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전속이야기

수행은 어려움 속에서

 

당나라 때 측천무후(則天武后)가 당시 명성이 자자했던 큰스님들을 궁중으로 초청해 공양을 올렸다. 그리고 그들의 도력을 시험해 보려고 목욕탕에 모시고 궁중의 미녀들에게 시중을 들게 하였다. 그때 다들 당황하며 어찌할 줄 몰랐는데, 혜안국사(惠安國師) 한 분만은 아무 일 없다는 듯 태연하였다. 그러자 측천무후가 “물속에 들어가 봐야 비로소 키가 큰 사람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라며 탄복하였다고 한다. <중아함 모리파군나경>에도 비슷한 이야기가 나온다. 

부처님께서 사위국 기원정사에 계실 때였다. 그때 인물도 좋고 언변도 뛰어난 모리파군나 비구가 있었다. 비구들보다 비구니들이 그들 더욱 환대하고 공경하였다. 그래서 그는 자주 비구니들과 어울렸고, 법회는 물론이고 종종 식사도 함께하였다. 곧 흉흉한 소문이 돌았고, 몇몇 비구가 그의 잘못을 지적하였다. 그러자 그는 화를 내고 미워하며 싸우기까지 하였다. 소식은 곧 부처님에게 전해졌다. 부처님께서 모리파구나 비구를 불러 물으셨다.

“비구니와 가깝게 지낸다고 지적하는 사람이 있으면 네가 화를 내고 싸운다고 하는데, 사실인가?”

모리파군나는 억울하였다. 비구니들과 가깝게 지내긴 하지만 오누이처럼 여겼지 계율을 어긴 적은 없기 때문이었다. 

“사실입니다. 하지만 세존이시여, 얼토당토않은 의심을 하니 제가 화가 난 것입니다. 정당한 근거를 가지고 말했다면 화내지 않았을 것입니다.” 

부처님께서 잠시 침묵하셨다가 말씀하셨다.

“파군나야, 너는 세상 속에서 잘잘못을 가리며 이익을 다투는 사람인가, 출가한 사람인가?”

“출가한 사람입니다.” 

“파군나야, 너는 지극한 믿음으로 출가하여 집 없이 살면서 도를 배우고 있는가?” 

“그렇습니다. 세존이시여.”

“그렇다면 탐욕과 분노가 일어날 때 그 탐욕과 분노를 끊고, 탐욕과 분노를 잠재우는 의욕과 생각을 배우고 익히고 닦아야 한다.”

모리파군나가 고개를 숙이고 말이 없자,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파군나야, 옛날에 비타제라는 거사의 부인이 있었다. 그녀는 땅과 재산이 헤아릴 수 없이 많고 살림살이도 풍족한 큰 부자였다. 그녀는 늘 이웃을 인자한 웃음으로 대하였다. 곧 ‘비타제 부인은 잘 참고, 온화하며, 자신을 잘 다스리고, 마음이 항상 안정된 분이다’는 명성이 사방에 널리 퍼졌다. 

그때 그녀 집에 ‘깜뚱이’라 불리는 종이 있었다. 종은 그 소문을 듣고 의아했다. 정작 한집에 사는 자신은 그렇게 느낀 적이 없기 때문이다. 그래도 남들이 침이 마르도록 칭찬할 때는 까닭이 있겠지 싶어 시험해 보기로 마음먹었다. 

다음날, 종은 아침 해가 떴는데도 일부러 드러누워 일어나지 않았다. 그러자 부인이 방문 앞을 지나면서 날카로운 목소리로 말했다.

‘어휴, 해가 떴는데 아직도 자빠져 자는군!’

종은 역시나 싶었다. 

‘비타제 부인에 대한 사람들의 칭찬은 속을 모르고 하는 소리야. 저 봐! 잘 참지도 못하고, 온화하지도 않고, 자신을 잘 다스리지도 못하고, 마음이 안정되지도 못하잖아!’

그래도 종은 다시 생각해 보았다. 

‘아니야, 내가 잘 모르는 것일 수도 있어. 한 번 더 시험해 보자.’

점심이 가까워지자 부인이 찾아와 고함을 질렀다.

‘깜둥아, 아직도 안 일어났냐!’

대답이 없자 부인이 문을 쾅쾅 두드렸다. 종은 아예 방문을 걸어 잠갔다. 한참의 소란에도 대답이 없자 부인은 혼자 씩씩거리다 돌아섰다. 해 질 무렵이 되어서야 종이 방문을 열고 나와 부엌으로 향했다. 부인은 종을 보자마자 소리쳤다.

‘이 깜둥이 종년아! 네 할 일도 하지 않고, 이제 내 말도 듣지 않는구나.’

종은 고개를 숙이고 가만히 있었다. 종이 대답이 없자, 부인이 악에 받쳐 소리쳤다.

‘이년이 이제 날 무시하네!’

부인은 이마에 세 줄 핏대를 세우더니 부엌문을 잠그고 몽둥이를 집어 들었다. 그리고 종의 머리를 내리쳤다. 피가 사방으로 튀었다. 종은 피범벅이 된 얼굴을 감싸 쥐고 밖으로 뛰쳐나왔다. 그리고 놀라 얼굴로 바라보는 이웃들에게 큰 소리로 말했다. 

‘여러분, 비타제 부인의 명성은 거짓입니다. 보십시오. 잘 참고, 온화하고, 자신을 잘 다스리고, 마음이 안정된 사람이 저를 이 지경으로 만들겠습니까? 제가 아침에 일어나지 않자, 비타제 부인은 어디 아프냐고 안부를 묻기는커녕 핀잔부터 주었습니다. 그리고 욕하고 몽둥이로 두들겨 패기까지 하였습니다. 여러분 아셔야 합니다. 비타제 부인은 남들이 볼 때만 인자하지, 사실 성질이 모질고, 급하고, 더럽고, 거칠고, 자신을 제어하지 못하고, 마음이 안정되지 않은 사람입니다.’”

부처님께서 말씀을 멈추고 물으셨다.

“파군나야, 너는 어떻게 생각하느냐? 비타제 부인은 자신을 잘 다스리는 사람인가, 다스리지 못하는 사람인가?”

파군나가 대답하였다.

“자신을 잘 다스리지 못하는 사람입니다.”

세존께서 말씀하셨다. 

“사람들이 하는 말은 일정하지가 않단다. 상황에 적절한 말을 할 때도 있고, 상황에 맞지 않는 엉뚱한 말을 할 때도 있고, 참된 말을 할 때도 있고, 참되지 않은 말을 할 때도 있고, 부드럽게 말할 때도 있고, 딱딱하게 말할 때도 있고, 상냥하게 말할 때도 있고, 거칠게 말할 때도 있고, 의미 있는 말을 할 때도 있고, 의미 없는 말을 할 때도 있다. 그럴 때, 수행자는 그런 말에 휘둘려 마음이 흔들리거나 요동쳐서는 안 된다. 그런 말에 휘둘려 거친 말과 행동으로 갚아주려 한다면 그는 출가 수행자라 할 수 없다. 그리고 그런 사람은 반드시 쇠퇴한다.” 

어려운 일을 겪어봐야 그 사람의 참모습을 알 수 있다. 형편이 좋을 때는 성인군자 아닌 사람이 없기 때문이다. 수행(修行), 어려움 속에서 실천하는 것이다.

글. 성재헌

일러스트. 박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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