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묵당 편지
따뜻한 사랑
신도님께서 이 소식지를 보고 계신다면 아마도 12월초 즈음이겠지요. 저는 지금 11월 21일의 새벽에 있습니다. 열흘 남짓 남았군요. 한 때는 10년 뒤 내 모습, 20뒤의 내 모습을 궁금해하던 적이 있었습니다만, 요즘은 내일 나의 삶, 열흘 뒤 우리의 일상, 한 달 뒤의 지구가 궁금합니다. 그도 그럴 것이 불과 이틀 전만 해도 한낮온도가 22도까지 오르더니 지금 핸드폰은 영하 1도를 가리키고 있습니다. 한 치 앞을 가늠할 수 없는 시대입니다.
잠시 뒤로 돌이켜 보자면 열흘 전이면 11월 10일. ‘길따라 절따라’를 떠난 날이었습니다. 덕유산 정상에서
바라보는 구름 한 점 없는 하늘과 그 하늘 아래 비단 자락처럼펼쳐진 산들의 모습이 너무도 뇌리에 선명하게 새겨져, 손에 잡힐 듯 생생합니다. 그때 생각했습니다. 이것이 올해 처음이자 마지막 ‘길따라 절따라’가 될 것이라는 것을. 애석하게도 그 예상은 틀릴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습니다.
정부는 코로나-19의 3차 대유행을 공식적으로 확인하였습니다. 다시 겨울이 찾아오고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느낍니다. 굳이 발품내어 보지 않아도, 얼굴 맞대고 서로의 안부를 확인하지 않아도, 마음에서 마음으로 전해지는 이 따뜻한 사랑을 말입니다. 증심사를 사랑하는 불자님, 사랑합니다. 부디 이 겨울 무탈하게 잘 지내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