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도 불교 지명이야기

광주 성거산 (2)

오층석탑, 천년을 지켜온 빛고을 생명

부처님 열반 후 다비를 하자 무수히 많은 사리가 쏟아졌다. 부처님 사리를 봉안한 공간이 탑이다. 인도에서는 스투파(Stupa)라고 하고, 중국으로 전해지면서 소리음 그대로 탑파(塔婆)라 했다. 우리는 줄여서 탑(塔)으로 부르고 있다. (스님 다비 후 나온 사리를 모신 것은 부도 또는 승탑이라 한다.)

탑은 부처님 사리, 즉 진신이자 법구이며 그대로가 부처님이다. 사리는 아무리 높은 고열에도 녹지 않고, 어지간한 충격에도 깨지지 않는다. 또한 늘어나기도 하여 신비하기 그지없다. 세계 여러 나라와 우리나라에 수많은 탑이 있는 것은 불사리가 증과해 이를 여러 곳에서 모실 수 있게 된 것이다. 이처럼 불가사의한 사리는 영원히 살아있는 부처님이라 할 수 있다.

성거사지 오층석탑은 고려 초인 950년경 조성되었으니 무려 1,100 살이 되어가고 있다. 특별하게도 1층 탑신부 몸돌이 2개 층으로 나누어져 있는데 9세기 말에 나타난 현상으로 백제계 탑의 특성 중 하나이기도 하다.

단층기단일 경우 1층 몸돌을 크고 높게 해야 탑이 안정감 있고, 위로 솟구치는 상승감을 주게 된다. 이처럼 1층 몸돌을 상, 하 2개로 조성하는 양식은 성거사지 오층석탑이 최초의 사례로 확인되고 있다.

이후 강진 금곡사, 화순 한산사지, 장성 내계리사지를 비롯해 월출산 용암사지 석탑에서 유래를 찾아볼 수 있다. 이러한 유행은 이후 전국으로 퍼지게 된다.

성거사지 탑은 1961년 보물 제109호로 지정되었고, 그해 7월 해체 수리하던 중 2층 몸돌에서 사리가 나왔다. 부처님이 세상 밖으로 나오신 것이다.

특히 사리를 모신 함은 사천왕상이 새겨져있는 화려함의 극치를 보여주고 있다. 사리함은 현재 국립광주박물관에 전시되어있어 친견할 수 있다. 성거사 탑은 1,100년을 이어온 빛고을 광주의 생명이다.

사리장엄에 봉안된 사리 56과

그런데 아쉽게도 성스러운 성거산은 수난을 겪기도 했다. 일제강점기 때 일제에 의해 거북의 목이 잘리는 수난을 겪었다. 성거사지 탑 앞으로 신작로를 낸 것이다. 또한 거북이 등은 일본 신사로 변했고, 성거산의 나무는 일본과 만주에서 가져온 외래수종으로 바뀌기도 했다.

해방 후 신사는 허물어지고 그 자리에 6.25한국전쟁에서 희생된 군인들의 충혼탑이 세워졌다. 지금도 성거사 거북은 머리를 들어 멀리 극락강을 바라보고 있다. 그곳에는 신석기시대 유물이 출토된 신창지구가 있다. 어쩌면 그때 그곳에서 극락세계가 펼쳐졌을지 모르겠다.

살다보면 풀리지 않는 일이 있거나, 간절히 뜻하는 바가 있다면 성거사지 오층석탑을 찾아 기운을 받아보기 바란다. 옛 사람들이 살았던 때도 그랬고, 앞으로도 이 땅에서 살아가는 이들의 길지이기 때문이다. 더 이상 광주의 생명 근원인 성거산과 성거사지 오층석탑이 훼손되는 일이 없도록 힘써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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