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도 불교 지명이야기

영암 월출산(2)

옛날, 문수보살이 동방에 머무르고자 서역의 월지국(月支國)을 지나 영암의 진산에 머무셨는데 월지국의 월(月)과 월지국에서 출발했다는 출(出)자를 써서 ‘월출산’이라 명명했다고 전한다.

<동국여지승람>에는 월출산을 일러 ‘본국 밖(국외)에서는 화개산(華蓋山)이라 칭한다’고 했다. ‘국외(國外)’는 중국을 뜻하며, 화개산은 월출산을 말한다.

‘영암지도갑사사적’에는 ‘옛날 문수보살이 처음 이곳에 왔을 때 구름이 항상 산의 제일 높은 곳에 떠 있으므로 사람들이 신기하게 여겨 화개산이라 부른다’고 했다.

문수보살이 출발한 월지(月氏, 月支)국은 수많은 수행자들이 불법을 구하고자 찾았던 서역국의 하나이다.

서역(西域)은 중국에 인접한 서방 지역을 총칭하는 것으로 톈산산맥(天山山脈) · 쿤룬산맥(崑崙山脈)에 둘러싸인 타림분지의 일대와 파미르고원을 중심으로 연속된 투르케스탄(Turkestan) 지역을 가리킨다.

이 지역은 동서교통의 요충지로서 옛날부터 문화가 꽃피어 중국 한나라때 서역 36국이 있었다.

석가모니 부처님이 활동했던 땅은 남천축으로 오늘의 인도이며, 북천축이 서역으로 오늘의 중앙아시아 지역을 말한다.

서역에 불교가 전래된 것은 간다라 혹은 캐시미르의 서북인도 지방에서 성행하던 불교가 인도의 아쇼카왕이 보낸 불교 포교사에 의해 전해졌다.

서역의 불교국으로는 대월지국(大月氏國: 토카라) · 안식국(安息國: 파르티아) · 우전국(코탄) · 강거국(康居國: 호르기스) · 구자국(龜玆國: 쿠차) 등이 알려져 있다.

서역의 불교는 다시 중국 한나라에 전파되었고, 불교를 전한 포교승과 역경승들은 대부분 서역인이었다. 쿠차왕국의 구마라집이 대표적인 역경승이다.

서역에 불교가 전해지면서 조각 · 회화 · 자수 · 불탑 등의 불교 미술도 발달했다.

월지국은 서역의 고대 중앙아시아에 있던 유목민족이 세운 국가가운데 하나로 중국 감숙성 돈황지역이다. 훗날 서역의 유목민들은 흉노족에 밀려 서방으로 쫓겨 대월지국이 되었고, 이후 대월지국의 일부는 인도로 들어가 쿠샨 제국을 건설했다.

간다라 미술과 인도 마투라 예술이 쿠샨왕조에서 발원했고, 쿠샨왕조를 통해 중앙아시아, 중국, 한국에 대승불교가 전파되었다.

당시 월지국에서는 ‘석가모니 부처님은 내세에 오실 미륵부처님이 탄생하실 곳이 오늘의 우즈베키스탄 남부와 아프카니스탄 북부, 즉 월지국’으로 여겼다. 이렇게 월지국은 과거 칠불사상과 대승불교가 싹트게 되는 원동력이 되었다.

월지국이 있었던 중앙아시아에서는 현재도 수많은 불교유적이 발굴되고 있다. 안타깝게도 서역은 현재 이슬람교도가 점령하고 있으며, 아프가니스탄의 바미얀 대불을 파괴하는 등 불교유적 파괴가 계속되고 있다.

옛날, 당나라와 신라의 수많은 스님들이 서역으로 구법행을 떠났다.

‘왕오천축국전’을 저술한 신라 혜초 스님도 월지국을 거쳐 인도로 향했다. 구법소설 ‘서유기’의 주인공 현장 스님도 마찬가지이다. 현장 스님은 ‘대당서역기’에 “월지국의 거대한 탑이 온통 금으로 장식되어있다”고 기록했다.

장흥 보림사를 창건한 신라 원표 스님도 중국 유학을 마치고 고국에 돌아와 월지국의 보림사를 그리워하며 보림사를 건립했다. 장흥 천관사 창건 설화에 따르면 “동방의 보림사가 정말 월지국 보림사와 같은지 천관 보살에게 문의해 동의를 구했다”고 전한다.

월지국에 불교가 성행하던 무렵, 문수보살이 월지국에서 출발해 동방의 끄트머리 해동 월출산으로 오셨다. 이는 월출산이 자리한 영암지역은 일찍이 불교가 크게 융성했던 인도 쿠샨왕조와 직접 소통했을 가능성이 있음을 보여준다.

실제로 도선국사가 탄생한 월출산 자락 구림마을은 예전에 배가 드나들던 포구로 중국, 일본과 교역이 성행했다. 월출산은 천축국의 불교가 한반도에 전래된 한국불교 시원은 아닌지 살펴볼 일이다.

한반도 문수신앙의 성지 영암 월출산에서 다시 문수신앙이 성행하기를 기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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