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묵당 편지

계절

윤동주 시인은 “계절이 지나가는 하늘은 가을로 가득 차 있다”고 했습니다만, 지금 우리들의 하늘은 여름으로 가득 차 있습니다. 그러나 여명이 밝아오는 새벽녘 소리 속엔 다가오는 가을로 요란합니다. 아마도 계절은 새벽의 소리로 먼저 찾아오나 봅니다.

굳이 슈퍼컴퓨터에게 물어보지 않아도 새벽을 여는 소리, 하늘을 지나가는 구름, 이런 것들을 대하노라면 계절이 바뀌는 것을 저절로 알게 됩니다. 요즘 사람들은 지구의 일거수일투족에 엄청나게 관심이 많습니다. 매일 불안한 마음으로 세계 각지에서 전해오는 기상 재난 관련 뉴스를 지켜 봅니다.

폭우가 내리면 ‘장마가 언제까지 가려나’ 걱정이 태산 같고, 장마가 끝나고 나면 ‘올해는 또 얼마나 더우려나’ 불안한 마음이 한가득입니다. 지구의 병색이 완연하다보니 그런 모양입니다. 아무래도 “내일 지구가 멸망하더라도 나는 한 그루의 사과나무를 심겠다.”던 스피노자의 말이 더 이상 웅변가의 현한 언변만은 아니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여러분! 고개 들어 뭉게뭉게 피어오르는 한여름의 구름을 바라보세요. 아침 창문을 열어 풀벌레 소리에 귀기울여보십시오. 비록 내일 이 지구가 멸망할지라도, 지금 이 시간에 충실하는 것. 이것이 정답입니다. 급할 수록 돌아가라고 했습니다. 오랜만에 윤동주 시인의 시 한 편으로 마음의 여유를 찾아보길 바랍니다. 더위 잘 이겨내시고, 몸도 마음도 건강하길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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