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부처님오신날 봉축사
다시 희망이 꽃피는 일상으로…?
2년 전 우리는 황사와 미세먼지 없는 봄을 경험했습니다. 코로나-19 덕분입니다. 전국적으로 겨우 30명 남짓 확진되었는데도 불안과 공포는 엄청났습니다. 2년이 지나 코로나-19의 끝자락에 와 있는 지금, 연일 수만 명의 확진자가 나오지만 누구도 두려워하지 않습니다.
지난 2년 동안 우리는 코로나-19만 물러가면 모든 것이 다시 정상으로 돌아오리라 기대했습니다. 그러나 이번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을 계기로 세계는 미국과 서방을 한 축으로 하고 중국과 러시아를 또다른 축으로 하는 새로운 냉전의 시대로 돌입하고 있습니다. 대만은 다음은 우리 차례라며 불안해하고 있습니다. 연일 치솟는 물가와 정부당국의 금리인상 그리고 소비와 생산의 위축. 바야흐로 사상 유례없는 스태그플레이션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그토록 바라던 엔데믹을 향해가는 지금 우리 사회의 현실입니다.
“다시 희망이 꽃피는 일상으로”. 올해 초파일의 표어입니다. 하지만 우리의 일상은 중국의 제로-코로나 정책에 휘청이고, 지구 반대편에서 벌어지는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 때문에 고통받고 있습니다. 이런 때일수록 나만의 일상을 조용히 꾸려가고 싶지만, 세상은 우리를 가만 내버려 두질 않습니다. 지구 반대쪽, 나와 무관해 보이는 이들의 삶이 흔들리자 우리들의 일상도 흔들리고 있습니다.
불교는 항상 청빈한 삶과 소욕지족을 강조하였습니다. 재물과 여색의 화는 독사보다 심하다고 하였습니다. 예전 큰스님들은 밥알 하나도 허투루 하수구에 흘리지 말라 하였습니다. 현대인들 역시 불교의 수행자들처럼 타인에게 의지하여 지금까지 편안하게 살아왔습니다. 그러니 현대인이라면 마땅히 청빈한 삶, 소욕지족의 삶을 살아야 할 것입니다. 이 세상에 내 것은 어디에도 없습니다. 내 것에 연연해 하는 것만큼 부질없는 것도 없습니다. ‘더 좋은, 더 맛있는, 더 큰, 더 화려한, 더 멋있는’을 추구하기 보다, ‘덜 입고, 덜 쓰고, 덜 꾸미는’ 삶에 익숙해져야 합니다.
당분간 세상은 어지럽고, 민초들의 삶은 흔들릴 것입니다. 모든 고통은 아래로부터 그리고 주변으로부터 시작됩니다. 변화의 고통은 항상 기층민들의 몫입니다. “청빈한 자세로 저 낮은 곳을 향하여!” 이 시대에
우리가 갖추어야 할 덕목입니다. 오늘은 부처님오신날입니다. 부처님은 이 세상에 오시지도 않았고 가시지도 않았습니다. 중생들의 희로애락이 있는 곳에 부처님이 계십니다. 부처님은 자나깨나 우리와 함께 하고 있습니다. 내가 곧 부처라는 마음으로 세상의 파도에 당당하게 맞서 나아갑시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