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묵당 편지
출가일
2020년 1월 3일, 정광중학교 졸업식 참석 중에 쓰러져, 조대병원 응급실로 직행한 것이 1년 전입니다. 3주가량 병원 신세를 지고 퇴원하니 2020년 1월이 훌쩍 지나가 버렸습니다. 태어난 날을 생일이라고 하고, 출가한 날을 출가일이라고 합니다. 식상한 표현이지만 저에게는 1월 3일이 생일이자 출가일입니다. 어찌보면 진짜 생일보다 더 생일같은 날입니다.
그날 이후로 자연스럽게 죽음을 기억하며 살아가고 있습니다. 죽는다는 것이 평범한 일상의 연장임을 깨달은 것도 그 날 이후입니다. 지금의 삶이 평범하듯, 지금의 삶이 다사다난 하듯, 죽음 역시 평범하고 다사다난한 것이라 여겨집니다.
그날 이후 깨달은 또 하나의 진리는 세상은 결코 혼자 살아가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입니다. 제가 입원해 있는 동안 사중의 많은 분들이 저 대신 많은 고생을 했습니다. 덕분에 증심사는 코로나라는 커다란 우환에도 불구하고 지난 한 해, 큰 어려움 없이 잘 견뎌낼 수 있었습니다.
다시 1월 3일을 맞이하게 된 것이 그저 고마울 따름입니다. 그러나 고작 1년 지났는데, 이 고마운 마음을 자주 까먹곤 합니다. 고마운 마음 하나만 잘 이어가면 세상 잘 사는 거라 생각합니다. 항상 고마움을 가슴에 간직하고 살도록 노력하고 또 노력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