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변화와 인권은 어떤 관련이 있을까?
터키해변에서 익사체로 발견된 시리아 난민 아이 아일란의 사진은 우리에게 큰 충격과 함께 난민 인권이 이슈가 되었다. 이 사건은 시리아 내전을 피해 유럽으로 탈출하려다 배가 난파돼 아버지를 제외한 3명의 가족이 죽음을 맞은 사연을 담고 있었다.
이 안타까운 사연의 근본적인 원인은 이상기후였다. 이상기후로 인해 전 세계적으로 곡물 파동이 일어나 농산물 가격이 폭등하고 수출이 금지되면서 튀니지나 시리아에서는 내전이 10년째 지속되고 있다. 내전을 버티지 못한 사람들이 결국 삶의 터전을 떠나 살길을 찾아 떠난 것이다.
지구온난화는 기후변화를 일으키고, 그로인해 가뭄, 태풍, 폭우, 산불 등 자연재해 발생도 많아지면서 생태계가 무너지고 있다. 온난화로 인한 기후변화가 인간의 삶을 어떻게 바꾸고 있는지, 또한 인권에 어떠한 영향을 주는지 알아보자.
33개의 섬으로 이루어진 남태평양 섬나라 키리바시는 20여 년 동안 기후변화로 인해 해수면의 상승이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해발고도가 5m에 불과한 이 섬은 곧 물에 잠길 것으로 예측되어 2015년에 한국에 자국민의 집단이주를 요청하기도 했었다. 키리바시는 현재 약 2,000km 떨어진 피지섬에 영토를 구입해 대규모 이주계획을 검토하고 있다. 키리바시 토착민 이와네 테이티오타는 전세계에서 처음으로 ‘기후 난민’의 자격을 인정받기 위해 뉴질랜드와 법적 투쟁도 벌이고 있다.
이처럼 기후변화로 인한 피해는 전 세계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인구가 약 1만 명인 투발루는 향후 40년 이내에 전 국토가 바다 밑으로 가라앉아 지도에서 사라질 것으로 예상되고, 방글라데시는 해수면 상승 속도가 전 세계 평균보다 2배로 높다. 기후변화는 생존권·거주권을 위협하고 인권문제를 야기시키며 그로인한 불평등을 확대하고 악화시킨다. 지구온난화가 가속화될수록 현재와 미래세대를 위협하고 있다.
유엔인권위원회는 2009년 3월 기후변화 인권결의안을 만장일치로 통과시켰다. 유엔 47개국이 참여한 인권위가 기후변화문제를 결의안으로 채택한 것은 기후변화로 인해 작은 섬나라, 해안지역 및 가뭄과 홍수에 시달리는 지역의 빈민들의 인권이 침해당할 수 있다는 점과 인권과 기후변화가 밀접하게 관계되어 있다는 것을 고민했기 때문이다.
또한 2015년 유엔은 향후 2030년까지 지속가능한 발전의 목표로 빈곤퇴치, 기아종식, 성평등, 깨끗한 물, 기후변화대응 등을 명시했다. 유엔인권위원회도 지난 2016년 ‘기후변화와 인권 결의안’을 채택했다. 유엔인권위원회는 ‘인권옹호와 기후변화 대응책 사이에 연계를 주장’하고 ‘특히 기후변화로 피해를 당한 가난한 사람들의 인권을 보장할 것’을 촉구했다. 최근 들어 전 세계 인권운동은 기후변화를 가장 심각한 구조적 폭력으로 인식하기 시작했다. 기후변화와 환경생태계의 파괴는 곧 인권평화의 문제이기 때문에 국제사회는 인류의 공동 노력으로 이를 반드시 극복해야 할 것을 강조하고 있다.
따라서 우리도 기후변화와 같은 구조적 인권침해에 관해 문제해결의 능력을 키워야 한다. 흔히 광주를 인권도시라고 한다. 그에 걸맞게 광주시와 우리 시민들 역시 기후변화에 관심을 갖고 책임을 지려는 다각도의 노력을 통해 인권도시로서의 위상을 만들어가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