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의 법문

[26-03] 깨달음과 열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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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자와 불자 아닌 사람 

불자와 불자 아닌 사람을 무엇으로 구별할 수 있을까요? 불자(佛子)는 부처님의 제자라는 뜻인데, 불자와 불자 아닌 사람의 차이는 무엇일까요? 신도증이 있다고 해서 불자일까요? 불교대학을 나왔다고 해서 불자일까요? 꼬박꼬박 절에 나온다고 해서 불자인가요? 제가 볼 때는 그렇지 않습니다. 

부처님의 제자로 살아야겠다고 생각한 순간이 누구에게나 있었을 것입니다. 그 순간이 있었기에 지금 이 법문을 듣고 있을 것입니다. 그런데 살다 보면 그 때의 마음을 잊어버립니다. 도반들과 만나니까 재미있고 스님들에게 감명 깊은 이야기를 들으니까 마음이 좋은, 그런 순간순간의 재미에 빠져 지내다 보면 애초에 어째서 불제자가 되기로 결심했는가를 잊어버리는 때가 있습니다. 

이런 의미에서 볼 때 불자와 불자 아닌 사람들을 구별하는 기준은 원력입니다. 깨달음을 얻겠다는 큰 서원을 세우는 것이 원력입니다. 이러한 원력이 있는 사람이 불제자입니다. 아무리 오래 출가생활을 했어도, 아무리 많이 절에 다녔어도 마음속에 초발심의 서원이 여전하지 않다면 그 사람은 불제자가 아니라고 단호하게 말할 수 있겠습니다. 

우리 불자들이 가져야 할 궁극적인 삶의 목표이자 자세는 부처님이 설파하신 깨달음을 성취하는 것입니다. 이러한 목표를 하루하루, 매 순간 선명하게 가지고 있다면 그 마음 하나만으로 우리는 부처와 다르지 않을 것입니다. 목표를 망각하고 살기 때문에 중생의 삶을 살아갑니다.

열반은 목표가 아니다

깨달음은 무엇일까요? 부처님 당시의 깨달음은 ‘안다’는 것입니다. ‘이해한다’는 것입니다. 불교에서 깨달음의 대상은 바로 부처님의 가르침이고, 부처님 가르침의 핵심은 연기와 공성입니다. 연기를 이해하면 깨닫는 것입니다. 조건에 따라서 생하고 조건에 따라서 멸한다고 하는 연기법을 일정 수준에서 이해하는 것은 이를 전혀 모르는 것에 비하면 어느 정도 깨달았다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부처님이 깨달은 경지는 연기법을 철저하게 이해하고 수행을 통해 온몸으로 체득한 경지입니다.

완전한 깨달음을 얻은 사람은 열반의 상태에 있기 때문에 흔히 우리는 깨달음과 열반을 같은 말로 생각합니다. 그러나 사실 깨달음과 열반은 전혀 다릅니다. 깨달음은 내가 이해하는 수준과 정도에 따라 그 깊이가 다양하게 나타납니다. 반면 열반은 번뇌의 불길이 완전히 꺼진 상태로, 궁극의 깨달음을 얻었을 때만 체득할 수 있는 경지입니다. 

열반은 목표가 아닙니다. 어떠한 지점도 아닙니다. 열반은 다만 궁극의 진리가 완전하게 적용되는 상태입니다. 그래서 부처님께서는 열반을 이야기할 때 ‘번뇌의 불길이 완전히 꺼진 상태’라고만 이야기 하신 것입니다. 행복도 마찬가지입니다. 행복은 특정한 상태가 아닙니다. 이것이다, 저것이다, 이런 상태다, 저런 상태다 라고 표현할 때 그것은 행복의 속성에서 벗어나게 됩니다. 그러므로 행복은 부정으로밖에 표현할 수가 없습니다. 단지 ‘고통이 완전히 사라진 상태’라고요. 

불자는 원력을 향해 나아가는 사람 

대낮에 성냥불을 켜면 불이 잘 보이지 않습니다. 이럴 때 성냥불을 가지고 놀면 자칫 손을 데기 쉽지요. 무명과 번뇌라는 것이 나에게 고통을 준다는 사실을 모르면 마치 대낮에 피운 성냥에 손을 데는 것처럼 고통을 반복하게 됩니다. 

우리가 스스로 불자라고 한다면 우리가 손에 성냥불을 쥐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으며, 그 불을 만지면 뜨겁다는 것을 아는 사람이라는 뜻입니다. 누군가 알려줬든, 어두운 밤에 성냥을 보았든, 다양한 계기를 통해 그것을 알게 된 사람들입니다. 그리고 결심한 사람들입니다. 불이 뜨거우니까 손을 데지 않아야겠다고 말입니다. 

이런 단계가 초발심을 내는 단계입니다. 부처님이 말한 연기법을 제대로 알지 못해서 고통을 겪고 있으니, 수행을 실천해서 연기법을 제대로 알아 이 뜨거운 불에서 해방되겠다는 원력을 세우는 것입니다. 초발심의 단계에서 원력에 대한 욕구와 집착이 일어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입니다. 깨달음에 대한 집착에 없으면 결코 깨달을 수 없습니다. 

이렇게 망상을 제거하고 내면을 관찰하는 수행을 하다보면 불길이 조금씩 사그라집니다. 그러나 완전히 불이 꺼진 단계는 아닙니다. 재 속에 있는 불씨를 끄기 위해서는 익숙해진 수행을 계속 해 나가야 합니다. 깨닫겠다는 집착이나 욕구가 점점 잦아들어서 이런 욕구를 전혀 느끼지 않아도 아무런 집착 없이 공부와 수행을 진행하다 보면 재 속에 있는 불씨까지 완전하게 사그라지게 됩니다. 번뇌의 불길이 완전히 꺼진 상태, 궁극적인 평화의 상태는 그런 속에서 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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