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왕삼매론 간단 해설-(1)
먼저 <보왕삼매론>의 첫 번째 구절을 예로 구성을 살펴보겠습니다.
몸에 병이 없기를 바라지 말라.
몸에 병이 없으면 탐욕이 생기기 쉽나니
성인이 말씀하시되 병고로써 양약을 삼으라.
<보왕삼매론>은 한 항목이 세 파트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첫 번째 문장에서는 ‘바라지 마라’고 금지하는 것입니다. 두 번째 문장은 ‘왜 하면 안 되는지’에 대한 설명이고, 세 번째 문장은 ‘~를 하라’라는 명령 혹은 권유입니다.
첫 번째 문장과 세 번째 문장은 사실상 같은 의미입니다. 한 가지 사안을 가지고 첫 번째는 부정으로 세 번째는 긍정으로 풀이한 것입니다. 중복되는 이야기를 빼고 나면 두 번째 문장이 핵심입니다. 열 개의 항목이 모두 그렇습니다. 이에 입각해 각 항목의 핵심만 추려서 <보왕삼매론>의 열 가지 항목을 독송해보도록 하겠습니다.
- 몸에 병이 없으면 탐욕이 생기기 쉽다.
- 세상살이에 곤란이 없으면 제 잘난 체하는 마음과 사치한
마음이 일어난다. - 공부하는데 마음에 장애가 없으면 배우는 것이 넘치게된다.
- 수행하는데 마가 없으면 서원이 굳건하지 못한다.
- 일이 쉽게 풀리면 뜻이 경솔해지기 쉽다.
- 친구를 사귀는데 내가 이롭고자 한다면 의리를
상하게 된다. - 남이 내 뜻대로 순종해주면 마음이 스스로 교만해진다.
- 공덕을 베풀 때 과보를 바라게 되면 불순한 생각이 움튼다.
- 이익이 분에 넘치면 어리석은 마음이 생기기 쉽다.
- 억울함을 변명하다 보면 원망하는 마음을 돕게 된다.
이들 항목은 ‘~하면 ~해진다’ 하는 구성을 띠고 있습니다. 여기에서 ‘~해진다’는 항목에 해당하는 것은 무엇입니까? 탐욕이 생기기 쉽고, 사치한 마음이 일어나고, 배우는 것이 넘치게 되고, 서원이 굳건하지 못한다는 등의 마음입니다. 이 같은 마음은 괴로운 마음입니다. 번뇌라고 합니다.
왜 이 세계는 욕계이면서 사바세계인가
우리가 사는 이 세상은 사바세계이면서 욕계입니다. 욕계(欲界)란 욕망이 지배하는 세상이며, 사바세계(娑婆世界, Sahā-lokadhātu)란 참고 견디는 세계라는 뜻입니다. 왜 참고 견뎌야 합니까? 괴로움이 넘치기 때문입니다. 욕망이란 무엇입니까? 내 마음대로 하고 싶은 것이 욕망입니다. 같은 세상인데 욕계이면서 사바세계라는 것은 무언가 맞지 않습니다. 왜 그런가에 대한 이해와 설명이 이 <보왕삼매론>에 들어있습니다. 불교에서는 괴로움을 4고(四苦) 혹은 8고(八苦) 라고 이야기합니다. 이 여덟 가지 고통을 알기 쉽게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생고 (生苦) 태어나는 괴로움
- 노고 (老苦) 늙어가는 괴로움
- 병고 (病苦) 병들어 아픈 괴로움
- 사고 (死苦) 죽는 괴로움
- 애별리고 (愛別離苦)사랑하는 사람과헤어져야 하는 괴로움
- 원증회고 (怨憎會苦) 원수와 만나야만 하는 괴로움
- 구부득고(求不得苦) 원하는 것을 구하지 못하는 괴로움
- 오음성고 (五陰盛苦)오온에서의 집착에서부터
생기는괴로움
먼저 4고에 대해서 생각해봅시다. 늙고 병들고 죽는 것은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괴로운 일입니다. 그런데 왜 태어나는 것을 고통이라고 했을까요? 갓난아이는 태어날 때 울면서 태어납니다. 왜 그렇게 악을 쓰면서 태어날까요? 제가 생각할 때는 그렇습니다.
“아, 내가 또 고통덩어리인 몸뚱이를 가지고 사바세계에 태어났구나. 내가 한 생각 깜빡 잘못 하는 바람에!”
티벳불교에서 윤회를 이야기 할 때, 죽는 순간의 마지막 식(識)이 그 다음 생을 정한다고 이야기 합니다. 여담이지만 죽는 순간에 스님이 독경을 해주면 좋다는 것은 마지막 식이 불법을 들으면서 청정해지고 그로 인해 좋은 생각을 가지고 다음 생에 갈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만약 마지막 순간에 배우자가 ‘아이고 당신 없으면 내가 어떻게 살아!’라고 한다면 마지막 식이 누구를 생각합니까? 배우자 즉 이성에게 끌리면서 그 다음 생에도 또 육신을 가지고 태어납니다. 그러니까 태어나는 순간 ‘아차! 한발 늦었구나. 내가 그 때 한 생각 안 했으면 됐을 텐데. 이 얼마나 괴로운 일이냐!’ 하며 대성통곡하게 되는 것입니다. 그래서 태어나는 것은 고통입니다.
