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묵당 편지
가을의 낙엽
계절은 벌써 겨울의 끝자락인데, 아래를 내려다 보면 온통 낙엽, 낙엽, 낙엽입니다. 떨어진 잎이라 낙엽이라 하니, 나무엔 당연히 낙엽이 하나도 없어 가지만 앙상합니다. 엄동설한 추운 겨울에 낙엽들이 대지를 따뜻하게 덥히고 있습니다. 어릴 때 밖에서정신없이 뛰어 놀다가, 집에 들어와 얼어서 부르튼 손과 발을 이불 속에 넣으면 그렇게 따뜻할 수가 없었습니다.
낙엽이 이 모진 한파를 대신 맞으며 대지를 덮고 있으니 어찌 봄이 오지 않을 수 있을까요. 떨어지는 낙엽이 아름다운 것은 다만 인간의 얄팍한 감성일 뿐, 낙엽은 진정 겨울에 아름다운 빛을발하는 존재입니다. 땅에 떨어져 대지를 덮고 있는 낙엽에게 가을의 화려했던 색은 무의미한 것. 차라리 흑백이 더 아름답습니다. 봄에 올라오는 싱그러운 새순, 그늘을 드리우며 당당하게 선 여름의 이파리들, 가을의 낭만적 처연함. 이 모든 것이 대지를 덮고 있는 흑백의 낙엽에 미치지 못합니다.
산다는 것은 무엇일까요? 요즘의 대통령이 가진 권력은 과거 부처님 당시 전륜성왕이 누렸던 권력보다 더하면 더했지 결코 덜하지 않을 것입니다. 그러나 일국의 대통령이 되려는 사람들이 잠깐의 여흥을 제공하는 연예인처럼 행세해야 하는 세상입니다. 아무래도 인간은 겨울의 낙엽보다 형형색색 화려한 가을의 낙엽에 더 열광하는 모양입니다.
그럼 이만
(중현 두 손 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