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묵당 편지

원통보전에서 바라본 낙산사의 일출

지난 11월 8일부터 10일까지 2박 3일간 강원도 지역 성지순례를 다녀왔습니다. 양양 낙산사, 고성 건봉사, 양양 휴휴암, 강릉 등명낙가사, 오대산 월정사와 상원사를 다녀오는 강행군이었습니다. 주말이라 돌아오는 길에 꽉 막힌 고속도로가 귀경길의 피곤함을 더했고, 적명보궁을 참배하지 못한 것은 못내 아쉬움으로 남습니다.

공양간 화재 후 한 달이 조금 지난 시점이라 제대로 준비하지 못한 점도 있습니다. 오히려 큰일을 당했기 때문에 더더욱 애초 계획된 행사는 더 챙겨서 정상적으로 진행해야 된다는 생각에 무리해서 강행한 측면도 있습니다.

그러나 취소하지 않고 다녀오기를 정말 잘했습니다. 첫 참배지를 낙산사로 정한 것은 화재 이전에 이미 정해진 사항이었습니다. 그러나 공교롭게도 공양간 화재 직후 떠난 첫 성지순례의 참배지가 바로 2005년 화재로 도량의 대부분이 큰 피해를 입었던 양양 낙산사였습니다. 낙산사로 향하는 버스 안에서 처음으로 이 기막힌 우연을 알아차리고 혼자 그 의미를 곱씹었습니다.

처음 가본 낙산사였지만 도량은 매우 깔끔하게 정비되어 있었습니다. 오히려 도량을 재건하는 과정에서, 고증을 통해 오래전 사라졌던 ‘빈일루’라는 특이한 양식의 전각을 다시 복원하기도 했습니다. 낙산사는 오랜 세월 동안 숱한 화마와 싸우며 그때마다 도량을 다시 일으켰습니다.

비록 원통보전은 불탔으나, 원통보전에 계시는 관음보살님은 거칠 것 없는 화마도 털끝 하나 건드리지 못했습니다. 관음보살님으로부터 말할 수 없는 큰 힘을 얻었습니다. 원통보전 마당의 칠층석탑 뒤로 새날의 태양이 눈부시게 떠올랐습니다.

온 세계가 자비 광명으로 가득 찬 부처님 세계입니다.

나무 관세음보살 마하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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