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묵당 편지

꽃나무 울력

얼마 전, 대중 스님들과 함께 꽃나무 옮기는 울력을 했습니다.

절집에 들어와 많은 새로운 경험을 했습니다. 그중 하나가 울력입니다. 월급을 받기 위해 하는 일이 아닙니다. 마지못해하는 일도, 지시 받은 대로 아무 생각없이 하는 일도 아닙니다. 공동체에 필요한 일이기 때문에 지위고하를 떠나서 모두 함께 일합니다. 예외란 없습니다. 일머리를 가장 잘 아는 사람이 전체 일을 챙기고 다른 스님들은 그 스님의 말을 따릅니다. 때로는 일하다가 한바탕 논쟁이 벌어지기도 합니다만, 그러다가 다시 또 일머리가 잡히면 모두 합심해서 일합니다.

울력하는 분위기는 항상 시끌벅적합니다. 살아있는 느낌입니다. 송광사에서 겨울을 준비하는 3일간의 김장울력을 할 때면 온 절간에 활기가 넘쳤습니다. 자발적인 노동의 즐거움을 가슴으로 느끼는 순간입니다. 지나간 과거에 대한 미련과 후회, 다가오지 않은 미래에 대한 불안과 두려움 같은 것들은 한치도 들어설 틈이 없습니다. 모두 지금 이 순간을 온 몸으로 즐기고 있습니다.

그러나 노동이 의무가 되고 월급과 맞바꾸는 상품이 되는 순간, 노동과 휴식 그리고 일과 놀이는 분리되었습니다. 공동체 안에서 느끼는 노동의 즐거움. 자본주의가 우리들에게서 빼앗아간 것입니다.

알게 모르게 사라진 것들이 정말 많습니다. 더 이상 잊지 않으리라 다짐하며 이만 줄입니다.

중현 두손 모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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