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진 풀치터널
부처님 산 고갯길 확장하면서 ‘불티‘를 ‘풀치‘로 명명
강진과 영암을 경계로 자리한 월출산은 산의 동쪽 끄트머리에 국도 제13호선이 지나고 있다. 완도, 해남, 강진에서 광주, 서울로 가는 주요 대로이다.
옛사람들은 월출산 동쪽 끄트머리 고도가 낮은 곳에 고갯길(해박 200m)을 내고 통행했다. 불티재이다. 부처(佛) 고개(峙)란 의미이며 ‘치’가 ‘티’로 변화해 ‘불티재’로 불렀다.
월출산이 부처님 산이기에 불티재가 된 것이다. 일전에 월출산 유래를 소개한 바 있다. 문수보살이 월지국(月)에서 출발(出)해 해동 땅으로 오셨고, 이 산에 상주하고 있다고 하여 월출산(月出山)이라 부른다.
그런데 2,000년도 초반에 이 고갯길 명칭을 두고 논란이 일었다. 국도 13호선을 확장하면서 불티재 고갯길에 터널이 생긴 것이다. 불티재 고갯마루 아래에 뚫은 터널이기에 ‘불티터널’이라 불러야 하건만 ‘풀치터널’로 표기하기로 한 것이다.
당시 영암군과 강진군은 불티재를 ‘풀치’로 바꿀 것을 익산지방국토관리청에 제안했다. 그렇지만 풀치에 대한 의미는 서로 달랐다.
영암군은 대동여지도 청구도 등 지리지에 ‘화치(火峙)’로 기록돼 ‘불고개’를 의미한다고 해석했다. 반면에 강진군은 예전 이곳에 푸나무가 많아 ‘푸시재’로 불리다 ‘풀치재’로 변했다고 주장했다.
두 군은 ‘불’의 어원이 ‘불무’에서 ‘풀무’로 발전했으며, ‘화치’는 우리말로 ‘풀치’ 또는 ‘불치’로 표기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치(峙)’는 우리말인 고개, 재를 뜻한다.
우리 땅이름 가운데 불무, 불모 또는 풍수지리에서 불무형국 등에 등장하는 ‘불’은 대부분 부처(佛)와 관련되어 있다.
특히 불무가 풀무 등 다른 용어로 불리게 된 것은 옛사람들이 성인이나 국왕, 조상의 이름을 돌려 부르는 피휘(避諱)의 영향이다. 부처님(佛)을 불(火)로 음차하고, 불을 많이 쓰는 대장간 ‘풀무’로 바꿔 부른 것이다.
김제시 만경면 바닷가 화포는 진묵대사가 태어난 곳이다. 진묵대사는 살아있는 부처, 생불로 여겨 불개·불거(佛居)·불포(佛浦)라 불렀다. 1914년 행정구역 개편 당시 부처 ‘불(佛)’자를 불 ‘화(火)’자로 바꾸어 화포(火浦)가 됐다.
월출산 불티재는 부처님 산의 고개이다. 영암과 강진을 잇는 주요 고갯길이기에 번잡한 고개였다. 20여 년 전, 풀치터널이 생기기 전까지만 해도 고갯마루에 자리한 불티재 휴게소가 번창했다. 그러나 터널이 생기면서 사람들의 발길이 뚝 끊겼다.
그 터널의 명칭은 풀치터널이지만 고개는 여전히 불티재가 지정 명칭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