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의 법문

[26-08] 나는 왜 생각이 많은가

마음은 어리석게 과거의 일을 취하지도 말고 

또한 미래의 일에도 탐착하지 말지니라. 

그리고 현재 있는 일에도 머물지 아니하면 

삼세가 실로 공적함을 요달하리라. 

<화엄경>

지나간 일을 붙들고 후회하지도 말고, 아직 다가오지 않은 일에 대해서도 벌 써 불안해하지 말고, 현재의 일에 대해서도 애착심을 가지지 않으면 과거 현 재 미래가 모두 공적하다는 것을 깨닫게 될 것이라는 화엄경의 게송입니다. 

‘나는 왜 생각이 많을까?’ 누구나 한 번쯤 하는 고민일 것입니다. 나는 그러려 고 하지 않았는데 머리속에서 오만 가지 생각이 다 들어서 마음이 복잡하고 힘든 경우가 많습니다. 오늘은 ‘생각이 많은 현상’을 뇌과학적으로 풀이해보 는 한편, 자기 마음대로 생각하는 머리통을 시원하게 정리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겠습니다. 

부처님이 말씀하시기를 마음은 원숭이와 같다고 했습니다. 그만큼 우리의 마 음은 한 군데 가만히 있지 못합니다. 마치 철없는 어린 원숭이가 나뭇가지 위 에서 오락가락하는 것처럼 말입니다. 최근 뇌과학자들이 연구한 결과 인간의 뇌는 기본적으로 생각이 많게 작동된다고 합니다. 생각이 많은 것이 ‘정상’인 것이지요. 

딴 생각은 자연스러운 생각이다

우리는 보통 생각할 거리를 자극하는 무언가에 의해서 생각이 일어난다고 생각합니다. 눈이 가는 무언가를 봤다거나 어떤 소리를 들었다는 이유로 며칠 전에 있었던 일을 떠올리기도 하지요. 반면 약간 잠이 오거나 노곤한 상태에서는 외부의 자극이 있어도 머리가 아무런 생각도 하지 않는다고 생각하기 쉬운데요. 사실 이런 상태에서도 우리 머릿속에서는 10초에 한 번씩 무언가를 생각한다고 합니다. 

아무 일도 하지 않을 때에도 머리는 생각을 하고 있다는 것을 어떻게 발견했을까요? 바로 뇌의 에너지 사용량을 통해 추측했습니다. 무게로 따지면 전체 몸의 2%밖에 안 되는 이 기관이 우리 몸에서 쓰이는 에너지의 20% 이상을 사용한다는 것을 알게 된 것이지요. 

우리의 뇌에는 기본모드신경망(default mode network)이 있습니다. 뇌에는 860억 개의 세포가 있고, 이 뇌세포가 다른 뇌세포와 연결되는 가지가 있습니다. 그 가지를 시냅스라고 하는데, 우리가 무엇을 기억한다고 할 때는 뇌세포 여러 개가 시냅스를 통해 연결되어 하나의 네트워크를 이루게 됩니다. 이러한 시냅스는 무려 100조 개에 이른다고 하니 100조 개의 시냅스로 연결될 수 있는 가능성은 무한대에 가까울 겁니다. 

앞서 아무 일도 안 하는 뇌가 엄청난 에너지를 사용한다고 말씀드렸습니다. 무한한 신경망들이 깨어있는 동안 끊임없이 작동하고 있으므로 ‘생각이 많다’는 것은 우리의 뇌 구조에 따른 자연스러운 현상입니다. 우리가 쉬고 있다고 생각하는 순간에도 뇌는 ‘기본모드신경망’ 시스템 안에서 계속해서 다른 생각을 하고 있는 것이지요. 

뇌의 관성을 변화시킬 수 있는 방법, 수행 

한편 우리가 하는 생각들의 대부분은 과거에 대한 후회와 미래에 대한 불안입니다. 행복보다 불안에 대해 생각하는 것은 원시시대로부터 내려오는 진화의 흔적 때문입니다. 그 시절에는 과거의 일을 곱씹어 생각하고, 앞날을 걱정하는 것이 생존에 유리했기 때문에 인간의 뇌가 그렇게 진화해온 것입니다. 

환경은 원시시대에서 첨단 현대 사회로 변화했지만 원시시대에서 진화한 머리는 바뀌지 않았기 때문에 아직도 우리는 과거에 대한 후회와 미래에 대한 걱정을 안고 살아갑니다. 현대인들이 정신적으로 괴로운 이유는 여기에 있습니다. 

요즘 사람들은 ‘힐링’을 원합니다. 괴로운 마음을 치료하기를 원합니다. 그 치료법은 쓸데없는 잡생각을 다스리는 것입니다. 사람의 뇌에는 기본모드신경망도 있지만 다른 한편 인지조절신경망이 존재합니다. 머리가 지금 무엇을 하는지 관리감독하는 신경망입니다. 

수행이라는 것은 바로 이 머릿속의 관리자의 역량을 키우는 것입니다. 관리자의 역량을 키우면 우리가 원하는 방향으로 신경망을 강화할 수 있습니다. 평소에는 느끼지 못하지만 수행을 하다 보면 일상에서 내 머릿속에 얼마나 많은 잡생각이 들었다 사라지는지를 알게 됩니다. 수행을 하는 것은 몸 건강 뿐만 아니라 정신 건강에도 도움을 주는 것이지요. 

인간은 타고나기를 맨 딴 생각하고 후회하고 걱정하게 되어 있지만, 다행히 이런 관성을 변화시킬 수 있는 능력 또한 부여 받았습니다. 수행하는 것은 나의 뇌세포를 건강하게 만드는 일이고 나의 신경을 바꾸는 일입니다. 여러분이 조금 더 수행에 매진하게 되는 이유가 되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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