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은 육바라밀 중 인욕을 뜻한다고 합니다. 깨달음이라는 꽃 한 송이를 얻기 위해 인내하고 정진하는 보살이지요.”
지난 10월 30일, 증심사 오백나한대재 육법공양에서 꽃을 올린 문수행 보살은 “오백대재 참가대중을 대표해 꽃을 공양한 것은 꽃을 가꾸듯 나와 이웃은 물론 세상을 아름답게 하는데 힘쓰겠다는 다짐이다”며 미소 짓는다.
불가에서 꽃은 깨침이라는 열매를 맺기 위해 만 가지 수행을 실천해야한다는 뜻에서 만행화(萬行花)라 부르기도 한다. 증심사 육법공양은 자향회가 맡고 있다. 문수행 보살은 자향회 회원이다. 2006년부터 시작한 자향회 창립멤버이다.
“차를 알면 알수록 마음으로 마신다는 것을 느끼게 됩니다. 차를 마시다 보면 상대방을 보고 배우게 되는데 그러다보면 저절로 옷매무새를 살피고 마음이 다소곳해집니다.”
자향회는 초창기 외부에서 강사를 초빙해 다도강좌를 개설했다. 문수행 보살도 1기 수료생으로 참여했다. 다도 강좌를 받으면서 자원봉사도 시작했다. 증심사에 큰 법회가 열리면 신도들을 위해 차 봉사를 했다. 2~3기 후배들이 배출되고 증심사 밖으로 봉사영역을 넓혔다. 외부에서 요청이 있으면 흔쾌하게 나섰다. 특히 전남대 화순병원을 찾아 환우와 환우가족들을 위해 10여년이상 무료찻집을 개설했다.
몇 해 전이었다. 자향회에서 여고생들을 위한 우리 차 체험 봉사에 나섰다. 학교에 가니 학생들이 한복을 입고 대기하고 있었다. 그런데 가관이었다. 옷고름을 제대로 매고 있는 학생이 없었다. 양반가에서는 치마를 왼 자락으로 해야 하는데 기생이나 천민이 하던 오른 자락이 태반이었다. 차를 마시기에 앞서 한복 입는 것을 지도했다. 차는 예절이 뒤따른다는 것을 실감했고 자향회 회원으로서 보람을 느꼈다.
문수행보살은 언제 어디서나 환하게 밝다. 만날 때마다 밝은 기운이 감돈다. 이 기운의 근원은 법명에 있다고 여긴다.
“하루는 대웅전 앞 수각에서 송광사 큰스님이 문수행이라고 법명을 주셨는데 그렇게 좋을 수가 없어요. 예전에 법명이 있기는 했지만 큰 대(大)자와 빛 광(光)자가 들어가서인지 왠지 부담스러워 잘 쓰지 않았거든요”
문수행 보살의 이름은 ‘신자’이다. 이름에 자(子)가 들어간 흔한 이름이다. 반면에 ‘문수행’은 부드러웠다. 누군가 ‘문수행’이라고 부르면 힘써 문수보살의 행을 펴야만 할 것 같다. 증심사에서 신행활동을 하는 시간이 늘어나면서 이름보다 법명을 더 많이 듣게 됐다. 그런데 법명의 기운이 있었던지 하는 일도 잘 풀리는 듯 했다. 가족들도 큰 어려움 없이 제 역할들을 해내고 있다.
“제가 성격이 급합니다. 말도 직설적으로 하는 편이어서 실수할 때가 많습니다. 그럴 때면 ‘관세음보살’을 찾습니다. 관세음보살 정근을 하면 ‘욱’했던 마음이 가라앉게 됩니다. 불교를 만나지 않았으면 어쩔 뻔했을지… 가끔 아찔할 때가 있습니다.”
‘불교를 만나 다행이다’는 문수행 보살은 경전독송을 좋아한다. 경전을 독송하다보면 부처님말씀도 좋지만 경전 읽는 소리의 높고 낮은 음률에 마음이 끌린다.
지난 1일, 송광사에서 방장스님을 추대하는 산중총회가 열렸다. 송광사 스님 190여분이 참석한 큰 행사였다. 이날도 산중총회장 입구에서 자향회가 차 봉사를 했다.
“차는 적어도 석 잔은 마셔야죠. 한 잔 더 하세요”
증심사에서 만났던 문수행 보살이 차를 따르며 차 마시기를 권한다. 그 모습이 유쾌, 상쾌, 통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