을 지도해오신 샥띠무드라 선생님(장흥 사띠아난다 요가아쉬람)을 보내드리며 감사의 인사를 드립니다. 앞으로 요가 템플스테이는 제주와 남인도에서 요가를 수련한 새로운 안내자가 진행합니다. 

매주 토요일, 차와 명상이 있는 원데이클래스

  주말의 칠(Chill) 무드를 절에서 보낸다면 얼마나 좋을까?” 오랜 시간 신행과 봉사 등으로 절에 오는 것이 숨 쉬듯 자연스러운 불자님들과는 달리, 요즘 젊은 친구들은 불교에 관심이 있어도 절에 오는 방법을 모릅니다. 아는 사람 하나 없고 특별히 할 일 없이 절에 가자니 좀 쑥스럽기도 하고, 그렇다고 템플스테이(1박)를 하자니 망설여지는 거예요. 

  이에 증심사는 사찰을 문화의 공간, 배움의 공간, 이완의 공간으로 제시하는 새 프로그램을 기획했습니다. 당일형 템플라이프 형식을 딴 ‘차와 명상이 있는 원데이클래스’입니다. 주말 오후 반나절을 할애하여 도심 속 산사에서 마음의 평화를 찾아가는 시간을 마련합니다. 

  개완을 이용하여 차를 우려보고, 싱잉볼 소리를 따라가며 소리명상에 잠겨봅니다. 지도법사 스님이 안내하는 불교식 자아탐구 명상을 체험하고, 증심사 주지 중현스님과 진솔한 차담을 나눌 수 있지요. 매주 토요일 오후 2시 입재하여 세 개의 프로그램을 체험하고 맛있는 사찰음식 한 끼로 저녁까지 해결하는, 건강하고 느긋한 주말 클래스에 참여해보세요. 

 한 달에 한 번 기분전환 겸 드라이브 겸 불교문화 공부까지 할 수 있었던 순례 프로그램 ‘길따라 절따라’가 4월부터 다시 시작됩니다.

2019년 4월 공주 신원사와 국립진주박물관을 시작으로 길따라절따라 답사팀은 2023년 6월까지 신안, 통영, 함양, 여주, 제주, 고령, 고창, 무주, 경주, 진주, 군산, 안동, 서산, 양산, 익산, 대구, 부여, 영주 등지의 사찰과 해당 지역 역사문화 요지를 탐방했습니다. 마지막 해 3월에는 일본 교토의 불교사찰 11곳을 둘러보는 열정을 불태우기도 했지요. 

  올해 길따라절따라는 너무 멀리 가지 않아도 등잔 밑에서 나름대로의 반짝임을 유지하고 있는 사찰을 재발견하는 여행길이 될 예정입니다. 남도에는 아름다운 사찰이 얼마나 많은가요. 지근거리라고, 오가다 들러보았다고, 그래서 다 안다고 생각하는 사찰들이 역설적으로 어쩌면 우리 지역 불자님들이 발길을 기다리고 있을지 모릅니다. 한 달에 한 번, 지역의 역사문화를 둘러보는 특별한 나들이 길에 여러분을 초대합니다. 

  지장전 영구위패단이 새단장을 했습니다. 기존 지장전에 안치 가능했던 영구위패는 800위가 모두 소진되어 위패단을 새로이 조성하면서 영구안치 가능한 위패를 1700여 위 규모로 대폭 늘렸습니다. 

  지장전은 지옥중생을 모두 구제하고 나서 성불을 이루겠다는 서원을 세운 지장보살님을 모신 전각으로, 돌아가신 선망부모와 조상님들이 언제나 부처님의 가르침을 접할 수 있도록 하는 공간입니다. 이런 까닭에 자손이 끊어져 대를 이어 제사를 올릴 수 없거나, 자손이 있다 하더라도 사찰에서 스님들이 정성을 다한 재(齋)를 올려주기를 바라는 경우에 영구위패를 모십니다. 각종 법회나 재 의식, 명절 합동차례 등 어떤 행사에도 선망부모를 잊지 않고 공양 올리겠다는 지극한 효심의 발로이기도 합니다. 

  유교에서 제사를 올리는 본뜻은 원시보본(原始報本), 즉 처음을 찾아서 뿌리에 보답하는 일이기 때문입니다. 우리들이 제사를 허례허식이라고 폄하하면서도 여전히 제사로부터 자유롭지 못한 것은 유교적 이데올로기가 우리들 마음 깊이 새겨져 있기 때문입니다. 반면 불교에서 재를 지내는 것은 영가님들을 깨달음으로 인도하기 위함입니다. 죽은 자와 산 자 모두 몸과 말과 생각으로 지은 세 가지 업을 맑게 하여 악업을 짓지 않겠다는 다짐이기도 합니다. (중현스님 <제사의 모든 것> 중 발췌) 새로이 영구위패를 모시며 이러한 불교식 재의 참뜻을 다시 한 번 되새겨봅니다. 

문의/접수 증심사 종무소 062) 226-0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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