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기 2565년 부처님오신날을 함께 기뻐하고 축하하기 위해 이 자리에 모이신 여러 귀빈 여러분들께 깊은 감사를 전합니다.
우리 모두 잘 알고 있듯이, 석가모니 부처님의 탄생게는 ‘천상천하유아독존 삼계개고아당안지’입니다. ‘천상에서나 지상에서나 오직 나 홀로 존귀하도다. 온세상이 고통 속에 있으니 내가 마땅히 편하게 하리라’
이 게송은 물론 역사적 실존인물이었던 싯다르타라는 수행자가 태어나는 순간, 말한 것은 아닙니다. 다만 오랜 시간동안 전승되어 오며 부처님의 가르침과 부합된다고 여겨졌기에 지금까지 회자되고 있습니다.
천상천하유아독존, 이 세상에서 나홀로 존귀함은 곧 오직 나만이 있다는 뜻입니다. 너와 나, 인간과 자연, 생명과 무생명, 부자와 빈자, 남자와 여자로 각각 흩어져 따로 존재하는 것이 아닙니다. 이 온 우주가 한 몸입니다. 그래서 오직 나 홀로 존귀할 뿐입니다.
그동안 인류는 오직 인간만 소중하다는 생각에 자연의 고통을 외면했습니다. 자연의 소리에 귀기울이지 않은 대가는 참으로 혹독합니다. 강과 바다를 오염시키는 것은 곧 우리의 피를 더립히는 일입니다. 쓰레기를 남발하는 것은 내 몸에 노폐물을 쌓아두는 것과 같습니다.
지금 우리 사회에 절실히 필요한 것은 기본과 양심입니다. 기본이 통하는 사회, 양심을 저버리지 않는 사회만이 우리에게 밝은 미래를 열어 줄 것입니다.
20대는 비트코인에 열광하고 30대 40대는 부동산 광풍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습니다. 친자식을 학대하다 못해 죽이기까지 하는 세상입니다. 이것이 바로 인간존중을 외친 인류의 현주소입니다. 인간만 존귀하다는 생각은 곧 나만 소중하다는 생각에 다름아닙니다.
기도는 열심히 하지만, 쓰레기 분리수거에 게으른 불자는 진정한 부처님 제자가 아닙니다. 절은 꾸준히 다니지만 방역지침 준수에는 무관심한 불자는 참된 불자가 아닙니다. 우리가 공존하는 이 사회를 위해서, 기본에 충실한 불자, 양심의 소리에 귀기울이는 불자야말로 부처님의 가르침을 실천하는 보살입니다.
기본을 지키고 양심을 저버리지 않는 것이 온 우주가 한 몸이라는 부처님의 가르침을 일상에서 실천하는 길입니다. 우리 모두는 하나임을 깊이 자각할 때 공감하는 마음, 함께 슬퍼하는 마음, 자비의 마음이 우리 안에서 솟아날 것입니다.
부처님 오신 날을 맞이하여 도량마다 색색의 등불을 다는 것은 우리 마음에도 지혜와 자비의 등을 환하게 켜고자 함입니다. 내년 부처님 오신 날까지 우리 안의 등불이 꺼지지 않도록 노력합시다. 기본을 지키고 양심을 지키는 그런 불자가 되도록 노력합시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