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우리 절 신행단체
어르신식당 목요봉사팀
우리 절 증심사가 있는 동구 지역에서 사회공헌단체로 활약하고 있는 자비신행회는 매일 점심 관내 어르신들에게 공양을 대접하는 어르신식당을 운영한다. 요일별로 각기 다른 봉사단체가 참여하는데, 증심사는 그 중에서도 목요일 어르신식당을 책임진다. 20여 년 전, 봉사 초창기에는 다달이 5~6만 원 어치의 간식을 어르신들에게 보시하던 것이 지금에 와서는 어르신식당 봉사가 됐다. 1년 회비가 10만 원이고, 달에 한 번은 후원금 보시를 한다. 이외에도 봉사자의 집안에 애경사가 있을 때는 기쁜 마음으로 특식 ‘턱’을 낸다.
10명의 목요봉사팀 봉사자들은 <자비기도문> 낭독과 차 한 잔으로 하루를 연다. 본격적인 식사 준비가 시작되면 재료손질과 조리, 배식, 설거지 등의 과정이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이어진다. 김치를 빼놓고는 어제 음식을 오늘 내놓은 적이 없다. 가장 신선하고 가장 맛있는 음식을 어르신들에게 대접하는 것이 보람이다. 목요봉사에는 증심사 신도라면 누구나 참여할 수 있다. 멤버가 되는 것이 부담스럽다면 하루 체험처럼 동참하는 것도 대환영이다.
“부처님 말씀의 마지막은 보현행원이에요. 불교 공부도 좋고 수행도 좋지만 그 모든 것을 회향하는 것이 봉사라고 생각합니다. 이 세상에 와서 요만큼이라도 나를 필요로 하는 곳에 힘을 보탤 수 있는 것은 감사한 일이지 않은가요. 봉사라는 것이 말은 쉽지만 몰라서도 못 하고 알아도 인연이 되어야 할 수 있는 일이에요. 이곳에서 많은 사람들이 보현행원과 인연 지었으면 합니다.” (대자행 보살)
피자가게 봉사팀
‘중현스님의 피자가게’ 이제는 증심사의 대표 사회공헌활동이 된 피자 봉사에도 증심사 신도들의 손길이 듬뿍 묻어있다. 증심사 주지 중현스님의 부임과 함께 시작된 자비신행회 피자봉사에는 약 10명의 고정멤버가 함께 한다. 피자가게뿐 아니라 자비신행회와 증심사가 함께 하는 다양한 외부활동 즉 팥빙수 봉사, 떡볶이 봉사 등에도 이들이 주축이 된다.
한 판의 갓 구운 피자가 나오기까지는 여러 단계의 밑작업이 필요하다. 때문에 피자가게 봉사팀은 반죽팀, 토핑팀, 서빙팀으로 분담하여 각 과정을 소화해낸다. 점심시간 피자공양이 예정되어 있으면 반죽팀은 최소 4시간 전에 반죽을 시작한다. 한 시간 반의 발효시간을 거치고 나면 토핑팀이 합류하고, 서빙을 마치면 주방 마무리를 하는 것까지가 일이다. 하루를 온전히 투자하는 일이지만 봉사를 하는 시간은 늘 보살의 마음이기에 기껍다.
“지금은 대상층이 확대되어서 어르신들이나 지역 운동부, 관공서 등 다양한 분들에게 피자를 대접하지만 처음 피자가게의 주요 대상은 취약계층 아이들이었어요. 아이들에게 좋은 것을 먹이고 싶다는 마음이 매달 피자가게에 나오게 하는 원동력이었습니다. 역할분담을 하기 때문에 책임감이 있을 수밖에 없고 멤버 모두 그러한 책임감을 가지고 있기에 봉사가 유지되고 있습니다.” (화안행 보살)
자향회
초, 향, 차, 꽃, 과일, 쌀 등 여섯 가지 공양물을 부처님 전에 올리는 일을 육법공양이라 한다. 초파일이면 고운 한복을 입고 부처님께 지극한 마음으로 공양 올리는 일을 자향회(회장 백연화심)가 한다. 여섯 가지 공양 중에서도 특히 차는 자향회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다.
