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묵당 편지

팥빙수 봉사

어제(8/21)는 광산구에 있는 한 어린이집에서 팥빙수 봉사를 했습니다. 쉴 틈도 없이 아침부터 바삐 움직였는데도 일정이 밀려서 30분 정도 늦게 어린이집에 도착했습니다. 도착하자마자 바로 현장에 투입되었습니다.

옆에서 과일을 올려주는 보살님이 참 살갑게 아이들을 대했습니다. ”이건 팥이야” 이렇게 말하면서 팥을 놓아주라고 몇 번을 내게 말했는데 그게 참 쉽지가 않더군요. 그래서 옆의 보살님이 내 대신 내 멘트까지 다했습니다. 다른 때보다 피곤했던게 사실이긴 합니다만, 웃으며 몇 마디 말하는게  그렇게 어려운 것도 아닌데 왜 그랬을까요.

대부분 선생님이 한 명의 아이를 데리고 왔습니다. 그런데 한 아이는 어찌된 일인지 혼자 왔습니다. 그런데 도통 꼼짝하질 않았습니다. 선생님을 기다리고 있었던 겁니다. 아이에게는 얼음가는 소리가 무서웠고, 처음보는 어른들이 무서웠던 모양입니다.  아이는 또래 아이들에게서 느낄 수 없는 뭔가를 발산하고 있었습니다. 그 모습을 보는 마음이 많이 아팠습니다.

거칠고 무자비한 힘이 넘쳐나는 어린이집 밖에서는 접하기 힘든 존재입니다. 스스로를 지킬 수 없는 존재들, 여리디 여린 존재들에게 내가 얼마나 무심했는지 생각할 때마다, 어제의 그 아이가 눈에서 아른거릴 것 같습니다.

어려운 시국이지만 부디 웃음 잃지 않고 건강하시길 기원합니다.

중현 두손 모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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