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1] 2025서울국제불교박람회 현장
‘불교박람회’가 또 통했다. 2~3년 전부터 귀여운 소품과 MZ감성을 저격하는 기획전으로 입소문을 타기 시작하더니, 올해는 역대 최대 흥행을 기록했다. 지난 4월 6일부터 9일까지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2025서울국제불교박람회에는 나흘간 20만 명 이상의 관람객이 방문했다.
최신 불교 산업 트렌드와 소비자의 니즈를 확인할 수 있는 불교박람회 현장에 증심사 주지 중현스님이 직접 방문했다. 368개 업체가 운영하는 481개 부스를 거의 모두 둘러보고, 증심사에서 활용할 수 있는 참신한 아이템을 탐색했다. 올해 불교박람회의 특이점과 의미를 함께 살펴보자.
힙한 불교, 일상으로 스며들다
‘열반은 셀프’ (스티커)
‘업장소멸’ (지우개)
‘극락도 락이다’ (티셔츠)
‘중생아 사랑해’ (쿠션)
‘플라스틱의 윤회’ (업사이클링 열쇠고리)
‘KEEP THE BALANCE(중도)’ (티셔츠)
‘자빠진 쥐’ (도자기)
‘스밀스밀’ (스님이 만든 밀크티 음료)
말장난 같지만 곰곰이 들여다보면 나름대로의 의미를 지니고 있다. 불교의 ‘밈’화는 불교가 무겁고 어렵다는 고정관념에서 벗어나 ‘힙함’과 ‘트렌디함’이라는 옷을 입도록 했다. 불교의 가르침을 요즘 말로 표현하자 너도나도 공감하고 나섰다. 체험한 후 자랑하고 싶은 유니크한 무엇이 된 것이다.
IT기반 명상 콘텐츠, 전통 기반의 라이프스타일 브랜드, 미디어아트 등 최신기술과 전통문화를 융합한 산업모델도 눈길을 끌었다. 젊은 층에게는 다소 무겁게 느껴질 수 있는 전통문화를 가볍게 전환시켰고, 기성세대에게는 다소 낯설게 느껴질 수 있는 최신 산업을 전통문화로 유화시켰다.
역대 최다 관람객…관람객 20만 명 성황
“불교 또 나 빼고 재밌는 거 했네.”
서울 종로 일대에서 성대하게 열리는 연등회나 ‘나는 절로’와 같은 기발한 템플스테이, 각개 사찰에서 진행하는 참신한 프로그램이 소개되었을 때, 직접 참여하지 못한 아쉬움과 부러움이 섞인 말이다. 역설적으로 이러한 반응으로 하여금 특정 행사의 흥행 여부를 가늠하기도 한다. 이번에는 “불교 나 빼고 또 재밌는 거 했다”는 이야기와 함께 “내가 가서 봤더니 진짜 재미있더라”라는 후기가 속출했다.
올해 불교박람회 참가자는 20만 명을 상회했다. 2023년 총 관람객 7만2천 명 수준에서 2024년에는 2배가량 늘어난 14만 명의 관람객이 몰렸고, 이중 80%가 2030 젊은 층이었다. 유행은 올해도 지속됐다. 스님이나 사찰 관계자, 업체 지인 등 중장년층이 행사장의 대다수를 이루었던 과거와 달리 박람회장에는 앳되고 생기 넘치는 젊은이들로 가득했다. 행사 첫날부터 폐장 시간까지 입장 대기줄이 이어졌고, 안전을 위해 입장을 제한하기도 했다.
MZ 친불자에게 몰입형 체험거리 제공
이번 박람회는 흡사 테마파크와 같았다. 놀이공원에서 동물모양 머리띠를 하듯, 관람객들의 머리 위에는 ‘깨닫다!’라는 헤어핀이 놀이처럼 꽂혀있었다. RPG 게임에 익숙한 MZ세대를 겨냥하여 ‘너의 깨달음을 찾아라! 부디즘 어드벤처@코엑스’를 주제로 성과를 달성하도록 하기도 했다. 관람객들이 팔정도를 상징하는 8개의 체험 부스를 돌며 자연스럽게 불교의 교리를 만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불자가 아닌 친불교 일반인들이 대폭 늘어난 만큼, 단순한 종교행사를 넘어 전통문화와 예술, 그리고 불교를 체험할 수 있도록 장치했다.
염주 만들기, 범어 스탠실, 출가 상담, 수의 체험 등 다양한 프로그램은 불교의 메시지를 편안하고 재미있게 전달했다. 출가 상담 부스에서는 2030 여성들이 출가 스님과 진지한 대화를 나누었고, 삭발염의한 모습을 가상으로 보여주는 AI 출가체험도 문전성시를 이뤘다. ‘죽음과 마주하기’라는 테마의 웰엔딩 임종체험도 인기 체험 중 하나.
살아있는 전통문화의 꽃 ‘붓다아트페어’
불교박람회의 한 축이 산업전이라면 또 다른 축은 불교미술이다. 매년 불교박람회장에서 동시에 열리는 ‘붓다아트페어’는 전통 불화는 물론 현대 불교미술, 설치미술, 도자, 자개, 회화 등 폭넓은 장르를 망라하는 미술 대축전이다. 불교 현대미술 특별전을 통해서는 젊은 작가들의 시선으로 재해석한 불교적 주제를 들여다볼 수 있고, 국제전에서는 해외의 여러 불교미술을 살펴볼 수 있어 안목을 넓히는 기회가 된다.
본질이냐 소비냐
“불교는 잘 모르겠지만, 굿즈는 예뻐서 샀어요.”
비불자와 만나는 영역이 커질수록 불교의 본질보다는 종교적 메시지를 희석한 라이프스타일 콘텐츠로 소비되는 경향이 커지는 것도 사실이다. 일시적 관심을 끌기 위한 유행.소비적 접근이 오히려 불교의 본질을 오해하게 만들 수 있다는 비판도 있다. 불교가 단지 마케팅 수단이나 도파민 소비로 이용되고 있지 않은가 하는 반성적 시각이기도 하다.
그러나 젊은 세대가 불교에 전혀 관심을 갖지 않던 시대에서, ‘티셔츠 문구’나 ‘밈’으로라도 불교를 접하고 이야기하는 시대로 변화하고 있다는 점은 분명 고무적이다. 중요한 지점은 유행에 편승한 관심을 어떻게 하면 발전적으로 연결시킬 것이냐 하는 것이다. 이는 증심사가 몰두하고 있는 포교 과제이기도 하다.
중심사에서도 만날 수 있는 ‘힙’한 ‘트렌드’
개완 티클래스, 싱잉볼 소리명상, 명상 원데이클래스, 요가템플스테이… 2025년도에 새로운 형식으로 시도되고 있는 증심사 문화포교 사업이다. 전통적 신앙 형식인 예불, 법회, 기도 등과 접점이 없는 젊은 세대가 ‘이너피스(마음의 평화)’를 만나는 수단으로 증심사를 방문하고 있다.
‘외면보다 내면을 다듬어가는 힙한 나’를 내보이기 위한 일시적 체험일지라도, 그동안 절에 올 생각을 하지 않았던 사람들을 절로 걸음하게 한다는 점에서는 의미 있는 출발이라 할 것이다.
한편, 불교박람회를 관람하며 우리 절 증심사에서 활용할 수 있는 체험 키트, 굿즈 및 공예 디자인 아이디어, 마케팅 레퍼런스 등을 확보했다. 이들 귀중한 경험은 적절한 시기에, 적절한 방법을 통해 포교 현장에 구현하고 활용해갈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