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묵당 편지

돌탑을 쌓는 이유

종무소 아래 공터에 편평한 바위 몇 개를 놓아 벤치를 대신했습니다. 그런데 처음 의도와는 달리 벤치보다는 소원을 비는 돌탑 받침으로 적극 활용되고 있습니다.

투박하고 차가운 돌덩어리 몇 개 놔두고 벤치 삼아 쉬었다 가라는 발상 자체가 너무 안일할 수도 있습니다. 요즘 세상에 누가 저런 돌덩어리에 앉을까 싶기도 합니다. 그래도 저는 믿고 싶습니다. 우리에게는 아직 꿈과 희망이 있다고 말입니다.

아무리 세상이 눈부시게 발전해도, 우리들 마음속엔 여전히 빌고 싶은 간절한 그 무엇이 있습니다. 그것이 어떤 소원이든 바라는 것이 있고 빌고 싶은 것이 있다는 것은 그만큼 마음이 건강하다는 증거입니다.

욕망은 중생들의 마음이 일용하는 양식이자 삶의 원동력입니다. 욕망한다는 것은 마음이 살아 있음을 뜻합니다. 문제라면 지나친 욕망입니다. 그래서 탐욕과 집착으로 변질되는 욕망입니다.

꿈도 없고 희망도 없는 삶, 무기력과 권태에 짓눌린 삶은 빈껍데기만 덩그러니 남은 몸뚱아리에 불과합니다. 한마디로 숨 쉬는 송장이라고나 할까요. 아무리 못난 자식이라도 살아서 속 썩이는 것이 죽어서 부모 가슴에 대못을 박는 것보다 백배 천배 나은 법입니다.

오가는 길에 작은 돌탑이 보이거든, 돌 하나 올리고 마음을 다해 소원을 빌어 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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