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도 불교 지명이야기

지리산

화엄사에서 바라본 지리산 노고단

국립공원 제1호인 지리산은 전라북도 남원시, 전라남도 구례군, 그리고 경상남도 함양군과 · 산청군 · 하동군 등 3개의 도와 5개의 시, 군에 걸쳐 자리하고 있는 산이다.

때로는 두류산, 방장산으로 불리기도 했지만 통일신라 이전부터 지리산으로 불렸다.

‘지리산’으로 가장 오래된 기록은 하동 쌍계사에 있는 진감국사 비(887년)이다. 통일신라 최고의 문장가인 고운 최치원은 진감국사 비문에 지리산(地異山)이라 했다. 893년에 건립한 남원 실상사 수철화상 능가보월탑비에도 지리산(地異山)이라 새겨있다.

고려때 김부식은 <삼국사기>에 지리산(地理山)이라 했고, <고려사>에는 지리산(智異山)으로 이름했다. 한자는 다르지만 우리말 ‘지리산’이라 부르고, 현재는 한자로 智異山으로 표기하고 있다.

혹자는 우리말 ‘지리산’을 ‘지리하다’는 어간을 들어 ‘산이 워낙 높고 넓어서 매우 지루하다’는 뜻에서 유래되었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지리산이란 지명은 대승불교에서 지혜를 상징하는 대지문수사리보살(大智文殊師利菩薩)이 상주하는 산에서 유래했다. 대지의 지(智)와 사리의 리(利)에서 차용해 ‘지리산’이라 부르고, 지혜(智)가 뛰어난 이(異)로운 산(山)이라 기록하고 있다.

지리산은 지혜를 상징하는 보살인 문수보살이 상주하는 산으로 그대로가 불교도량이다.

이에 대한 또 다른 이야기가 전한다.

지리산 화엄사 창건설화에 따르면, 1,500년 전 백제 성왕 때 천축국에서 연기조사가 연(鷰)이라는 하늘을 나는 거북을 타고 지리산으로 날아와 <화엄경>을 설하셨다.

하루는 연기조사가 말하기를 “이 산은 멀리 백두산의 정기가 흘러 이뤄진 산이라 하여 두류산(頭流山)이라 일컫는다니 좋은 이름이로다. 그러나 이 산에 처음 닿았을 적에 삼매에 들어보니 문수대성께서 일만 보살대중에게 설법하시는 것을 친견하였으니 이 산은 분명히 문수보살이 설법하는 땅임에 틀림이 없느니라. 그러니 산 이름도 대지문수사리보살(大智文殊師利菩薩)의 이름을 택하여 지리산(智利山)이라 하라”고 했다.

이처럼 지리산은 예로부터 문수보살이 일만 권속을 거느리고 상주하는 산으로 여겼다. 문수보살이 중생을 제도하기 위해 갖가지 다른 몸으로 나투기 때문에 ‘지혜로운 이인이 많이 머무는 산’이기도 하다.

이처럼 지리산은 문수신앙이 발현된 곳이다. 지리산 주봉인 반야봉의 반야는 산스크리트어로 ‘지혜’란 뜻으로 곧 문수보살의 대지혜를 의미한다.

지혜제일 문수보살 상주처인 지리산에는 오래전부터 많은 사찰이 자리해 부처님 가르침을 이어가고 있다.

지리산 절집으로는 남녘에 조계종 19교구 본사 화엄사와 13교구 본사 쌍계사 그리고 천은사, 연곡사가 자리해 있다. 동으로는 국내에서 가장 높은 곳에 자리한 법계사를 비롯해 대원사, 내원사, 북쪽에 남원 실상사, 영원사, 벽송사 등 현재도 50여 개에 이르는 사찰이 명맥을 이어오고 있다. 지리산 8백여 리를 한 바퀴 휘감으며 수많은 사찰이 자리해 불, 보살의 지혜를 증명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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