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01] 경전해설- 보왕삼매론 1

보왕삼매론의 원나라 말기, 명나라 초기에 활동하셨던 묘협스님이 지은 책으로 정식 이름은 <보왕삼매염불직지>이다. 묘협스님은 왕조가 바뀌는 시기의 어지러운 나라 상황에서 혼란스러운 삶을 사는 민초들을 위해 염불수행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이 책을 지었다. <보왕삼매염불직지>는 모든 수행 중 염불이 삼매에 들어가는 데 가장 뛰어난 수행법이라는 내용을 담고 있다. 전문은 상당히 두꺼운데 그중 제17장 ‘10대 애행(碍行)’만 따로 떼어서 보왕삼매론이라 일컫는다. 10대 애행이란 열 가지 큰 장애(障碍)를 어떻게 하면 수행(修行)으로 극복할 수 있는가에 대한 내용이며, 그 내용을 다시 한 번 축약한 것이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보왕삼매론이다.
보왕삼매론의 주된 내용은 각각의 장애를 피하고자 하면 오히려 마음에 그와 관련된 장애가 생기니, 그 장애를 피하려고 하지 말라는 것이다. 보왕삼매론은 구조적으로 10개의 장애를 먼저 언급하되, 이를 각각 세 개의 문장으로 나누어 설명한다. 첫 번째 문장과 세 번째 문장은 같은 뜻을 다르게 말한 것이고 두 번째 문장이 핵심을 담고 있다. 첫 구절 ‘몸의 장애’에서 시작하여 열 가지 장애가 이어진다.
1. 몸의 장애
2. 세상살이 곤란함의 장애
3. 마음공부의 장애
4. 수행에서 생기는 장애
5. 일을 도모하는 데에서 생기는 장애
6. 가까이 지내는 사람과 정을 나누는 데에서 생기는 장애
7. 다른 사람을 대하는 데에서 생기는 장애
8. 공덕을 베풀 때 생기는 장애
9. 이익을 취하려 할 때 생기는 장애
10. 억을한 일을 당했을 때 생기는 장애
이들 장애를 피하려고 하면 오히려 마음에 장애가 생긴다.
1. 탐욕하는 마음
2. 업신여기고 사치하는 마음
3. 배움이 넘치는 것
4. 서원이 굳건하지 못한 것
5. 마음이 경솔한 것
6. 의리가 상하는 것
7. 교만한 마음
8. 불순한 생각
9. 어리석은 마음
10. 원망하는 마음
모든 문제는 장애가 내 앞에 있는 데에서 출발한다. 장애가 없으면 피하려고 노력하지도 않을 것이고, 마음의 장애[번뇌]가 생기지도 않을 것이다. 그런데 과연 장애라는 것은 무엇일까? 보왕삼매론 독해는 장애가 무엇인가를 제대로 아는 것에서부터 시작된다.
예를 들어 시골에서 운전하는 경우는 생각해보자. 시골에서는 내 앞에 가는 차가 도회지에서 나들이를 나온 차인지 동네 사람의 차인지 대번에 알 수 있다. 동네 사람들은 마을의 길과 위험지역을 다 알고 있다. 늘 다니던 길이기 때문에 속도가 빠르기도 하다. 반면 외지인들의 경우에는 오랜만에 풍경을 보면서 드라이브를 하러 나온 것이라 아주 느긋하다. 동네 사람들이 외지인의 차를 뒤따라갈 때는 답답하고 짜증스럽게 여기기도 한다.
시골길에 펼쳐지는 풍경은 똑같은데 어떤 사람은 풍경의 아름다움에 심취하고, 어떤 사람은 아름다운 풍경을 나를 가로막는 장애로 여긴다. 똑같은 상황이 누군가에게는 장애이고 다른 누군가에게는 장애가 아니다. 어떤 장애도 날 때부터 ‘누군가의 앞길을 가로막는 장애가 되어야지’라는 본분으로 생겨난 것이 아니다. 그저 누군가 장애로 느끼는 것일 뿐이다. 자연(自然)은 스스로 그러하다. 하늘이 높고 호수가 푸른 것은 어떤 목적이 있어서가 아니다. 꽃 피고 눈이 오고 바람 부는 것에는 이유가 없다. 그냥 그렇게 되는 것이다.
인간의 몸도 자연의 일부다. 꽃이 피고 낙엽이 지듯이 인간의 몸도 때가 되면 늙고 때가 되면 병들고 죽는다. 우리는 꽃이 피고 낙엽이 지는 것을 보면서 고통스러워하거나 슬퍼하거나 불안해하지 않는다. 그런데 ‘내가’ 늙고 ‘내가’ 병들고 ‘내가’ 죽는 것을 받아들일 때는 너무나 고통스러워한다. ‘나의 것’이라는 생각이 있기 때문이다.
그냥 있는 일을 장애라고 생각하는 순간 마음에 장애가 생긴다. 그리고 일단 번뇌가 생겨나면 평범한 자연현상도 나에게 다가오는 더 큰 장애로 받아들이게 된다. 중생들의 삶은 이렇게 악순환을 반복하고 있다. 청정하고 깨끗한 정토(淨土)가 아니라 번뇌와 고통으로 얼룩진 예토(穢土)를 산다. 예토를 다르게 말하면 자기가 만든 장애 속에서 쳇바퀴를 돌리는, 고통을 참고 견디는 사바세계이다.
어떻게 하면 이러한 고통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자연인으로 살아야 합니다. TV 프로그램처럼 산속에 들어가서 살라는 말이 아니라, 나 자신을 자연의 일부로 여기며 살아야 한다는 의미이다.
어떤 사람은 차가 고장 나면 즉시 카센터에서 차를 고쳐 다시 잘 타고 다닌다. 또 다른사람은 차에서 이상한 소리가 날 때 원인을 파악하여 고칠 생각은 하지 않고 불안한 마음만 가진 채로 계속 운행을 한다. 우리의 인생도 마찬가지다. 살면서 무언가 불안하고 고통스럽다면 원인을 찾아서 해결하면 된다. 원인을 찾거나 해결할 생각 없이 그저 불안해하고만 있다면 그것이 진짜 문제이다.
법문. 중현스님 / 정리. 편집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