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묵당 편지

날마다 좋은 날이다

계묘년이 밝았습니다.
운문 스님이 대중들에게 묻기를,

“보름 전의 일에 대해서는 묻지 않겠으니 보름 이후의 일에 대해 말해보아라.”
아무도 답하는 이가 없자, 스스로 답하기를
“날마다 좋은 날이다(日日是好日)”

보름은 깨달음을 상징한다고 합니다.
그러니까 운문 스님은 깨달음 이후의 삶은 어떠한 지 물어보는 것이겠지요.
모든 날들이 다 좋은 날이면 그것이 과연 좋은 것일까요?
좋다는 것은 나쁘다는 것이 있어야 비로소 좋다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러니 깨닫는다 함은 좋고 나쁘다는 분별심을 벗어나는 것이겠지요.

항상하다는 것은 분별을 떠난 마음입니다. 어디 좋고 나쁨뿐이겠습니까.
낡은 것과 새로운 것, 늙음과 젊음, 아름다움과 추함, 사랑과 미움,
즐거움과 괴로움… 모든 날들이 다 좋으려면,
우선 그 모든 날들, 더 정확하게는 매 순간 온전하게 깨어 있어야만 할 것입니다.


임인년(壬寅年) 용맹하고 무서운 호랑이의 해가 가고,
계묘년(癸卯年) 온화하고 귀여운 토끼의 해가 밝았습니다.
임인년의 마지막 날과 계묘년의 첫날이 전혀 다른 날일까요?
어제도 오늘도 햇살은 비치고, 바람이 붑니다.
하늘은 고요하고 세상은 시끄럽습니다.
日日是好日입니다.
매순간 깨어 있는 마음으로 항상 행복하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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