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묵당 편지
전쟁
며칠 전부터 뉴스를 끊고 삽니다. 그렇다고 해서 세상물정을 전혀 모르고 사는 건 아닙니다. 주변에서 알아서 친절하게 이런저런 이슈거리를 이야기해줍니다. 그러니 굳이 나의 시간과 육체적, 정신적인 건강을 허비하면서까지 뉴스를 찾아볼 필요는 없는 거지요. 현실도피 맞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내 마음이 조용한 것이 우선입니다. 요즘 사람들은 뭘 몰라서 문제가 아닙니다. 너무 많이 알고, 너무 자기 주장이 분명해서 문제입니다. 물론 그게 진짜 자기 생각인지는 별개의 문제입니다.
코로나 바이러스에는 지금까지 인간에게 희생당한 숱한 중생들의 원한과 증오가 사무쳐 있습니다. 코로나바이러스는 우리 안에 원한과 증오, 아집과 독선, 불안과 공포를 퍼뜨리고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진짜 전쟁은 코로나와의 전쟁이 아닙니다. 진짜 전쟁은 방역 파괴자들과의 전쟁이 아닙니다. 우리 세금 가지고 장난치는 족속들과의 전쟁이 아닙니다.
진짜 전쟁은 내 안의 불안, 두려움, 아집, 증오, 분노와의 전쟁입니다. 이 전쟁에서 이기는 길은 오직 하나. 조용히 내 마음을 바라보는 것입니다. 이 전쟁이야말로 소리없는 전쟁입니다. 어차피 나갈 일도 별로 없고,
갈 수 있는 곳도 얼마 없고, 주머니도 얇아지고 있습니다. 이 전쟁은 내 마음이 그리고 우리의 마음이 조용해져야 비로소 끝이 날 것입니다. 다가오는 가을엔 서로 얼굴 볼 수 있길 바라며 이만 줄입니다.
_ 중현 두손 모음 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