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불통계게(七佛通戒偈)
인류 역사상 맨 처음 출현한 부처님이 석가모니 부처님이라는 것은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이다.
하지만 이런 역사적인 사실에도 불구하고 경전에서는 석가모니 부처님이 이 땅에 오시기 훨씬 이전에도 많은 부처님이 존재했었다고 말한다. 그 가운데 일곱 부처만을 꼽자면 석가모니 부처님을 포함해서 비바시불, 시기불, 비사부불, 구류손불 구나함모니불, 가섭불을 들 수 있다.
그렇다면 일곱 부처님이 세상에 출현하시어 중생들에게 설법하신 주된 내용은 한 마디로 무엇이라고 할 수 있을까. 이것을 ‘칠불통계게’라고 하는데 한 부처님뿐만 아니라 일곱 부처님이 공통적으로 내린 불법의 결론이라고 할 수 있다. 그 내용은, ‘제악막작(諸惡莫作)하고 중선봉행(衆善奉行)하여 자정기의(自淨其意)함이 시제불교(是諸佛敎)니라’로, ‘무릇 온갖 악을 짓지 말고 착한 일만 행하여서 자기의 마음을 맑게 하는 것이 모든 부처의 가르침’이라고 해석한다.
모든 부처님이 가르치려고 했던 뜻은 악행은 조금도 하지 말고 선행만 하되 그것으로 그치지 말고 자기의 마음을 바로 깨달아 청정하게 하라는 것이다. 참으로 간단명료해서 누구라도 알아들을 수 있는 쉬운 말씀이다. 그래서였을까. 이 칠불통계게에 얽힌 한 토막 일화가 있다.
당나라 때 항주에 도림 선사라는 분이 계셨다. 고산의 영은사에 계시다가 후에 진망산에 계시게 되었는데 집이나 절에 머무르지 않고 큰 소나무 가지 위에서 새처럼 지냈다. 하루는 도림 선사에게 백거이라는 유명한 사람이 찾아왔다. 그는 유·불·선에도 능통할뿐더러 당대의 시인으로도 추앙받고 있었고 지금의 군수직을 가진 벼슬아치였다.
백거이는 소나무 꼭대기에 앉아 있는 선사를 보고 위험하다고 말했다. 그러자 도림 선사는 오히려 장작과 불이 만나 서로 성한 것처럼 타는 당신의 마음이 위험하다고 찔렀다. 백거이는 이번에는 어떤 것이 불법의 대의냐고 물었다. 이에 선사는 대답으로 칠불통계게를 읊었다. “악한 짓하지 말고 착한 짓만 하면서 마음을 맑히면 그게 불교지.” 백거이는 실소를 지었다. “아니 스님 그것은 세 살짜리 아이도 아는 얘기 아닙니까?” 이 물음에 선사는 “세 살짜리도 말할 수 있으나 팔십 먹은 늙은이도 행하기가 어렵다네.” 하고 답했다. 백거이는 그 자리에서 절을 했다.
불법은 아는 것에 있는 것이 아니라 행하는 것에 있는 것임을 알려 주는 이 일화는 지금도 불문에서는 많은 이들의 귀감이 되고 있다. 악을 그치기도 어렵고 선을 행하기도 어렵다. 그러나 더욱 어려운 것은 자기의 마음을 깨달아 청정을 이루는 일이다.
작은 악이라도 범하지 말고 작은 선이라도 실천하면서 마음을 자꾸 맑혀가는 공부를 지속하는 것이 일곱 부처님의 뜻에 부합된 불자의 생활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