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도 불교 지명이야기

구례 방광마을_2

방광한 소 똥보고 도적들도 참회하고 출가

지리산 천은사 들머리에 자리한 방광마을은 들판 가운데 형성된 큰 마을이다. 마을 복판에 보호수로 지정된 느티나무가 이 마을의 오랜 역사를 말해준다. 골목길을 따라 이어지는 돌담도 볼거리다. 또한 이 마을은 천은사와 지리산 성삼재 길목 마을이다.

옛날 옛날, 지리산 자락을 지나던 스님이 보리이삭 3개를 먹고 스스로 소가 되었다. 3년간 빚을 갚던 어느날, 소가 똥을 싸는데 그 똥에서 빛이 나는 글자가 있었다.

그 글은 ‘도적이 오니 잘 맞이하라’는 내용이었다.

소 주인은 문전까지 나가서 도적들을 맞아들여 공경히 대접하였다.

그러자 도적들이 깜짝 놀라며 ‘어찌 된 일이냐?’고 물었다.

주인은 전후 사실을 이야기했고, 도적들은 그 소를 찾아 나섰다.

주인과 함께 외양간으로 가서 보니 소는 이미 간 곳이 없고, 소가 싸놓은 똥에서는 정말 밝은 빛의 글씨가 발하고 있었다.

날이 밝은 후 소 발자국을 찾아가니 예전에 스님이 옷을 벗어 놓았던 곳에 이르게 되었다. 그렇지만 스님은 소가죽을 벗어 놓고 먼 길을 떠난 후였다.

다만 소가죽 위에는 또 다른 글자가 쓰여 있었다.

이 글을 본 도적들은 “보리이삭 3개를 꺾은 과보로 3년 동안 소의 업보를 받았는데, 도둑질만 한 우리들의 과보는 어떻게 갚는단 말이냐” 라며 크게 뉘우치고 지리산 화엄사에 들어가 모두 출가를 했다.

그때 소가 똥을 쌌다고 하여 우분리(牛糞里) 즉 ‘소똥마을’이라 했고, 그 똥에서 밝은 빛이 퍼진다고 하여 마을이름을 방광(放光)이라 불렀던 것이다.

방광마을과 관련된 이야기는 내용은 같으나 다른 설화도 있다.

옛날, 지리산의 암자 우번대에 노승과 어린 사미스님이 살았다.

어느 날 천은사 계곡을 오르던 사미가 길가의 밭을 지나다 조를 스치고 지나갔고, 조 세 알이 손바닥에 떨어져 있었다. 이것을 본 노승이 ‘너는 주인이 주지 않은 조를 가졌으니 주인집에서 3년간 일을 해 빚을 갚으라’고 말하면서 사미스님을 소로 변신시켰다.

그날 밭 주인이 소를 발견해 집으로 데리고 왔는데, 이 소가 여물 대신 밥만 먹었고, 쇠똥이 땅에 떨어지면 빛을 내면서 곡식이 잘 자랐다. 그런 연유로 방광마을이라는 이름이 생겼다고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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