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의 법문

노년을 행복하게 보내는 비결 2

우리보다 먼저 인구 고령화가 진행 중인 일본의 사례이긴 하지만, ‘느슨한 가족’이라는 모임이 있다고 합니다. 나이드신 분들이 한 달에 한 번씩 모임을 가지는데, 거기서 특별한 것을 하는 것은 아니고 예를 들면 절이나 문화재 시설 같은 곳을 산책을 합니다. 개인의 사생활은 침범하지 않으면서 잘 지내는지 밥은 잘 먹고 있는지 확인하는 정도의 느슨한 관계를 형성하는 모임이 일본에는 더러 있다고 합니다.

옛날에 제가 있던 절의 마을 주민들도 다 나이 드신 분들이었습니다. 시골이라 주민들 모두 봄, 여름, 가을에는 논이나 밭에 나가서 일하느라 바쁩니다. 하지만 겨울에는 느지막이 마을회관에 모여서 놀다가 같이 점심 해먹고 오후에는 텔레비전도 보고 화투도 치며 지내다가 저녁 먹을 때 되면 각자 집으로 돌아갑니다. 잠은 자기 집에서 자고 낮에는 마을회관에서 같이 지내는 겁니다.

동짓날 팥죽 공양도, 초파일 끝나고 과일 공양도 마을회관에 갖다 주면 거기서 같이 나눠 드십니다. 그런데 이 경우는 마을공동체를 만들고 싶어서 만들었다기보다 다른 사람들이 다 빠져나가고 노인들만 마을에 남아있다 보니까 자연스럽게 결속력이 강해진 겁니다.

지역공동체를 정책적으로 만든다고 해서 경로사상이 생기는 게 아니라는 겁니다. 이미 한 번 깨진 공동체를 의도적으로 나라에서 살린다는 게 말이 안 됩니다. 얼마 전에 중국에서 경로법이라 하여 효도를 안 하면 벌금을 부과하는 법을 만든다는 말도 있었는데 그렇게 한다고 경로사상이 생기는 게 아닙니다. 정책적으로 하는 것도 필요하지만 실제로 살고 있는 사람들부터 노력해야 합니다. 다시 대안을 생각해봅시다. 우리들이 알아서 느슨한 관계를 많이 만들어어보면 어떨까요?

제일 좋은 것 중에 하나는 절에 자주 나오는 겁니다. 절에 와서 꼭 법문 듣고 기도하고 염불하는 등, 뭔가를 하라는 게 아닙니다. 그저 가끔씩 절에 와서 못 보던 다른 보살님들과 묵은 이야기들도 하고, 같이 차도 마시면서 노닥거리다가 집에 가시라는 겁니다. 법회 참석한다는 핑계로 절에서 하루 잘 놀다 가세요. 법문도 듣고 밥도 먹고 부처님한테 예불도 하고 친구도 만나는 겁니다. 님도 보고 뽕도 따고, 도랑 치고 가재 잡고! 이 얼마나 좋습니까?

여건에 맞게 봉사활동을 하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몸이 늙어서 봉사도 힘들다고 푸념할 수 있겠지만 실제로 증심사에서 하는 여러 봉사활동에는 나이 드신 분들도 많이 나오십니다. 거동하는 것 자체가 불가능할 정도가 아니라면 가능한 봉사활동들은 얼마든지 있습니다. 봉사하는 자체가 의미 있고 좋은 일이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여럿이 모여서 하는 봉사활동은 삶에 활력을 줍니다.

그런데 이것만 가지고는 부족합니다. 앞에 그런 얘기를 했습니다. 개인이 중심이 되어 느슨한 인간관계를 형성하는 것이 노년의 삶을 지혜롭게 사는 것이라고요. 그러자면 우선 개인이 강해야 합니다. 개인이 강하다는 것이 체력적으로 강하다는 게 아닙니다. 체력적으로 강하고 싶다면 병원을 가거나 헬스클럽 가거나 요가학원을 가서 단련해야 합니다. 여기서 강한 개인이라고 하면 정신적으로 강함을 의미합니다.

거꾸로 말해 정신적으로 약한 것은 무엇일까요? 기쁠 때 기쁜 것에 취해서 계속 기쁘고 싶은 것입니다. 술을 계속 마신다거나, 유흥이나 접대에 취한다거나 하는 것들에 취해서 계속 기분이 좋고 싶은 겁니다. 슬프고 힘들 때 슬픔에 빠져서 헤어 나오지를 못하는 것도 정신적으로 약한 것입니다.

사람들마다 붙잡고 “나 힘들어요!, 나 슬퍼요…” 하면서 주변 사람들을 힘들게 합니다. 화가 나는 것도 마찬가지입니다. 자기 마음을 주체하지 못해서 조금만 화가 나도 소리를 버럭버럭 지릅니다. 마음이 강하지 못해서 자기의 화를 스스로 통제하지 못하는 것입니다. 희로애락 같은 자신의 거친 감정을 컨트롤하지 못하는 것이 바로 정신적으로 약하다는 말입니다.

정신적으로 강하다는 것은 그런 감정을 내가 다스릴 줄 안다는 겁니다. 불교는 다른 게 아닙니다. 내 정신을 스스로 건강하게 만드는 것이 불교입니다. 정신이 강하다는 말은 내 마음이 건강하다는 말입니다. 사람이 육체적으로 강하다는 말은 평소에 자기 건강을 잘 챙겨서 몸이 건강하다는 말하고 똑같습니다. 정신적으로 강하다는 말도 마찬가지입니다. 내 마음이 건강하기에 거친 감정에 휘둘리지 않습니다. 설령 슬픈 일이 있더라도 금방 풀고, 화가 나더라도 10분 화낼 것을 30초만 화내고 마는 것입니다. 이러한 정신적인 건강함이 1분 1초도 그치지 않고 쭉 지속된다면 그게 바로 부처의 경지입니다. 매 순간 내 마음이 건강하고, 매 순간 내 안에서 일어나는 감정에 휘둘리지 않아 내 안의 번뇌가 사라지는 것. 그게 부처입니다.

여러분, 말로만 부처님처럼 살자고 하지 말고 실제로 내 마음을 건강하게 하기 위해서 노력해야 합니다. 마치 매일 운동을 부지런히 하면 몸이 건강해지듯이 마음도 평소에 꾸준히 수행하면 건강해집니다. 강한 개인은 마음이 건강한 사람이고, 마음이 건강한 사람은 부처님 말씀에 따라서 하루에 단 몇 분이라도 열심히 수행을 하는 사람입니다.

정리해보겠습니다. 노년의 삶을 어떻게 살 것인가에 대한 해답은 두 가지입니다. 첫 번째는 꾸준하게 부처님 말씀에 따라서 수행을 하셔야 합니다. 기도를 하든, 독경을 하든, 절을 하든 뭐든 좋습니다. 자기한테 맞는 수행을 꾸준히 해서 내 마음을 건강하게 하셔야 합니다. 두 번째는 내 주변에 느슨한 인간관계들을 많이 만들어 놓는 게 좋습니다. 흔히 인간관계라고 하면 친밀한 관계만 생각하는데 실제로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느슨한 인간관계가 아닌가 싶습니다. 사회가 발전하면서 우리도 모르게 잃어버린 지역공동체, 마을, 이웃을 우리들부터 노력하여 만들어 나갑시다. 이 두 가지가 노년을 행복하게 살 수 있는 비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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