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심사 철조 비로자나불 좌상
A. 철조(鐵造)의 한문을 풀이하면 쇠 철(鐵) 지을 조(造)입니다. 다시 말해 철로 만들었다는 뜻입니다. 비로자나불좌상(毘盧遮那佛坐像)은 불교의 진리인 ‘법法’을 인격화 하여 형상화한 비로자나불상이 앉아 있다는 뜻입니다.
A. 신라하대(9세기)부터 고려시대까지 특히 서남해안 지역에서 불상의 재료로 유행하였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재료 특성상 철불을 만들 때는 목조나 소조 불상처럼 한 번에 만들지 않고 각각 분할하여 주조하는 방법(piece mold)으로 제작되었습니다. 그런데 증심사 철조비로자나불좌상은 정면에서 보았을 때 외형 틀을 나누었다가 이은 분할선이 거의 드러나지 않게 감춰져 있어 분할주조법으로 주조된 다른 철불상들에 비해 섬세한 기법으로 제작되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나말여초기 이 지역 조각 장인의 뛰어난 솜씨를 알 수 있습니다. 그리고 당시에 철은 중요한 재료이기 때문에 권력 있는 사람들이 불상 시주에 참여하였습니다. 현재 남아있는 철불은 총 22기가 있습니다. 증심사 철조비로자나불좌상 이외에도 장흥 보림사, 남원 실상사, 청양 양곡사 등에도 철로 만든 불상이 남아 있습니다.
A. 증심사 철조비로자나불좌상은 현재 증심사 비로전에 봉안되어 있습니다. 이 불상은 일제강점기였던 1930년대초에 전남도청 뒤편에 있던 대황사지(大皇寺址)에서 지금의 증심사로 옮겨 온 것입니다. 증심사 철조비로자나불좌상은 양손으로 지권인(智拳印)의 수인(手印)을 결하고 있습니다. 지권인은 법신(法身) 비로자나불 특유의 수인手印으로서 일반적으로 왼손 검지의 첫마디를 오른손으로 감싸 쥐는 수인인데, 이 불상에서는 좌우가 바뀐 모습으로 표현되었습니다. 이처럼 지권인을 결하면서도 좌우 손의 위치가 바뀐 예는 불국사 비로전 금동비로자나불좌상을 비롯해 신라하대의 몇몇 불상에서도 보이고 있습니다.
*2019년 월간 증심 3월호에 나온 내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