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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기를 닦고 닦다보면 마음도 닦아져요”

환희지 보살 (재무단, 불기닦기 봉사자)

“불기를 닦다보면 광택이 납니다. 잘 닦은 불기는 얼굴을 비춰볼 수 있을 정도입니다. 그런데 한두 번 문질러서는 어림도 없습니다. 어깨가 빠질 정도로 수없이 닦고 닦아야 합니다.”

한 달에 한 번씩 불기 닦기 봉사를 하고 있는 김수미(환희지) 보살은 “불기를 닦는 봉사는 좋은 수행이다”고 말한다. 불기를 닦다보면 저절로 자신을 바라보게 되어 마음공부가 된다는 것이다. 증심사 법당의 불기는 항상 깨끗하고 번쩍번쩍하다. 매월 초하루 전에 환희지 보살을 비롯해 불기 닦는 봉사자들의 노고가 있기 때문이다.

“딸아이가 사춘기였었나 봅니다. 고등학교에 올라가더니 말이 없는 것이에요. 사소한 일에도 함께 대화를 나누던 아이였는데, 저도 힘들었습니다.

법당을 찾아 경전을 독송하고 절을 해도 풀리지 않아요. 마침 불기 닦기 봉사가 있어 촛대를 닦는데 한참을 닦다보니 서서히 마음이 녹여지는 것입니다. 문제를 풀겠다는 것 또한 저의 욕심이라는 것을 알게 된 것이죠.”

딸에게 학부모가 될 것인지, 아니면 부모가 될 것인지 갈림길에 서있는 자신이 보였다. 부모가 되기로 했다. 다른 아이와 경쟁하는 아이가 아니라 건강하게 자라고 있는 딸이 고마웠다.

이때부터 환희지 보살의 기도 발원은 ‘마음 내려놓기’가 됐다. 내가 좋으면 행복할 것 같았는데 욕심이었다. 마음을 내려놓고 더불어 행복하기를 발원했다. 마음을 내려놓다보니 딸아이도 제 갈 길을 잘 찾아갔다. 이제 기도를 하고나면 “제가 오늘 기도한 공덕이 살아있는 모든 이에게 고르게 나누어지기를 기원 합니다”고 회향한다.

기도는 주로 오백나한이 모셔진 ‘오백전’에서 한다. 긴장을 늦추지 않아야 할 일이 있으면 ‘오백전 새벽예불’에 동참한다. 증심사 아래 운림동에 살고 있어 새벽예불 참여가 수월한 편이다.

“새벽예불을 마치고 법당 밖에서 바라보는 풍광은 말로 다하지 못할 만큼 좋습니다. 계절마다 변하는 무등산과 새벽산사, 여기에 새벽기도까지 마치고 나면 하루를 다 산 것 같습니다. 나머지는 덤으로 사는 거죠. 그대로가 부처님 세상입니다.”

이렇게 자연의 변화를 느낄 수 있는 것은 마음을 내려놓는 기도를 하면서 부터이다. 앞만 보고 살 때는 보지 못했던 세상이다. 환희지 보살은 “좋은 세상은 존재하는 모든 생명과 나누었을 때 완성 된다.”고
강조한다.

환희지(歡喜地), <화엄경>에서 보살의 수행단계를 10종으로 나눈 것 중 첫 번째 경지에 이른 보살로 ‘깨달음의 눈이 뜨여서 기쁨으로 가득 차 있는 경지’를 말한다.

얼마 전 환희지 보살은 실버보드게임 지도사와 전통놀이 지도사 자격증을 취득했다. 이미 오래전에 사회복지사, 요양복지사 자격증도 땄다. 도움이 필요한 이웃에게 봉사하기 위해서이다.

“착하게 사는 것이 불교라고 하잖아요. 소소하지만 다른 사람의 좋은 일을 같이 따라서 기뻐해 주는
(隨喜功德) 불자가 되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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