이렇듯 이 사바세계는 고통으로 가득 찬 세상입니다. 왜 괴로움으로 가득 찼습니까? 이 세상이 욕계이기 때문입니다. 욕계란 내 욕망이 지배하는 세상, 내 마음대로 하고 싶은 세상입니다. 그러나 내 마음대로 하고 싶어도 마음대로 되는 것이 없는 것이 이 세상 이치입니다.
왜냐하면 우선 인간들이 가진 자원과 능력에 한계가 분명합니다. 게다가 이 세상은 나 혼자 사는 것이 아닙니다. 너도 나도 서로 자기 하고 싶은 대로 하려고 하니 누구 하나 제 뜻대로 하기 힘듭니다. 이렇게하고 싶어도 뜻대로 되지 않으니 세상엔 고통밖에 없습 니다. 그러니 욕망에는 필연적으로 참고 견디는 것이 뒤따르는 법입니다. 그래서 욕계는 참고 견뎌야 하는 사바세계인 것입니다.
반대로 내 마음대로 하지 않고 욕망을 잘 다스리면 중생이 아니라 보살이 되고 부처가 될 수 있습니다. 중생은 욕망으로써 살아가지만 보살이나 부처님은 자비심으로써 살아갑니다. 우리는 먹어야 살고 잠을 자야 살고 자손들을 낳아야만 자손을 통해 영원히 내가 이어진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보살이나 부처님은 자비심이 살아가는 이유이기에 육신의 몸을 가지고 이 세상에 태어나서 중생들을 제도하는 것입니다. 정리하자면 욕망대로 하면 욕계는 사바세계인 것이고, 내 욕망을 잘 다스리면 이 욕계가 바로 불국토가 됩니다. 욕망을 잘 다스리면 욕망이 자비심이 되는 것입니다.
보왕삼매론 거꾸로 보기
다시 <보왕삼매론>의 구성으로 돌아가겠습니다. <보왕삼매론>의 문장은 앞으로도 읽고 뒤로도 읽어야만 내용을 더 잘 이해할 수 있습니다. <보왕삼매론>의 각 조항들은 문장을 뒤집어서 읽어보겠습니다.
- 탐욕이 생기면, 쉽게 몸에 병이 걸린다.
- 제 잘난 체하는 마음과 사치한 마음이 생기면,
세상살이에 곤란이 일어난다. - 배우는 것이 넘치게 되면, 공부하는데 마음에
장애가 생긴다. - 서원이 굳건하지 못하면, 수행하는데 마가 생긴다.
- 뜻이 경솔하면, 일이 어렵게 꼬인다.
- 친구를 사귀는데 의리를 상하게 되면,
내게 이로울 것이 없다. - 마음이 스스로 교만해지면, 남이 내 뜻대로
순종해주지 않는다. - 공덕을 베풀 때 불순한 생각이 생기면, 과보를 바라게 된다 .
- 어리석은 마음이 있으면, 손해보는 일이 생긴다.
- 원망하는 마음을 키우면, 곤란한 일에 처하기 쉽다.
예를 들어 첫째 항목에서 ‘몸에 병에 없으면 탐욕이 생기기 쉬우니 몸에 병이 없기를 욕망하지 말라’고 합니다. 이 문장을 뒤집어서 읽으면 어떻게 됩니까? ‘탐욕이 생기면 몸에 병이 생긴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과연 맞는 말일까 가만히 생각해보면 맞는 말입니다. 또 다른 예로 ‘배우는 것이 넘치면 공부하는 데 장애가 생긴다’고 했습니다. 배워도 다 흘려버리고 남는 게 없으면 공부가 안 되는 것은 당연합니다.
‘서원이 굳건하지 못하면 수행하는 데 마가 생긴다’는 어떻습니까? 서원이라는 것은 욕망 중에서 가장 근본적이고 큰 욕망, 즉 모든 중생을 구제하겠다는 것입니다. 자타가 일시에 부처가 되겠다고 하는 맹세가 굳건하지 못하면, 공부를 하다가도 ‘제대로 하고 있는 건가?’ 의심이 듭니다. 조금만 힘들어도 ‘다음에 하지’ 하며 중간에 멈추어 버립니다. 이게 마장이지 다른 게 마장입니까?
<보왕삼매론>은 이렇게 앞뒤를 바꾸어도 말이 됩니다. 앞뒤를 바꾸었을 경우, 앞부분은 마음이 욕망에 이끌려 번뇌로 가득 찬 상태입니다. 뒷부분은 그로 인해 생기는 장애입니다. 번뇌는 곧 내 마음 안에서 생기는 장애이므로, 내 마음 안팎에서 오는 장애를 모두 포함하고 있습니다. 뒤집어서 보면 욕망을 제대로 다스리지 못하면 어떤 결과를 초래하는지 잘 볼 수 있습니다. 바로 우리들이 별 생각없이 살아가는 모습입니다.
☞다음 달에 “보왕삼매론 간단 해설(2)”가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