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묵당 편지

차담

2년여 만에 템플스테이 참가자들과 차담을 했습니다.

한 사람은 화를 다스리려면 어찌해야 하는지, 또 한 사람은 걱정과 생각이 너무 많아서 그게 걱정이라고 했고, 또 한 사람은 스님도 성취감을 느끼는지 궁금해 했습니다. 또 어떤 이는 내가 손해보면서까지 상대방을 용서해야 하는지 물었습니다. 그만큼 용서하기가 힘들다는 말이겠지요.

이분들의 질문을 가만히 듣고 있자니, 참 의아한 생각이 들었습니다. 내가 없으면 화낼 일도 없고, 내가 없으면 근심할 필요도 없고, 내가 없으면 성취감에 목매달 필요도 없고, 내가 없으면 애써 용서할 사람도 없습니다. 알고 보면 참 간단한 일인데 이게 왜 안 될까요? 뭐가 그리도 힘들 까요?

이렇게 말하면, 세상일이 어디 그렇게 생각대로 되냐고 반문할 것입니다. 맞습니다. 저 역시 화가 나면 참기 힘들고, 걱정이 생기면 마음이 무겁습니다. 중생이라면 누구나 그러하지요. 알면서 안되는 게 내 마음 다스리는 거지요. 다만, 작지만 사소한 이런 깨달음을 일상 속에서 놓치지 않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러면 당장은 아니더라도 언젠가는 ‘나’라는 감옥을 부수고 드넓은 연기실상의 세계로 나갈 수 있을 것입니다.

이 세상의 모든 ‘나’들이 행복하기를 바라고 또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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