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전속이야기

나에게 알맞은 수행법은 무엇일까?

잘생기고 풍채도 좋은 한 젊은 남자가 사리불 장로에게 출가하여 비구가 되었다. 젊은이들은 대체로 성욕이 강하다. 성욕을 잠재울 방법으로는 부정관(不淨觀)을이 적격이었다. 그래서 사리불은 젊은 비구에게 몸을 32부분으로 해부하여 관찰하고 그 낱낱이 유쾌하지 않은 것들임을 관찰하도록 가르쳤다. 비구는 스승의 가르침에 따라 숲으로 들어가 한 달 동안 열심히 수행하였다. 하지만 아무런 성과가 없고, 마음을 집중할 수도 없었다. 한 달 후, 비구가 스승에게 돌아와 사실대로 말씀드렸다.

“스승님의 가르침에 따라 열심히 노력해 보았지만, 깨달음도 일어나지 않고 마음에 별다른 변화도 없습니다.”

“수행에 진척이 없다고 포기해서는 안 된다.”

사리불은 젊은 제자를 다독이고, 수행법을 다시 한번 자세히 설명해 주었다. 그리고 숲으로 돌려보냈다. 다시 한 달 후, 젊은 비구가 스승에게 돌아와 자신의 수행 경과를 보고하였다.

“스승님, 열심히 노력했지만, 도무지 집중이 안 됩니다.”

사리불 장로는 다시 젊은 비구를 위해 비유까지 들어가며 그 수행법을 상세히 설명하고, 이 수행을 하는 이유까지 설명해 주었다. 그리고 다시 숲으로 돌려보냈다. 또 한 달 후, 젊은 비구가 숲에서 돌아와 스승에게 하소연하였다.

“스승님, 부처님의 가르침은 열반으로 가는 길이라 하셨는데, 저에게는 그 열반이 짐작조차 되지 않습니다. 도리어 ‘내가 왜 이런 짓을 해야 하나’ 하고 회의감마저 듭니다.”

사리불 장로는 곰곰이 생각해 보았다.

“이 비구는 성실한 사람이다. 그런데도 수행에 진척이 없다니. 혹시 내가 잘못 가르친 것은 아닐까?”

그날 오후, 공양을 마친 사리불은 젊은 비구를 데리고 부처님께 찾아갔다. 그리고 그간 있었던 일을 전부 말씀드렸다. 그리고 여쭈었다.

“부처님, 혹시 저의 가르침이 잘못된 것입니까?”

부처님께서 빙그레 웃으시며 사리불에게 말씀하셨다.

“장로여. 당신의 가르침은 올바르고, 당신이 그 가르침을 설한 의도 역시 올바릅니다. 다만 상대의 성향과 마음 상태를 자세히 관찰하지 못했을 뿐입니다.”

부처님이 젊은 비구에게 손짓해 가까이 다가오게 하고 부드러운 목소리로 물으셨다.

“자네는 출가하기 전에 어떤 직업을 가지고 있었는가?”

“저희 집안은 대대로 금을 세공하는 일을 했습니다. 저 역시 어려서부터 황금으로 갖가지 보석을 만드는 일을 했습니다.”

“그래, 자네는 그 황금으로 어떤 문양을 만드는 것을 좋아했는가?”

잔뜩 주눅이 들어 눈치를 살피던 젊은 비구의 얼굴에서 환한 미소가 번졌다.

“저는 연꽃을 좋아합니다. 저에게는 세상에서 제일 아름다운 꽃이 연꽃입니다. 그래서 연꽃 문양을 만들고 새기는 것을 좋아하고, 또 남들보다 잘 했습니다.”

그러자 부처님께서 신통력으로 잎과 줄기에서 물방울이 뚝뚝 떨어지는 싱싱한 연꽃을 한 송이 만들어 젊은 비구에게 내미셨다. 그리고 깜짝 놀라는 젊은 비구에게 말씀하셨다.

“이 연꽃은 어떤가?”

“이렇게 크고 붉은빛이 선명한 연꽃은 본 적이 없습니다. 너무나 아름답습니다.”

“이 연꽃을 너에게 줄 것이니, 이 연꽃을 가지고 조용한 곳으로 가서 모래더미에 꽂아 두고 가만히 바라보거라.”

부처님께서 주신 연꽃을 두 손으로 받아든 순간, 젊은 비구의 마음은 환희심으로 가득 찼다. 비구는 사원 경내의 연못 가 모래언덕에 그 연꽃을 꽂고 그 앞에 가부좌를 틀고 앉았다. 매혹적인 빛깔과 자태에 사로잡힌 비구는 그 연꽃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연꽃에 몰입하던 비구는 어느덧 자기도 모르게 선정(禪定)에 들었다. 들뜬 생각들이 사라지고, 가을 하늘처럼 맑아진 마음에 오직 연꽃만이 선명했다. 비구는 그 연꽃을 있는 그대로 관찰하기 시작했다. 얼마 후, 부처님의 신통력으로 만들어진 그 연꽃이 생기를 잃더니 고개를 푹 숙이고, 꽃잎이 뚝뚝 떨어져 내렸다. 그리고 그 꽃잎들은 곧 따가운 햇볕에 붉은색이 바래고 검게 변하였다.

“아, 아름답던 저 연꽃이 이렇게 변하는구나!”

비구의 입에서 저도 모르게 탄식이 흘러나왔다. 선정에서 깨어난 비구는 찬란한 아름다움이 한순간에 지나지 않는다는 사실을 비로소 깊이 인정하게 되었다. 붙잡아 둘 수 없는 그 한순간을 탐착해 매달리고 갈구하며 산다는 것은 매우 어리석은 짓이었다. 그 어리석음이 목에 걸린 가시처럼 자신에게 도사리고 있다는 사실을 비구는 드디어 깨닫게 되었다.

마침 그때 더위를 피해 연못으로 놀러 온 개구쟁이 소년들이 물속으로 뛰어들었다.

“야, 연꽃이 예쁘게 피었네! 이 꽃을 꺾어서 집에 가져가자.”

연꽃이 탐난 소년들은 연꽃을 수북이 꺾어 못 둑에 쌓기 시작했다. 그 광경을 비구가 멀찍이서 바라보고 있었다. 아이들이 집으로 가져가고 싶은 것은 이슬방울이 또로록 구르는 싱싱한 연꽃일 것이다. 하지만 둑 위에 놓인 연꽃은 벌써 시들어가고 있었다.

“아, 나도 저랬구나!”

비구의 마음에서 욕망이 사라지고, 소유의 갈증이 자취를 감추었다. 고요하고 흔들림 없는 그 마음은 너무나 평온하였다. 젊은 비구는 드디어 열반이 무엇인지 스스로 확인하고 스스로 만끽하게 되었다.

부처님께서 일러주신 길은 기쁨이 넘치고, 깨달음이 넘치고, 평온함이 가득한 길이다. 지금 내가 걷는 길도 그런가? 한 번쯤 돌아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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