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묵당 편지

봄이 오는 길목에서

복을 빌면, 그 복을 나에게 주는 존재는 내가 아니다. 신이든 초자연적인 절대자이든 누군가 나에게 주는 것이다. 그러나 복을 짓는 것은 내가 무언가를 할 수 있는 능력 혹은 가능성을 내 안에 쌓는 것이다. 그러니 내가 나에게 복을 주는 것이다. 복을 빌면 내가 복을 받을지 못 받을지는 전적으로 내가 아닌 복을 주는 다른 존재에게 달려있다. 내가 열심히 빌면 들어줄 것이라는 믿음도 결국은 복을 주는 존재의 마음에 달려있다. 하지만 복을 짓는 것은 전적으로 나의 노력이다. 나의 노력이 좌우한다.

우리는 ‘복이 많다’, ‘박복하다’라는 표현을 일상적으로 쓴다. 이때 복을 받아내는 능력이 좋은 것을 일러 복이 많다고 하지 않는다. 복을 비는 능력이 부족한 것을 박복하다고 하지 않는다. 우리가 별생각 없이 쓰는 말에도 복은 우리 안에 쌓여 있는 그 무엇을 말하는 것이지 누군가에게 달라고 요청하는 것이 아님을 알 수 있다.

공덕은 의도적으로 노력해서 내 안에 뭔가를 할 수 있는 힘과 가능성을 쌓는 것이다. 이렇게 쌓은 것을 밖으로 드러내면 그것이 바로 덕을 행하는 것 즉 덕행이다. 복이나 공덕은 같은 말이다. 다만 공덕은 내 안에 뭔가 할 수 있는 가능성과 힘을 쌓는 노력을 강조하고, 복은 그렇게 쌓은 것이 미치게 될 결과를 강조한 것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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