10명의 회원 모두 전문교육을 받은 차 사범으로, 절집의 차문화를 계승하는 주역이다. 백중에는 각 전각에 헌다의식을 올리고, 초사흘과 관음재일에도 대웅전에 감로다를 공양한다. 자향회 활동이 한창이었던 때는 보름마다 대웅전 앞마당에서 일반 참배객에게 차 봉사를 했고, 경찰청 법회와 전대병원, 산사음악회 등 다양한 자리에서 차 봉사를 했다. 작년까지는 템플스테이 참가자들을 대상으로 전통다례 체험을 지도하는 것 역시 주요 소임이었다. 1년 회비가 10만 원이고, 봉축 기간에는 육법공양 역시 자향회가 보시한다.
“차는 마음입니다. 깨끗한 마음으로 부처님께 차를 올리는 일이에요. 시간이 지날수록 차의 마음이 몸에 익어지니 어찌 좋은 일이 아니겠습니까. 이렇게 좋은 일에 새로운 회원들이 동참하고 젊은 세대가 유입되었으면 합니다. 예전처럼 미리 갖추고 들어와야 하는 것이 아니에요. 들어오기만 하면 기존 사범님들이 차 공부를 도울 겁니다. 차에 관심이 있고, 차를 사랑하는 마음만 있으면 누구에게든 열려 있습니다.” (총무 금강행 보살)
증심사합창단
매주 화요일 증심사 취백루에서는 아름다운 음성이 흘러나온다. 등산객들은 스피커에서 음악이 재생되는 줄 알았다가, 더러 멈추는 노랫말과 생동감 있게 터져 나오는 웃음소리에 “엇, 음원이 아니었어요?” 묻기도 한다.
증심사 합창단(단장 화정)은 40여 년의 전통과 역사를 자랑한다. 초사흘법회와 49재, 막재에는 늘 증심사 합창단의 음성공양이 불단을 향한다. 교구본사인 송광사에서 열리는 다례재에도 수시로 공연을 가고, 초청이 오면 어느 곳도 마다하지 않는다. 광주 지역 관등회나 구청 점등식 등 봉축 행사 곳곳에도 증심사 대표로 참가해 행사장을 선율로 물들인다.
올해 합창단원은 모두 27명. 최초 가입비 5만 원과 1년 회비 15만 원을 납부하면 누구든 동참할 수 있다. ‘나는 노래를 못 하는데…’ 라는 고민은 접어두어도 좋다. 전문 지휘자와 피아노 반주자를 초빙하여 연습하기 때문에 누구든 들어오면 발성부터 체계적으로 교육한다. 1년에 한 차례 1박2일 야유회를 가는 것도 합창단의 전통.
“우리가 하는 일이 부처님 말씀을 전하는 일이고 부처님의 마음을 전하는 일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가정이 있고 생활이 있어서 모이기 어려운 상황에서도 조금씩 희생하는 마음, 그리고 동참하는 마음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언제 어디서든 초대가 오면 순식간에 인원이 모여져요. 서로 화합하고 이해하는 도반들과 노래하니 늘상 행복하고 뜻깊지요.” (단장 화정 보살)
법당봉사팀
법당봉사팀은 특별한 의도를 가지고 조직한 단체나 모임은 아니다. 법회 때마다 참석하여 불공드리고 법문을 듣던 것이 자연스레 봉사로 이어졌다. 그렇게 고정멤버가 된 것이 5명. 그저 손길이 필요한 곳에 손을 보탤 뿐, 기도하고 법당을 정리하는 데에 무슨 이유가 필요하냐 반문한다.
“한 30년 절에 다니다 보니까 자연스럽게 봉사로 연결된 거지요. 그냥 평상심으로 하는 일이에요. 특별히 복 짓는 일이라 생각하지 않습니다. 의무로 하는 거죠. 기분이 좋잖아요.” (불지혜 보살)
후원봉사팀
사찰의 온갖 살림이 꾸려지는 곳이 바로 공양간, 즉 후원이다. 후원의 살림살이에서 사찰의 인심과 분위기가 드러난다. 증심사 후원봉사팀에는 19명의 봉사자들이 함께 하고 있다. 매달 음력 초하루와 초사흘, 7일, 18일, 24일 등 정기법회와 재일이 열리는 날 신도들을 위한 공양 준비를 담당한다. 템플스테이 참가자가 많아 공양주만으로는 일손이 부족할 때, 또 수시로 생기는 특별 행사 때에도 후원봉사팀이 출동한다. ‘우리는 머슴’이라고 자세를 낮추지만 결코 그럴 리 없다.
