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절우리신도

남을 미워하면 내 몸이 망해요

백련화 신도회장

지난 2월 18일 조계총림 방장 보성 큰스님이 적멸에 드셨다. 주인을 잃은 듯 송광사 조계산은 5일동안 정적에 휩싸였다. 그렇게 큰스님을 보내드리고 다시 일상으로 돌아왔다.

음력 정월이면 사찰은 여러 가지 행사로 부산해진다. 그중에 하나가 삼사순례이다. 정초에 세 곳의 사찰을 다녀오면 일년내내 좋은 기운이 함께 할 것이다.

지난 2월 26일, 증심사 불자들이 경남 김해로 봄맞이 사찰순례에 나섰다. 사찰해설을 맡아 버스를 바꿔타며 김해 은하사와 가야 허황후, 김수로왕 이야기를 들려줬다. 1호차 해설을 마치고 빈자리에 앉고 보니 옆좌석에 백련화 신도회장이 앉아있다. 방장스님 열반으로 취재가 밀쳐졌던 ‘우리절 신도’ 주인공이다. 그런데 인사를 나누고 인터뷰를 청하자 극구 손사레를 친다.

“불자로써 내세울것이 하나도 없습니다. 신도회장도 이름만 올려놓은것이에요. 증심사는 신도분들이 모두 훌륭하세요. 다른 분 말씀을 들으세요”

참으로 난감했다. ‘우리절 신도’에 언젠가는 꼭 신도회장 이야기를 실어야하는데… 특별히 할 이야기가 없다는데 어찌할 것인가. 인터뷰를 포기하고 차창 밖을 바라보니 미세먼지로 산천도 우울해 보인다. 예전에 종무소 직원들이 신도회장에 대해 했던 말이 생각났다.

“회장님은 당신의 존재를 잘 드러내지 않으세요. 증심사와 인연을 맺어 신행생활을 하신지 40년이 넘지만 있는 듯 없는 듯 항상 조용해요. 그러면서 궂은일이나 어려운일은 도맡아 하시죠.”

증심사에서 신행생활을 오래했으니 조계총림 방장 보성스님과의 인연이 있을 것 같았다. 취재수첩을 호주머니에 넣으니 신도회장도 편하게 대해준다.

“방장스님은 어떤 분이셨나요”
“보성 큰 스님은 한마디로 청정한 수행자이세요. 그리고 엄하셨습니다. 잘못이 있으면 그 자리에서 지적하고 호되게 나무라셨습니다.”

자비심만 강조해 잘못을 질책하지 않는것도 허물이기에 보성스님의 지적을 늘상 ‘감사하게 생각한다’는 것이다. 내친김에 호남의 불교와 재가불자 신행활동에 대한 의견을 나눴다. 그런데 뜻밖에 불교와의 인연을 들려준다. 백련화 회장의 집안은 카톨릭을 신앙했다. 가족중에 수녀가 두분이나 계신다. 결혼을 하고보니 시댁은 불교를 신앙했다. 그렇게 불교와 인연을 맺었다.

“불교든 카톨릭이든 종교를 가진다는것은 마음을 비우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기도를 하면서 복도 바라지 말고 마음을 비우면 모든 것이 해결될 것입니다.”

백련화 회장도 초심자였을 때 기도하면서 무언가를 받고 채울려했다. 정성을 다해 기도를 한다고 해도 마음은 편하지 않았다. 그런데 비로전에서 절을 하면서 비워야한다는 것을 알게됐다. 절은 최대한 자신을 낮출 뿐 아니라 마음의 찌꺼기를 하나씩 덜어내는 좋은 수행이었다. 비로전에서 절을 하고나면 마음이 가벼워졌다.

“살다보면 미워하는 이가 있기 마련입니다. 누군가를 미워하면 마음에 상처가 되고 몸을 망치게 되더군요”

백련화 회장은 세월이 흘러 이제는 몸으로 하던 기도(절 수행)보다 명상을 즐긴다. 차를 좋아하는것도 명상수행의 하나이다. 우리차를 기초부터 공부해 차 지도사범 자격증까지 취득했다. 10여년전부터 증심사 차인들의 모임인 자향회장을 맡아 봉사활동에도 적극나서고 있다. 버스안에서 짧은 시간이었지만 한마디 한마디가 가슴에 와 닿는다. 법당으로 향하는 뒷모습에서 재가수행자의 기운이 느껴진다. 천으로 짠 모자, 갈색 목도리, 누비외투에 수수한 손가방.

어! 저 모습은 어디서 봤는데… 그랬다. 얼마전 TV에서 방영한 드라마 ‘미스터 션샤인’의 여주인공을 보는 듯 하다. 머무는 곳마다 주인이 되라(隨處作主)는 임제선사의 ‘할’ 처럼 백련화 회장은 어디에서든 수수하고 당당한 주인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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