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묵당 편지
세파에 편안히 올라앉아
유럽에서는 우크라이나를 두고 러시아와 서방 진영 간의 팽팽한 긴장이 계속되고 있고, 카자흐스탄에서는 새해벽두부터 반정부 유혈시위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이 와중에 남태평양의 통가 인근에서 해저 화산이 엄청난 위력으로 폭발했습니다. 얼마나 위력이 센지 일본까지 쓰나미가 밀려와 수십만의 일본인들이 대피한다고 난리입니다.
나라 안을 둘러보면 대선을 코앞에 두고 후보들을 둘러싼 온갖 소식들이 언론을 채우고 있습니다. 벼랑 끝에 몰린 자영업자들의 한숨소리가 온 사회에 가득한이 와중에, 우리 지역에서 신축 중이던 아파트 건물이 또 붕괴되었습니다.
21세기 들어 본격화된 미-중 간의 신냉전 갈등, 일상화된 기후위기, 여전히 국민들의 눈높이에 따라가지 못하는 정치권. 어제 오늘의 일은 아닙니다만, 아무래도 차분한 새해 벽두는 사치스러운 욕심인 듯합니다. 올 한 해는 또 어떤 악재들이 우리 앞에 있을지 걱정이 먼저 앞섭니다.
이 사바세계는 중생들이 쏟아내는 온갖 욕심들로 항상 시끌벅적했습니다. 어쩌면 이런 모습이 자연스러운
중생의 삶인지도 모르겠습니다. 파도에 휘청이는 배위에서 편안하게 있으려면 파도에 몸을 맡기고 파도에 순응해서 파도를 올라타야 합니다. 올 한 해 세파世波에 편안히 올라앉아 유유자적하시기를 바랍니다.
그럼 이만
(22년 1월 17일, 통가의 해저 화산 폭발 소식을 들으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