과거에는 200인 분의 식사를 준비하는 것이 예사였다. 규모가 줄었다 하지만 그도 40~100인 분의 공양이니 만만치 않다. 이전엔 요리만 할 줄 안다고 아무나 후원에 들어갈 수 없었다. 요리공부는 물론 기초교리 공부를 마쳐야 비로소 공양간 출입이 가능했다. 지금은 봉사자가 있다는 것만으로도 감사한 실정.
“절에 오래 다니다보니 자연스럽게 좋은 마음, 즐거운 마음으로 후원 봉사를 합니다. 따로 봉사 하는 이유가 있을라구요. 부처님 가르침이 곧 봉사인 것을요. 내 마음이 넓어지는 일이고 내 업장을 소멸하는 일이에요. 다만 봉사도 우리세대까지인 것 같아요. 봉사자 대다수가 6070세대입니다. 4050도 드물지요. 새로운 분들, 또 많은 분들이 봉사의 보람을 함께 느꼈으면 합니다.” (관음지 보살)
재무단
기도 접수를 담당하는 증심사 종무소에는 소임자인 사무장을 제외하고도 늘 1~2명의 봉사자가 자리를 지키고 있다. 10명의 증심사 신도로 꾸려진 재무단(단장 지혜성)은 요일별 당번을 정해 정기법회가 있는 날을 포함해 단 하루도 종무소 공백이 생기지 않도록 봉사한다. 재무단은 신도와 사찰을 연결시는 가교다. 절에서 살거나 근무하는 형식은 아니지만 신도들 한 명 한 명 모르는 사람이 없다.
초파일에는 당일에 대거 몰리는 기도 접수를 비롯해 기와접수, 연등접수, 불교용품 판매 등 경내 곳곳에 배치되어 참배객을 맞이한다. 재무단은 증심사 회주 진화스님이 증심사 주지 소임을 볼 때 도입한 구조로, 현재 3기 재무단이 활동하고 있다. 특별한 정기모임은 없지만 매일 얼굴을 보는 사이인 만큼 절집의 사정과 서로의 안부를 자연스럽게 공유하고 있다.
“후원 봉사부터 시작해서 우리 절에 대해서 천천히 알아간 후에 재무단 봉사를 하고 있습니다. 종무소 봉사는 하심을 수행하는 자리에요. 화나는 마음, 조급한 마음을 스스로 다스리게 되고 또한 시시각각 변화하는 마음을 알아차리는 계기가 됩니다. 마음을 다스리면 누구에게 좋을까요. 바로 나 자신입니다. 봉사는 남을 위한 일이 아니라 나를 위한 일이에요.” (단장 지혜성 보살)
유마거사림회
2008년에 만들어진 유마거사림회(회장 향산)는 광주 전남 지역에서는 거의 유일하게 존속되고 있는 남성 재가신도 단체다. 15명의 회원이 매달 셋째 주 일요일에 만나 정기 모임을 하고, 일 년에 한 번은 1박2일 성지순례길에 나선다.
유마거사림회의 존재감이 확연히 드러나는 때는 부처님 오신 날이다. 벌써 10여 년 이상 봉축 행사 당일 사중의 차량을 통제, 관리하는 주차장 봉사를 하고 있다. 물론 그늘막 설치와 공양 설거지 등 일손이 필요한 곳에서 별의 별 일을 도맡아 했다.
회원의 연령층이 고령화된 요즘은 유지, 존속하는 것 자체가 성과이고 활동이지만 십 수 년 전에는 용맹한 신행활동의 선두에 섰었다. 33개월 동안 한 달도 쉬지 않고 전국 25개 교구 본사와 3대 관음성지, 5대 적멸보궁 등 33사찰 순례를 했다.
“한창 때는 30여 명에 달하는 회원들이 활발하게 활동했습니다. 신규 회원 유입이 전처럼 원활하지는 않지만 15년 세월이 넘는 동안 남성 재가단체의 명맥을 유지하는 것 자체에 자부심을 가지고 있습니다. 여성 신도들이 본인만 가급적이면 남편과 자식들에게 신행활동을 권유했으면 해요. 부부가 같이 신행활동을 하면 가정이 화목해질 뿐 아니라 부부 사이의 이해도가 훨씬 좋아지거든요.” (회장 향산 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